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틀즈의 애플 대 스티브 잡스의 애플

2018-09-04 (화) 하윤 케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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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의 애플 대 스티브 잡스의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을 판매하는 애플은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1976년 세운 ‘애플 컴퓨터‘로 그 역사를 시작했다. 지금에야 애플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 회사를 떠올리지만 1970년대에는 스티브 잡스의 애플보다 더 유명한 애플이 있었으니 이는 비틀즈의 음반 회사 Apple Corps 이다.

Apple Corps는 1968년 이후 비틀즈의 모든 앨범을 발표했으며 폴 매카트니, 링고 스타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대표하는 음반 회사로 자리 잡았다.

비틀즈의 애플이 애플 컴퓨터를 발견하기 까지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애플 컴퓨터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비틀즈의 애플은 상표 침해로 애플 컴퓨터에게 소송을 건다. 애플 컴퓨터가 음반 회사의 상표를 희석하고 상표권을 훼손했다는 이유였다.

컴퓨터 회사 애플이 후발주자였기 때문에 이는 음반 회사에게 확실히 유리한 상황이었다. 이 분쟁은 애플 컴퓨터가 음악 산업에 진출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를 함으로 정리가 된다. 비틀즈의 애플은 ‘음향 및 영상 기록, 재생 장치 및 악기, 음향 및 영상 기록’과 관련하여 APPLE이란 상표를 사용하고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컴퓨터 및 컴퓨터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APPLE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애플의 컴퓨터 제품에 씨디롬 등 음악을 재생하고 창작하는 기능이 생기자 둘은 다시 갈등을 빚는다. 맥 플러스, 애플 MIDI 인터페이스 등의 출시가 음악 산업에 진출하지 않기로 한 기존의 합의를 위반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 소송은 애플 컴퓨터가 ‘컴퓨터, 마이크로 프로세서 및 마이크로 프로세서 제어 장치, 통신 장비, 데이터 처리 장비, 보조 및 주변 장치 및 모든 종류의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판매할 권한을 갖고, 애플 컴퓨터가 음악을 주 내용으로 하는 창작물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음반 회사가 컴퓨터 회사에 소송을 제기할 권한을 갖는 것으로 합의가 됐다.

애플 컴퓨터가 패소했다면 컴퓨터에 음악 재생이나 작곡 기능을 넣을 수 없게 됐을 것이기에 자칫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순탄해 보이던 둘의 공존은 2003년 ‘애플 컴퓨터’가 ‘애플’로 이름을 바꾸고 아이튠즈로 음악 시장에 진입하면서 다시 갈등을 빚는다. 애플은 아이튠즈를 통한 음원 판매를 위해 여러 음반사와 계약을 맺기 시작하고 비틀즈의 애플에도 연락을 취한다.

이에 비틀즈의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음악 시장에 진입하지 않기로 한 기존의 합의를 위반했다고 비난하며 컴퓨터 회사를 상대로 미국과 영국 법원에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아이튠즈에 음원을 공급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음반 회사는 음원 서비스가 본질적으로 음악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두 소송은 영국 법원에서 병합되었고 영국 법원은 아이튠즈는 음악 마케팅 서비스가 아니라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에게 음악을 전달하는 역할만을 한다며 컴퓨터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같은 이름을 쓰는 회사들은 서로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같은 이름을 쓰는 회사일지라도 사업의 범위가 다르고 소비자들이 두 회사가 연관성이 있다고 혼동할 가능성이 적은 경우에는 동명의 회사도 공존이 가능하다. 상표법의 근간은 소비자가 제품의 출처에 대해 혼동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균적인 소비자가 음반회사 Apple의 음악을 구입하려고 하다 컴퓨터회사 애플의 아이튠즈를 알게 되고 이를 음반 회사의 서비스로 착각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후발주자인 컴퓨터 회사가 같은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

반면 디지털 음악과 물리적인 음반 판매를 완전히 다른 산업으로 본다면 컴퓨터 회사 애플과 음반 회사 애플이 공존하는 데에 전혀 무리가 없다. 사과 그림이 그려진 비틀즈의 레코드판은 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지만 음반회사 애플은 2003년 분쟁 당시 디지털 음악 시장에서 거의 인지도가 없었기 때문에 비틀즈의 회사가 컴퓨터 회사를 저지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2007년 2월5일 두 회사는 컴퓨터 회사가 ‘Apple’과 관련된 모든 상표권을 소유하고 음반 회사에 음악 사업과 관련하여 라이센스를 주는 것으로 분쟁을 마무리 지었다. 음원에 관한 합의도 이루어져 이제는 비틀즈 팬들이 씨디나 레코드 판을 사용하지 않고도 아이튠즈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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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케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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