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계적 파워 게임, 그 서막인가

2018-09-10 (월) 옥세철 논설위원
작게 크게
“한껏 오만한 자세였다. 그 오만(arrogance)이 당황(confusion)으로 바뀌더니 이제는 절망(despair) 상황에 이르렀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818개 품목,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날이 7월6일이다. 그러니까 무역 전쟁이 발발한 지 불과 두 달여. 짧다면 짧다. 그 기간 동안 변해온 베이징의 기류다.

미국의 관세 폭탄에 동일한 조치로 맞받아쳤다. 이렇게 전개된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이 처음에는 막상막하의 게임이 될 것으로 보였다. 그 게임이 경제전쟁 수준으로 확산되면서 우열은 곧 드러났다.


미국경제는 계속 상승곡선을 보이고 있다. 증시는 계속 호조다. 완전 고용상태에서 높은 성장률이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중국경제는 곳곳에서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다. 주식 값이 급락했다. 모든 투자가 위축됐다. 사회적 불안이 날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불과 두 달 여의 기간이지만 그 변화의 속도가 엄청나다. 처음에는 관세 전쟁정도로 받아들여졌다. 그 갈등이, 무역에서 군사, 더 나아가 첨단기술로까지 전 방위로 확산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냉전(New Cold War)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그 발단은 어디서 찾아지나. “시진핑이 제시한 중국몽(中國夢)이다.” LA타임스의 지적이다. ‘중국제조 2025’이란 프로젝트를 통해 첨단제조업분야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이와 함께 베이징이 추구하는 것은 세계패권국 위상 확보다. ‘중국 중심의 천하’로 국제질서를 바꾸는 것. 이것이 ‘중국몽’의 골자다.

걸핏하면 근육을 드러낸다. 남중국해 등지에서. 거기다가 일대일로(一帶一路)정책을 통해 중국의 경제적 파워를 전 세계적으로 과시하면서 전략거점을 넓혀나간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1인 독재 전체주의로 되돌아가고 있는 중국공산당 체제의 호전성이다.

그 호전성은 지난 40여 년간 지속되어온 미국의 중국정책의 기조를 뒤집어 놨다. 닉슨행정부 이래의 포용정책에서 봉쇄정책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파트너가 아닌 주적(main foe)‘으로 워싱턴의 입장이 180도 변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주군 창설을 발표하면서 중국의 도전을 그 이유로 제시했다. 크리스토퍼 래이 연방수사국(FBI)국장은 전 미국 50개주에서 중국의 스파이들이 암약하고 있다는 발표와 함께 이는 미국에 심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중국이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책략을 꾸미는 등 동아시아지역에서 이미 미국에 대해 신냉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보고와 함께 강력한 대처를 주문하고 나섰다.


무엇을 말하나. 중국에 대해 워싱턴의 기류가 초강경으로 돌아섰다고 할까. 그 와중에서 전개된 것이 무역 전쟁이다.

그러니까 단순한 무역 전쟁이 아니다. 그 궁극적 목적은 축적된 부를 가지고 중국이 행사하려는 힘의 과시를 최대로 막겠다는 것. 다시 말해 세계적 패권을 놓고 벌이는 파워 게임의 전초전인 것이다.

그 전초전의 승자는 그러면 누구일까. 미국이라는 것이 대다수 관측통들의 진단이다.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고 하는 것이 중국공산당 내의 분위기다. 무역전쟁과 함께 날로 악화되는 경제사정과 관련해 시진핑의 야심작인 ‘일대일로’에 대한 비판마저 일고 있다.” 데일리 비스트지가 전하는 무역전쟁 발발 두 달이 된 시점의 베이징이 맞은 상황이다.

“이제 막 시작된 새로운 냉전이지만 중국의 패배는 벌써부터 필연으로 보인다.” 중국전문가 민신 페이의 진단이다. “부가 쌓이면서 중국 공산당은 소련패망이 준 교훈을 잊고 있다. 그 하나는 미국과의 무제한 군비경쟁이 파멸을 불러왔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전략적 거점을 넓힌다는 미명아래 펼치는 무리한 제국주의적 확장정책은 경제적 파탄을 불러온 것이다.”

중국의 실제 국방예산은 2,280여억 달러(스톡홀름 평화연구소 발표)로 미국과 군비경쟁체제에 돌입했다. 문제는 중국경제가 지탱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거기다가 최소 1조 달러에서 18조 달러의 투자를 필요로 하는 일대일로 정책은 전형적인 제국주의적 팽창정책으로 자칫 중국 경제발전을 가로 막을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다.

70년대 소련은 시베리아개발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 그 결과로 전체 소련경제의 마비를 불러왔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엉망이다. 그런 마당에 일대일로정책을 강행할 경우 중국은 바로 그 전철을 답습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 분석들이 말해 주는 것은 무엇일까. 의외로 허약한 중국경제의 실상이다. 그리고 그 허약한 토대위의 공산당 통치는 머지않아 와해될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미국과 나란히 불리는 ‘G2로서의 중국’은 허상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중국에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다. 좌파 우파를 떠나 대한민국 정부가 보이고 있는 병폐로, 이번 대북특사의 발표도 그렇다. 그러니까 동맹인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보다 중국, 북한과 협력하면서 한반도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언제에나 그 허황된 망상에서 벗어날 것인지….

<옥세철 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