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계 패권국가’ 그 중국의 꿈은…

2018-08-20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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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대세다’-. 꽤 오래된 이야기다. 중국의 GDP(국내총생산)가 일본을 추월한 해가 2009년. 미국을 따라잡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인식과 함께 계속 확산되어온 게 중국 대세론이었다.

한동안 주춤했었다. 그러다가 트럼프의 등장과 함께 중국대세론은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전후 미국이 만들어 놓은 다자간 협력 틀에서 스스로 벗어나려하고 있다. 나토 무용론 제기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가입 거부, 파리기후협정 탈퇴에서 보듯이.


그 리더십의 빈자리를 어느 세력이 채울 것인가. 중국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의 시각이다. 그러니까 트럼프의 고립주의로 중국은 기회를 맞은 것이다. 이와 함께 새삼 제기되는 것이 ‘세계의 패권은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내러티브다.

중국은 세계의 패권국가가 될 것이다. 시진핑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신 천하(天下) 체제’라고 할까. 2035년에 중국은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고 2050년께면 세계는 중국 중심의 천하가 된다는 것.

“중국이 세계의 패권국가가 된다는 주장은 국제관계를 정치, 경제, 군사력에만 치중해 유물론적으로만 해석한 결과다. 문화라는 중요한 변수는 고려대상에 넣지 않은 잘못된 해석이다.” 컨버세이션지의 지적이다.

패권(hegemony)은 질서의 리더십이다. 리더십은 팔로우어(follower)를 필요로 한다. 패권은 그러므로 피통치자로부터의 일정한 동의기준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다른 말이 아니다. 세계의 주요 열강들이 패권국가의 가치관과 한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얼마만큼 공유하는지가 패권유지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세계의 열강은 G20로 불리는 나라들이다. 범위를 더 좁히면 영국, 독일, 프랑스, 인도, 일본, 브라질, 러시아, 일곱 나라가 세계의 주요 열강이다.(미국과 중국을 뺐을 때) 이 7개 주요 열강이 미국 중심의 서방세계의 패권과 중국의 ‘신 천하 체제’, 양자 중 택일의 기로에 서게 될 때 어느 쪽을 선택할까.

세계의 주요 열강 일곱 나라는 러시아를 빼고 모두가 ‘자유민주주의 거버넌스(governance)’가 확고부동한 국가의 정체성이다.

중국이 추구하는 국가 정체성은 시진핑의 이른바 중국몽(中國夢)으로 요약된다. 중국은 현대판 ‘천자(天子)국가’라는 ‘신 천하 체제’가 그것이다. 그러니까 중국만이 주권국가다. 나머지 국가들의 주권은 무시된다. 관리대상으로 복속만 요구될 뿐이다.


중화사상에, 한(漢)지상주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믹스된 전체주의가 신 천하 체제의 중국의 이데올로기이자 국가의 정체성이다.

그런 중국이 세계의 패권국가가 된다. 한 마디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컨버세이션지의 결론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펼쳐질 50년간의 세계질서로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 한 가능성은 미국 중심의 자유민주주의 국제 질서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둘째는 민주국가들의 연합 하에 자유민주주의 국제질서 유지, 세 번째는 대안세력 없이 자유민주주의 국제질서가 해체되는 상황이다. 중국이 세계의 패권국가가 될 가능성은 배제된 것이다.

“중국은 결코 세계의 패권국가가 될 수 없다. 대다수 중국인들조차 ‘중국몽’이라는 허구를 믿지 않는다.” 중국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관료사회의 엘리트를 포함해 중국의 전 계층이 중국의 방향성과 자신의 안위와 관련해 깊은 불안정성에 빠져들었다. 불안감은 계속 확산, 전 사회를 패닉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칭화대 법대의 ?쳄藥?許章潤))교수의 고발이다. 중국에서 전국적으로 지명도가 높다. 그런 노(老)학자가 1인 독재 시진핑 체제를 웹 사이트를 통해 정면에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와 함께 제기되고 있는 것이 ‘Peak Xi Jinping‘론이다.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시진핑이 1인 독재체제를 굳힌 게 지난 3월이다. 그런데 반년도 못가 ’시 황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시진핑 권력은 이미 절정기를 지나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그 시작은 시진핑 1인 독재에 반대해 20대 여성이 시진핑 초상화에 먹물을 투척한 사건이다. 곧이어 대형 스캔들이 터졌다. 가짜백신 사태다. 그 스캔들이 그렇다. 과거와 달라진 게 전혀 없다. 악덕 업주와 부패한 관료의 조인트벤처 형식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점에서.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가짜백신이 수십만 명의 유아에게 접종됐다. 민심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예비군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중화인민공화국 창건에 버팀목이었던 인민해방군 출신 예비역들의 불만이 높아가면서 시위가 그치지 않는 것.

거기다가 중국경제에 역풍이 몰아치고 있다. 불황이 심화되면서 위안 화 가격은 연일 하락하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계속되면서 중국경제의 취약상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과의 협력 없는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불편한 사실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은 ‘중국몽’제창과 함께 강성일변도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공산당, 아니면 시진핑의 체면을 위해서인지.

‘…과연 올바른 방향선택인가’- 기나긴 여름날 불볕더위 속에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는 불안한 민심. 무엇을 말하나. 중국 중심의 신 천하 체제를 꿈꾸는 중국몽, 그건 아무래도 백일몽(白日夢)이란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는 것은 아닐까.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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