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세 속임수는 계속된다

2018-09-04 (화)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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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 속임수는 계속된다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푸른 물결이 위세를 떨치지 못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현 시점에서 보면 민주당 우세는 거의 확실해 보인다: 민주당 후보들은 분명 공화당 후보들에 비해 훨씬 많은 표를 끌어 모을 것이다.

하지만 게리맨더링과 인구지리학 등으로 말미암아 미국 선거제도는 아직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련을 보이는 시골의 백인 유권자들에게 과도한 무게를 실어준다.


그리고 바로 그 과도한 무게에 힘입어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우세를 보인다면 어떻게 될까?

한 가지 확실한 답변은 기소를 모면한 공동음모 통수권자가 계속 법의 보호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 민주주의의 생존을 염려하는 사람들에게는 바로 이것이 11월 선거에 걸린 가장 중요한 이슈다.

하지만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평범한 미국인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결과도 나올 것이다.

먼저 즉각적인 선거 위협에서 벗어난 공화당이 지난해 근소한 차이로 처리에 실패한 법안들을 통과시킬 것이고, 오바마 의료보험을 폐기하려 시도할 것이라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렇게 되면 수천만명의 미국인들이 의료보험을 잃을 것이고 병력을 지닌 환자들이 특히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트럼프가 아니라 헬스케어가 올해 민주당의 중간선거 핵심이슈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사회안전망에 대한 공격은 아마도 오바마 시대에 확대된 안전그물을 거둬들이는 선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소셜시큐리티와 메디케어를 포함한 장기 프로그램 역시 도마 위에 오를 것이다. 누가 그런 말을 하느냐고? 바로 공화당 의원들이다.

푸른 물결의 공세를 막아내는 임무를 부여받은 공화당전국위원회(NRCC) 회장 스티브 스티버스 하원의원은 최근 CNBC 존 하워드와의 인터뷰에서 예산적자의 규모로 보아 연방정부는 소셜 프로그램에 대한 지출축소를 통해 예산을 절감할 필요가 있다고 선언했다.


삭감 대상에 소셜시큐리티와 메디케어도 포함되느냐는 거듭된 질문에 그는 그렇다고 시인했다.

11월 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그 다음 수순은 미국인들의 핵심 복지프로그램에 대한 엄청난 삭감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단지 스티버스 의원 한 사람에 그치지 않는다.

곧 사임하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비롯한 공화당내 중견의원들과 상당수의 상원의원들 역시 같은 이야기를 했다.

예산균형을 맞추기 위해 사회복지비용 삭감을 요구하는 공화당의원들은 부모를 살해한 후 자신이 고아라는 이유를 들어 선처를 호소하는 범죄자들에게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뻔뻔스런 당돌함을 과시한다.

결과적으로 적자로 인해 전전긍긍하는 공화당이 기업들과 부유층을 위한 대규모 감세를 시행함으로써 적자규모를 한껏 부풀려 놓았다.

그로부터 불과 수개월이 지난 뒤 공화당이 다시 예산매파 시늉을 해가며 지출삭감을 요구한다면 이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바로 이것이 지난 수십년 간 공화당의 일관된 예산 전략이었다. 먼저 세금을 인하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적자에 야단법석을 피워가며 사회복지 지출 삭감을 요구한다. 거품을 내고, 린스를 하고, 이 과정을 되풀이하는 방법이다.

‘야수 굶기기’로 알려진 이 전략은 공화당 앨런 그린스펀과 밀튼 프리드먼과 같은 공화당 이코노미스트들이 악화되는 예산적자 상황에서 감세의 역할은 “실수가 아닌 정상 기능”이라 선언한 1970년대 이래 줄곧 있어왔다.

1978년 그린스펀이 공개적으로 말했듯, 공화당의 목표는 수입을 줄이는 감세와 함께 지출을 통제한 다음 “적자 지출에는 정치적 한계가 있다고 믿는 것”이었다.

감세가 테이블 위에 올려 지면 지지자들은 이로 인해 적자가 발생하리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세금인하가 기적적으로 경제에 추동력을 제공하며 세수도 실질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전혀 없으며 진정한 정치력을 지닌 사람 중 그 누구도 이를 믿지 않았다.

대부분 이런 주장은 공화당의 진짜 속내를 감추는데 도움을 주는 연막에 불과했다.

수수께끼는 공화당이 처벌도 받지 않은 채 이런 속임수를 계속할 수 있는 이유다.

15년 전 나는 ‘감세 속임수’라는 제하의 장문의 글을 통해 오래된 사기수법을 자세히 묘사한 바 있다. 이 글의 구절구절은 2017-18년 공화당 전략과 딱 맞아떨어진다.

그럼에도 나는 오바마 시절에 엄격한 적자 매파였던 공화당이 트럼프 치하에 예산을 깨부수는 감세에 즐거이 지지표를 던진 사실에 놀라움을 표시하는 해설기사들을 수도 없이 읽고 있다.

분명하게 말하자면 이렇다: 공화당은 결코 적자 매파가 아니었다; 그건 늘 몸짓에 불과했다. 언론과 자칭 중도주의자들 모두가 쉽게 속는다는 건 지금도 여전히 뉴스거리다. 심지어 부유층 감세와 빈민층과 중산층에 대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무자비한 축소에 단단한 결의를 보였던 라이언이 재정의무에 충실했다는 이유로 상을 받은 사실을 기억하라.

그러면 여기서 다시 중간선거로 돌아가자: 법치는 분명 이번 투표의 쟁점이다. 헬스케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그들의 의존하는 사회복지 프로그램들에 대한 위협이 훨씬 광범위한 문제임을 깨달아야 한다.

만약 공화당이 다수당의 위치를 유지한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소셜시큐리티와 메디케어는 어마어마한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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