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1월 대전

2018-07-31 (화)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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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 대통령 선거는 1948년 트루먼이 듀이를 꺾고 재선에 성공한 이래 최대 이변이었다. 주요 언론 중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를 예상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트럼프와 그 참모들까지도 선거 당일 날 자신들이 이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따지고 보면 여론 조사가 틀린 것은 아니었다. 힐러리 클린턴은 전체 유효표에서 거의 300만 표를 앞섰다. 그러나 미국 대선을 결정하는 것은 총 유효표에서의 승리가 아니다. 네브라스카와 메인을 제외하고는 한 표라도 이긴 사람이 그 주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현행 제도 하에서는 그 주에서 한 표라도 더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대선 승부를 결정지은 미시건과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에서 트럼프는 각각 0.2%, 0.7%, 0.8% 포인트 차로 이겼다. 이를 모두 합친 7만8,000여 표가 선거인단 46명의 방향과 대선 승패를 갈랐다.


어쨌든 트럼프는 미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지 못한 채 대통령이 됐고 이 사실은 그에게 콤플렉스로 남아 있다. 선거 후 아무 근거 없이 수백만명의 불법 투표만 없었으면 자기가 다수표를 얻었을 것이라고 억지 주장을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트럼프는 선거 당일도 그렇지만 그 후에도 미국민 과반수의 지지를 받아 본 적이 없다. 그의 지지율은 1년 반이 넘게 낮은 40%대에 머물러 있다.

대통령 업무 중간 평가에 해당하는 중간 선거가 100일도 채 안 남았다. 백악관을 차지하고 있는 당이 중간 선거에서 이기는 일은 매우 드물다. 대통령을 뽑았을 때는 유권자들의 기대가 크기 마련인데 이를 충족시킬 만큼 일을 잘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2년마다 모든 의석을 다시 뽑는 하원과는 달리 상원은 중간 선거에서 전체 100석 중 1/3만 선출한다. 올해는 원래 33석에다 미네소타와 미주리 특별 선거까지 35석이 걸려 있는데 이 중 26석을 민주당이 갖고 있고 그 가운데 10석이 2016년 선거에서 트럼프가 이긴 지역에 속해 있다. 상원 다수당이 되려면 여기에 2석을 추가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올 중간 선거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연방 하원이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은퇴한 현역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이 많아 무려 42석이 비어 있다. 현직보다는 빈자리를 놓고 싸우는 것이 훨씬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올 중간 선거에 이처럼 공석이 많은 것은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도 이번 싸움이 쉽지 않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는 반증이다.

각종 여론 조사 결과 민주당은 공화당에 6~8% 포인트 정도 앞서 있다. 이 정도면 하원 다수당이 되기 위해 필요한 23석을 얻는데 충분하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다. 2016년 대선 이후 치러진 보궐 선거에서 조지아 연방 상원, 펜실베이니아 연방 하원 등 트럼프가 이긴 지역에서도 민주당은 연이어 승리했다.

민주당의 승리를 돕는 요인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하비 와인스틴 성추문으로 촉발된 ‘미투’ 운동이다. 수많은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떠벌이고 포르노 배우와 플레이보이 모델의 입을 막기 위해 돈을 준 의혹을 받고 있는 트럼프에 대한 여성들의 분노는 연방 의원 출마로 표출되고 있다. 올해 연방 의원에 도전한 여성 수는 476명으로 사상 최대인데 이들 대부분이 민주당이다.

1982년 이래 여성이 민주당보다 공화당에 더 많은 표를 준 것은 2010년 단 한번 뿐이다. 여성들이 가장 민주당을 지지한 것은 1982년으로 16% 포인트 차이의 지지율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 이 기록이 깨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실시된 퀴니피액 여론 조사는 25% 포인트, NPR-PBS 조사는 21% 포인트 차로 여성들이 민주당을 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전통적 우방인 유럽과 캐나다를 아무 이유 없이 모욕하고 미국에 적대적인 정책을 펴온 러시아의 푸틴에 아부하기에 급급하며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촉발해 자신을 지지해온 중서부 농부들의 수출 길을 막고 있다. 과연 이런 대통령과 이를 미는 공화당에 미국민들은 올 가을 다시 표를 줄 것인가. 2018년 미국민들은 2016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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