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병준, 한국당 구할 ‘메시아’ 인가, ‘실패할 관리인’인가

2018-07-20 (금)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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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노선 정립하고 젊은 인물 수혈해야”… 구원투수 이어 대선주자 가능성도

김병준(64)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지방선거 참패로 늪에 빠진 한국당을 구할 ‘메시아’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새 지도부 등장 전까지 과도기 공백을 메워주는 ‘법정관리인’ 역할에 머물거나 ‘실패한 관리인’으로 전락할 것인가? 한국당이 17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만장일치 박수로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하자 이 같은 질문들이 쏟아지고 있다.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 등을 역임한 김 위원장이 보수 야당을 수술할 당수가 된 것은 ‘역사적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박근혜정부가 최악 위기에 몰린 2016년 말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받았다가 철회된 것이 인연이 돼 결국 한국당 비대위원장이 됐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수락 연설을 통해 “한국 정치를 계파 논리와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게 하는 소망, 대신에 미래를 위한 가치 논쟁과 정책 논쟁이 정치의 중심을 이루도록 하는 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계파 논쟁과 진영 논리 속에서 싸우다가 죽어서 거름이 되면 오히려 저에겐 큰 영광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18일에는 두 가지 화두를 던졌다. 우선 인적 청산 방향과 관련 “과거 지향적 측면에서의 인적 청산은 반대”라면서 “가치와 이념 체계를 바로 세우는 일에 얼마나 동참하고 새 정책을 같이할 수 있는 분인지 여부가 당내 시스템으로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계파를 인적 청산 기준으로 삼지 않고, 비대위가 제시할 새로운 가치·노선과 함께 갈 수 있는 인사인지를 보고 당협위원장 교체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또 ‘국가주의’란 표현을 동원해 문재인정부의 정책 기조를 비판하면서 ‘자율 사회’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연방제에 가까운 분권화를 이야기하는 이 정부에서도 국가주의적 경향이 곳곳에 들어가 있다”면서 초·중·고교 커피 자판기 설치 금지 법안이 통과된 사례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난을 들고 김 비대위원장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국가주의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주력해야 할 한국당 혁신 과제에 대해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외과 수술식 인적 청산을 시도하면 계파 대립이 확산되고 심지어 분당이 될 수도 있다”면서 “당의 새 노선을 정립하기 위해 논쟁하면서 낡은 세력이 퇴조하게 만든 뒤 총선 공천 과정에서 본격적인 인적 쇄신을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평론가는 “김 위원장이 혁신 과제를 잘 수행한다면 구원투수에 그치지 않고 차기 대선에서 선발투수 즉 대선주자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노동당의 국유화 강령을 폐지하는 등 새 노선을 정립해 집권에 성공했다”면서 “한국당이 먼저 해야 할 과제도 보수 가치 재정립”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현재의 한국당 인사들로는 새 가치를 담아내기에 한계가 있으므로 젊고 유능한 인재들을 수혈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평론가인 김병민 박사는 “한국당이 철저히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생각과 말·행동을 변화시켜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한 쪽으로 치우친 행태와 노선을 개혁해서 실용적 노선을 제시하고 그 과정에서 인적 쇄신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에선 김 위원장을 겨냥해 “이쪽에 붙었다 저쪽에 붙었다 하는 사람” “탐욕의 캐릭터” 등의 비난들이 쏟아졌다.

한편 강원랜드가 지난해 8월 교수 신분이었던 김병준 위원장을 프로암 경기에 초청해 골프비·식사·선물 제공 등의 접대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 강원지방경찰청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에 대해 직무 관련 여부와 관계없이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프로암 대회에 각계 인사들이 초대받아 간 것”이라며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 제가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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