이라빈 사장(왼쪽). 메릴랜드 하노버에 위치한 23만 평방피트의 웨어하우스에는 4,000여 품목의 제품이 가득차 있다.
세계적으로 기세를 떨치고 있는 한류 열풍은 K-Pop을 넘어 한식과 한국 관광 등 다양한 문화상품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메릴랜드 하노버에 위치한 리브라더스(RheeBros)는 미국사회에 한식 재료 공급을 통해 한식 인기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중견 식품도매업체다.
미 최초‘팬 아시안’식품 도매업체로 변신
4,000여 아시안 제품 한 곳에서 공급 강점
한인마트뿐 아니라 미 굴지 업체에도 납품
“소매 매장‘아씨 플라자’도 늘려나갈 것”
리브라더스는 이승만 회장이 1976년 아시아계 이민자에게 ‘고향의 맛’을 가져다 주는 것을 모토로 창업했다. 지난 40여년 동안 성장을 거듭, 현재 연매출 2억달러에 본사에만 170여명의 직원을 둔 미국 최대 아시안 식품 수입업체이자 유통업체 중 한 곳으로 우뚝 섰다. 그동안 2세로의 경영권 승계도 이뤄졌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팬 아시안’ 식품을 식품업체 및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세계적 선두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식은 물론 중국, 필리핀, 일본, 태국, 베트남 식품을 취급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의 중심에는 2세 경영인 이라빈(미국명 Robin Rhee, 43) 사장이 있다. 오랫동안 상무로 재직했기에 여전히 직원들에게는 상무로 불리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직책과 호칭에 무게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이승만 회장의 2남 중 차남이다. 메릴랜드에서 출생하고 성장한 이 사장은 뉴욕대(NYU)에서 마케팅을 전공하고, 첫 직장 생활을 LA의 미국 대형 광고회사에서 시작했다. 학생 시절 한국의 제일기획에서 인턴을 하면서 광고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2000년대 초 LA 아씨 플라자 개장을 돕다가 부친의 회사에 들어오라는 권유를 받고 2001년부터 2009년까지 형이 운영하는 코리안 팜(Korean Farm)에 입사했다. 코리안 팜은 리브라더스와 같은 식품도매회사로 서부 쪽을 대상지역으로 하고 있다. 리브라더스는 동부 및 중부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이 사장은 코리안 팜에서 쌀과 수산물, 동남아 제품 구매 업무를 담당했고, 과거 광고회사 근무 경험을 살려 주류사회를 대상으로 영업을 해 세계적 회원제 할인매장기업인 코스트코(Costco) 등을 뚫었다. 이 사장은 2009년 형 대신 부친을 돕기 위해 리브라더스가 있는 메릴랜드로 왔다. 이승만 회장은 2012년 그에게 경영을 맡기고 은퇴, 지금은 일체의 관여 없이 조언 정도만 한다고 한다.
이 사장은 경영권을 맡게 되자 우선 부친과 숙부(이승길 롯데플라자 사장)가 벌여놓은 사업들 중 식품도매업이 가장 전망이 밝다고 판단해 집중하기로 했다. 이 사장은 먼저 한국음식을 중심으로 중국, 필리핀, 일본, 태국, 베트남 음식을 모두 취급하는 미주 최초의 팬 아시안(Fan Asian) 유통업체를 구상했다. 이로 인해 전국에 체인점을 가진 중국식당인 P.F. 챙이나 페이웨이 등에 납품할 수 있었다.
이 사장은 리브라더스를 식품업계에서 넘버원 업체로 만들고 싶어 미국 시장 개척에 노력했다. 과거와 달리 미국인은 젊은 세대일수록 한국식품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중국, 동남아 출신들도 마찬가지다. 마치 예전에 한인들이 일본식품을 찾았듯 한국식품을 찾았다. 미국에서 최근 부상하고 있는 음식 공급 서비스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시장이 크다고 한다. 푸드 서비스 업체 및 식품공장에 원재료 납품도 하고 있다. 이 사장은 “초기에는 납품받는 업체들이 상표에 한글이 들어있는 제품을 꺼렸지만 지금은 오히려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브라더스는 최근 로고를 바꾸고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 사장은 “가능성은 무한하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길이 있다”고 강조한다. 2세 경영체제로 넘어가면서 회사 방향이 바뀌었다. 이 사장은 “변화 없이 살아남을 수 없다”며 경영권 승계 이후 매니지먼트, 첨단기술시스템, 웨어하우스 운영 등을 모두 바꿔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했다. “우리는 선도자, 선구자가 돼야 한다”는 이 사장의 경영 철학은 “앞서 나가야 한다”는 것. 뒤따라가서는 1위 업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복지 혜택도 늘렸다. 대표적인 변화가 사무실 직원의 토요 근무를 없앤 것. 직원과 회사가 윈-윈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매년 설문조사를 통해 직원의 의견을 반영하고 개선한다. 이 사장은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소통과 미팅을 늘렸고, 이전에는 직원이 한인 위주였으나, 이제는 인종을 따지지 않고 최고의 직원을 채용한다.
이 사장은 “식품업계가 경쟁이 심해졌지만 기회는 많아졌다”고 말했다. 또 한류의 확산도 리브라더스의 성장에 든든한 우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리브라더스의 강점은 건조, 냉장, 냉동 및 비식품 제품 4,000여종을 한 곳에서 제공하는 ‘원스톱 샵’. 그래서 아씨 플라자 및 롯데 플라자는 물론 중국, 한국, 일본, 필리핀, 베트남계 소매업체와 미국 및 지역 푸드서비스 도매업체, 레스토랑 체인, 클럽 스토어 등에 납품하고 있다. 자제 상표 제품도 다양하다. 웨그먼스, 코스트코, 웨이스, 샤퍼스 등에도 아시안 식품을 공급하고 있다.
또 평판 높은 업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신뢰가 높다. 25개 국가에서 제품을 수입하고 있고, 본사 웨어하우스의 경우 매년 국제적 식품 감독기관으로부터 시설물 및 식품 보관에 대한 검사를 거쳐 안전 인증을 받는다. 2008년 하노버에 세운 현 사옥은 23만 평방피트의 면적에 냉장, 냉동 보관 시설을 갖추고 있다. 35대의 트랙터와 45대의 트레일러, 5대의 트럭이 미국과 해외의 800개 업체에 제품을 신속하게 공급한다.
이 사장은 이제 소매 매장에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도매업이 안정궤도에 접어들었기에 소매 매장에 좀 더 집중하겠다는 것. 리브라더스는 애틀랜타와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 3곳에 한인마트인 ‘아씨 플라자’를 두고 있다.
“2년 전 창업 40주년을 맞으면서 40년 뒤를 내다보는 기업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이 사장은 “부친과 숙부가 만든 회사를 바뀐 시장과 고객을 반영해 잘 끌고 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이 사장은 “힘들더라도 시장을 선도하겠다”며 “소매 매장도 남다르게 해 틈새시장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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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