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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비싸도 쾌적한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인기

2018-07-19 (목) 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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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나물 시루 같은 이코노미 싫어” 기꺼이 돈 더 내려는 승객 늘어

▶ 비즈니스와 이코노미 중간 서비스

좀 비싸도 쾌적한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인기

델타항공은 지난해부터 프리미엄 이코노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안검색, 탑승, 수하물 찾기 등에 우선권이 주어진다. [Patrick Semansky - AP]

좀 비싸도 쾌적한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인기

아메리칸 항공의 프리미엄 이코노미 석. 아메리칸 항공은 지난 2016년 연말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코노미 석으로 항공여행을 하면 다리도 제대로 못 펴고 좁은 좌석에 끼어 앉아있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돈을 더 주고라도 이런 불편은 면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진다. 이런 승객들의 심리를 알아차린 항공사들이 이코노미와 비즈니스의 중간쯤 되는 프리미엄 이코노미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값이 좀 더 비싼 대신 쾌적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데 많은 소비자들이 호응하고 있다.

기체가 넓은 비행기에서 제공 가능한 프리미엄 이코노미 석에 대한 수요가 올해 계속 늘어날 추세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프리미엄 이코노미의 의미는 항공사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대개 가격이 이코노미 석보다는 비싸고 비즈니스 석보다는 싸며 서비스도 그에 준한다. 일반 이코노미 석에 비해 나은 위치에 좌석이 배치되어 있고 의자가 편안하며 더 나은 식사와 음료가 제공되고, 무료 위탁 수하물 규정도 덜 까다롭다.


유럽 등 다른 지역 항공사들이 오래 전부터 프리미엄 이코노미 서비스를 제공해온 데 비해 미국 항공사들은 가장 늦게 이에 동참했다.

아메리칸 항공이 지난 2016년 연말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프리미엄 이코노미 서비스를 시작했고, 그 다음해 가을에 델타항공이 뒤따랐다. 3대 항공사 중에서는 유나이티드가 가장 늦어서 올 하반기부터 특정 항로들에 대해 프리미엄 이코노미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들 미국 항공사가 프리미엄 서비스 제공에 늦어진 데는 재정적 압박으로 투자를 할 수가 없었던 것이 부분적인 이유라고 J.P. 모건 증권의 항공사 분석가인 제이미 베이커는 말한다. 아메리칸은 US 에어웨이스와의 합병 그리고 유나이티드는 콘티넨탈과의 합병에 온통 신경이 가 있었던 측면도 있다고 그는 말한다.

미국 항공사들이 프리미엄 서비스에 뒤늦게 합류함으로써 얻은 이점이 있다면 다른 나라 제휴항공사들의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가 있다는 점이다. 델타는 에어 프랑스, KLM, 버진 어틀랜틱과 아메리칸은 브리티스 에어웨이스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파트너 항공사들끼리는 궁극적으로 상품들이 반드시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여행업계 분석가인 헨리 하트벨트는 말한다. 그래서 예를 들어 브리티시 항공의 월드 트래블러 플러스 석으로 미국에 온 승객들은 영국으로 돌아갈 때 아메리칸 항공의 프리미엄 이코노미 석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받는 식이다.

프리미엄 이코노미에 대한 설명이나 규정은 항공사에 따라 다양하다. 진짜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캐빈, 좌석 그리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때로 프리미엄 이코노미 상품은 상대적으로 빈약하기도 하다. 예를 들어 지난 2009년 시작된 KLM의 해당 서비스인 ‘이코노미 컴포트’는 다리 공간이 좀 넉넉하고 등받이를 뒤로 젖힐 수 있는 의자에 9인치 기내용 엔터테인먼트 스크린을 제공하는 정도이다. 그런가 하면 영국 항공사인 버진 어틀랜틱의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상당히 고급스럽다.


버진 어틀랜틱은 이미 지난 1992년과 1994년 두 번에 걸쳐 프리미엄 상품을 출시했었다. 오늘날 버진의 프리미엄은 체크인과 수하물 맡기는 곳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고, 2개의 수하물을 무료로 맡길 수 있으며, 우선순위로 탑승하고, 다리를 쭉 펼 수 있는 가죽 의자에 머리 받침, 발받침이 갖춰져 있다. 항로에 따라서는 여행용품 일습을 제공하기도 하고, 채식을 포함한 메뉴의 3끼 식사가 제공되고 기내에서는 간식과 음료가 무제한 제공된다.

한편 일본 항공사인 JAL은 프리미엄 승객들에게 공항 라운지 이용권을 제공하고, 경쟁사인 ANA는 일부 공항에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ANA는 내년 봄 A380 여객기로 호놀룰루와 도쿄 간 직항 노선 운항을 앞두고 호놀룰루 국제공항에 새 라운지들을 만들었다. 프리미엄 승객들은 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저가항공 후발주자인 노르웨이 항공은 여러 공항에서 프리미엄 승객들에게 라운지 이용권을 제공한다. 런던의 개트윅 공항, 파리의 샤를 드 골 공항, 뉴욕의 케네디 국제공항, 뉴웍 리버티 국제공항, LA 국제공항, 오클랜드 국제공항 등이다.

하트벨트의 분석에 따르면 프리미엄 이코노미 가격은 일반 이코노미에 비해 평균 76% 더 비싸다. 한편 뉴욕 JFK에서 런던 히드류 공항 왕복 프리미엄 가격은 1,253달러로 상당히 괜찮다고 그는 말한다. 또 프리미엄 이코노미와 비즈니스 클래스 간 가격 격차가 일반적으로 일반 이코노미와 프리미엄 간 격차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 그의 분석 결과이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서비스는 항공사들로 볼 때 기꺼이 돈을 더 내고 이용할 준비가 된 승객들을 위해 상품을 만들어 매출과 이익을 늘리는 기회가 된다고 그는 말한다. 한편 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위험은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들이 프리미어 이코노미로 내려감으로써 수익성 좋은 비즈니스 클래스 수익을 깎아 먹을 가능성이다.

아직까지는 이같은 하향현상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베이커는 말한다. 비즈니스에서 내려가기 보다는 일반 이코노미에서 프리미엄으로 올라가는 케이스가 확실하게 더 많다는 것이다.

한편 대기업 출장담당 중역 협회의 그릴리 코치 사무총장은 출장 승객들의 선택은 고정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유럽으로 출장 가는 미국인 승객들의 경우, 유럽으로 향할 때는 여전히 비즈니스 클래스를 선호한다. 비행기에서 잠을 자고 도착하자마자 샤워를 한 후 업무에 바로 돌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돌아올 때는 프리미엄 이코노미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6,000-7,000 달러 비행기 값을 4,000달러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출장 때만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뉴질랜드 항공은 프리미엄 승객의 75%는 여행가는 사람들이라고 추정한다. 어메리칸 항공은 프리미엄 승객들이 대부분 여행가는 사람들로 과거 이코노미 일반석으로 여행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한편 프리미엄 이코노미 서비스는 밀레니얼 세대를 유치하려는 대기업들의 출장담당 매니저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들 신세대는 취직할 회사를 고를 때 회사 출장관련 정책 등 베니핏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석이 주는 안락함은 밀레니얼 세대를 유치하는 영리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또 밀레니얼 여행객들과 베이비부머들에게도 매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중국 브라질 인도 등 급성장 국가 여행객들에게도 인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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