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찜통 같은 차에 어린 것이 갇혀…”

2018-07-21 (토)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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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학교 차량 폭염속 방치 잇달아 손자 놔두고 깜빡 한국서도 사고 비상

본격 여름시즌이 시작되면서 차량 내 아동 방치에 따른 참극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은 물론 기록적 폭염이 닥친 한국에서도 잇따라 사고가 발생, 어린이들의 희생이 이어지면서 부주의에 따른 아동 차량 방치 사망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어린이집 차량 내 방치

미국과 한국에서 어린이집 차량에 방치됐다가 숨지는 아동들이 속출하면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지난 19일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3세 남자아이가 폭염 속에 몇 시간 동안 어린이집 차량에 남겨졌다가 숨졌다고 ABC 뉴스 등이 보도했다. 사고는 이날 어린이집에서 인근 공원으로 현장학습을 나갔다가 복귀한 과정에서 벌어졌다.

오후 2시30분을 넘겨 어린이집으로 복귀한 운전기사와 인솔 교사는 다른 28명의 아이는 차에서 내렸지만, 한 명이 내부에 남아있다는 사실은 모른 채 그대로 떠나버렸다.

부모가 아이를 데리러 왔을 때야 직원들은 문제를 깨달았고, 오후 6시30분가량이 돼서야 차 안에서 아이를 발견,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 판정을 받았다. 당시 차량 내부 온도는 최소 110도 이상 올랐을 것으로 추정했다.

차량 운전기사와 인솔 교사는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될 전망이다.

■한국서도 사망 잇달아

한국에서도 이같은 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충격을 줬다.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경기도 동두천에서 어린이집 통원 차량 내에 하루종일 방치됐던 4세 어린이가 숨진 채 발견됐다.

어린이집 인솔교사 A씨는 숨진 B(4)양 등 어린이 9명을 태우고 이날 오전 9시40분께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A씨는 “차에서 아이들이 서로 빨리 내리려다 부딪히며 울음을 터뜨려 정신없는 상황에서 뒷좌석에 앉아 있던 D양을 잊었다”고 진술했다.


이후 오후 4시가 넘어서야 원내 CCTV를 확인한 어린이집 관계자가 B양이 보이지 않는다고 교사들에게 알렸고, 결국 어린이집 차 안에서 D양을 발견했지만 이미 B양은 숨을 거둔 상태였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아이들을 빠짐없이 내리게 하고, 결석인 경우 보고를 하는 등의 기본적인 조치들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앞서 지난 4일에는 경북 의령에서 60대 할아버지가 어린 외손자를 차량에 태운 사실을 깜박하고 방치하는 바람에 외손자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의령경찰서에 따르면 이 지역 한 실외주차장에 세워둔 차에서 3세 남아가 4시간가량 방치됐다 숨졌는데, 외할아버지가 출근하느라 깜빡하고 차에 아이를 홀로 남겨둔 탓에 아이가 열사병으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스쿨버스 안전법 지연

이같이 아동 차량 내 방치 비극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한인 학생 폴 이(이헌준) 군 사망을 계기로 캘리포니아 주의회에서 지난 2016년 제정된 ‘폴 이 스쿨버스 아동 안전 알람 의무화 법’이 장비 설치 미비를 이유로 시행이 1년 미뤄질 전망이어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 법은 스쿨버스 운전기사가 운행 종료 후 반드시 버스 안을 모두 살피고 버스 맨 뒷좌석에 있는 알람을 눌러 모든 학생들이 내렸는지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가을학기부터 주내 모든 스쿨버스에 적용될 예정이었는데, 시행을 내년으로 1년 연기하는 법안(SB 1269)이 주의회에 제출된 상태다.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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