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방판사 “추방 항공기 즉시 돌려라”

2018-08-13 (월)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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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방중단 약속해놓고 심리 도중 강행에 격분

▶ “법정모독 세션스 장관 구금할 수 있다”경고

연방판사 “추방 항공기 즉시 돌려라”

추방명령을 받은 과테말라 출신 이민자들이 지난 2010년 이민세관단속국(ICE) 소속 추방전용 항공기에 실려 강제송환되고 있다. [AP]

망명 신청자에 대한 심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연방 당국이 해당 이민자를 강제 추방 항공기에 태운 사실을 알게 된 연방법원이 즉각 비행기 회항을 지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또, 법원은 소송 심리 중에 추방을 강행한 세션스 연방 법무장관에 대해 법정모독을 이유로 구금할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와 NBC 방송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워싱턴 DC 연방법원 에밋 설리번 판사는 지난 7일 망명 신청을 한 엘살바도르 출신 망명 신청자 모녀를 트럼프 행정부가 추방시켜버린 사실을 알고, 추방 항공기를 회항시켜 재판에 출석시키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명령했다.


이날 설리번 판사는 망명신청을 거부당한 이 두 모녀를 대신해 미시민자유연맹(ACLU)이 제기한 소송 심리를 하던 중 이 소송 당사자인 모녀가 ICE 소속 항공기에 실려 엘살바도르로 강제 추방되는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같은 명령을 내렸다.

카르멘이라는 가명으로 알려진 엘살바도르 출신의 망명 신청 여성과 그녀의 딸을 태운 항공기는 설리번 판사의 명령대로 중간에 회항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설리판 판사의 명령에 따라, 엘살바도르에서 이 두 모녀는 내리지 않았고, 다시 미국행 항공기로 돌아오는 중이라고 ACLU측 변호인이 밝혔다. 이날 심리에서 설리번 연방판사가 세션스 법무장관 구금까지 경고하며 목소리를 높이자 국토안보부와 법무부측은 쩔쩔매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와 국토안보부측은 설리번 판사에게 이 두 모녀가 엘살바도르에 도착하는 즉시 곧바로 미국행 항공기에 태워 재이송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국토안보부와 연방 법무부는 이번 소송이 진행될 수 있도록 11일 밤 12시 이전까지는 이 모녀를 추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르멘 모녀는 지난 6월 딸과 함께 엘살바도르를 탈출해 미국에 망명 신청을 했다. 두 모녀는 엘살바도르 폭력조직이 매달 돈을 요구하면서 응하지 않으면 살해를 위협했다고 망명 신청 사유를 밝혔다. 현지 공장에서 같이 일하던 직원들도 이미 여러 사람이 살해당했으며, 남편의 가정폭력도 견디기 힘든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망명 신청서를 제출한 후 텍사스 주 딜리의 수용시설에 있었던 두 모녀는 지난 7일 샌안도니오 공항에서 엘살바도르행 추방 항공기에 태워져 추방됐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게 된 변호인이 이를 연방판사에게 보고하면서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법정에 설 수 있게 됐다.

강제추방 집행 사실을 알고, 항공기 회항 명령까지 설리번 판사는 “이것은 터무니 없는 행동이다. 너무 불쾌하고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법정을 모독한 세션스 법무장관도 구금할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하기까지 했다.

세션스 법무장관은 지난 달 이 두 모녀를 포함해 12명의 망명신청자들에 대해 “가정폭력이나 조직범죄 폭력은 망명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망명신청을 거부했다. 그러자 ACLU는 이 12명의 망명 신청자들을 대신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현재 소송절차가 진행 중이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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