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역전쟁에 휘청… 현대·기아차 중국서 ‘현기증’

2018-08-17 (금)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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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7월 중국판매 40% 급감, 기아 2만여대로 30% 뚝

▶ 환율조작국 지정땐 쓰나미, 미국시장도 장담 못해

무역전쟁에 휘청… 현대·기아차 중국서 ‘현기증’
현대자동차그룹의 중국 판매 실적이 심상치 않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무역보복 여파로 지난해 직격탄을 맞은 뒤 올 초부터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였는데 지난달 갑자기 판매량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중국 소비심리가 꺾이는 가운데 오는 9월 미국이 수입차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현대·기아차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6일 자동차와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달 중국 시장 판매대수가 약 3만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달 5만여대가 팔린 것을 감안하면 40%나 급감한 것이다.

기아차도 지난달 중국 시장에서 1만9,000~2만여대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2만7,000여대)보다 30%가량 줄어든 성적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상반기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판매량이 급감했다. 그러다 사드 보복이 사그라진 연초부터 실적이 가파르게 뛰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지난 4월 판매량이 7만대로 전년에 비해 두 배 급증했고 6월에는 8만7,000대를 팔아 사드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다. 기아차 역시 4월과 5월 연속 판매대수가 3만대를 돌파하며 순항했다. 하지만 지난달 현대차 판매량은 3만대로, 기아차는 2만대 밑으로 추락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본격화하며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둔화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의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1.2로 최근 5개월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관세 폭탄에 제조업체들이 곧바로 부정적인 반응을 한 셈이다. 여기에 미국이 금융압박에 나설 경우 타격은 더 커진다. 악성 부채에 시달리는 기업과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한 중산층들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역분쟁의 여파가 없다고 볼 수 없다”며 “현지 중산층의 불안감이 고조되며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국 시장도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에 권역별 자율 경영체제를 도입한 뒤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해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18%)과 미국(15%)은 현대차 전체 판매 비중의 33%에 달하는 최대 시장이다. 따라서 현대·기아차는 관세폭탄 변수가 없는 중국 시장을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성수기인 9월부터 투싼 개조차, 중국 전략형 소형 신차를 출시해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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