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의 끝판 배신 Trump’s Supreme Betrayal

2018-08-06 (월)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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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타임즈 폴 크루그먼 칼럼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을 권좌에 앉혀준 백인 근로계층 유권자들을 조직적으로 배신했다는 것은 이제 거의 상식에 속한다.

대중주의자(포퓰리스트)를 자처하며 선거전을 치른 그는 백악관 입성 후에는 정통 공화당원으로 통치했다. 다만 과거 공화당이 일반 대중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인종주의 호루라기를 불었던 것과 달리 날 것 그대로의 노골적 인종주의 정책을 채택했다는 것이 유일한 차이다.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의 감세에 대해서도 같은 지적을 한다.


사실 그의 감세는 평범한 근로자들에게는 거의 소용이 닿지 않기 때문에 중간선거에 나서는 공화당 후보들조차 이와 관련한 언급을 피하려 든다.

헬스케어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오바마케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을 주요 이슈로 내세우고 있는 반면 공화당은 이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화제를 바꾸려든다.

그러나 우리는 트럼프가 보수성향의 브렛 캐버노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연방 대법관에 지명한 것 역시 이 같은 그림에 들어맞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캐버노가 근로계층에 불리한 아젠다를 갖고 있다는 내용의 흥미로운 논설을 게재한 바 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기로 대부분의 지면은 대통령의 방대한 권한과 특권에 관한 캐버노의 견해를 분석하는데 할애됐다.

독재자의 본능을 지닌 무법 대통령이 권좌에 앉아 있는 현실에서 통치자의 권한과 특권의 범위와 한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에 나 역시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비즈니스와 노동관련 이슈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조금 우악스럽게 말하자면 캐버노는 근로가정을 사기와 부당대우로부터 보호하려는 모든 노력에 반대하는 반 노동계층 급진주의자에 속한다.


그의 성향을 보여주는 가장 눈에 띄는 예로 킬러 고래가 시월드 직원 한명을 공격해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해 그가 내린 판결을 들 수 있다.

당시 캐버노는 숨진 여성 직원이 자신이 수행하는 작업에 관한 위험성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월드 측에게는 배상책임이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또 근로가정을 금융사기로부터 보호하는 기구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소비자금융보호국에 위헌판결을 내렸다.

뿐만 아니라 캐버노 판사는 노동조합 결성을 억압하는 사업체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견해를 취했다.

그런데 이건 포퓰리즘과는 반대되는 입장이다. 대중은 근로자 보호를 강력히 지지한다. 현재 진행 중인 근로자보호 장치 철거 캠페인은 기업이익을 가꾸기 위해 기꺼이 물동이를 나르고, 아직도 트럼프가 그들의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 백인 노동계층 유권자들 몰래 그들의 이익과 상충되는 정책의 집행에 참여하고 있는 보수적 엘리트들의 소행이다.

이런 배신이야말로 근로자들에게는 트럼프의 무역전쟁 으름장보다 훨씬 큰 문제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화를 돋우는 임금정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임금정체는 기술적 변화와 같은 비인간적 힘에 의해 추진되고 있지 않다. 그보다 근로자들의 협상력을 약화시킨 정치적 변화의 결과로 보아야 한다.

만약 트럼프가 캐버노의 대법관 지명 인준을 받아낸다면 캐버노는 앞으로 수십 년간 반 근로자 정책을 제도화하는데 앞장 설 것이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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