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 트럼프 인사들까지 “반역” “수치” 맹비난에
▶ “실언 탓 빚어진 해프닝” 변명으로 서둘러 진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7일 백악관 내각 회의실에서 케빈 브래디(공화·텍사스·왼쪽) 하원 예결산위원회 위원장, 다이앤 블랙(공화·테네시) 하원의원이 배석한 가운데 기자과 대화를 하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부인한 지 하루 만에 말을 뒤집었다. 헬싱키에서 러시아를 두둔했다가 친 트럼프 인사나 여론까지 들고 일어나자 결국 꼬리를 내리고 만 것이다.
가뜩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협상과 관련해 회의론이 나오는 미국 내에서는 진영을 떠나 푸틴 대통령을 만난 그의 ‘저자세 외교’를 혹평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넘쳐 나왔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면전에서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을 문제 삼지 않고, 오히려 푸틴 대통령을 옹호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백악관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만나 “러시아의 행동(개입)이 선거결과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여러 번 말했듯이 러시아가 2016년 선거에 개입했다는 정보당국의 결론을 받아들인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가 대선에 개입했다는 정보당국의 결론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전날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대선 개입 의혹을 인정하지 않는 발언을 한 데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선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당국은 지난해 1월 공동조사 보고서에서 “푸틴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공작을 지시했고, 서구 자유주의를 훼손하기 위한 광범위한 야심의 하나로 트럼프 후보의 승리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폄하를 염원했다”는 결론을 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헬싱키 미·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아주 강하게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며 “나도 그런 일을 러시아가 저질렀다는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여당과 ‘친 트럼프’ 성향 인사들까지 나서 ‘반역행위’, ‘수치스럽다’ 등 거친 표현을 동원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러시아 대선 개입에 대한 전날 자신의 발언에는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러시아가 저질렀다(it would)는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다’는 문장이 아니라 ‘러시아가 저지르지 않았다’(it wouldn‘t)는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다’는 이중부정 문장이었어야 했다”면서 “그렇게 (고쳐) 넣으면 저절로 뜻이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의도와 달리 실언 탓에 빚어진 해프닝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트위터에서 “어제 한 말에서 벗어나려 애썼다”면서도 “24시간이나 늦었고, 장소도 잘못됐다”라고 꼬집었다. 전날 헬싱키의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는 미·러 정상회담 성과를 도외시한다며 언론 보도에 화살을 돌렸다.
그는 트위터 계정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는 엄청난 돈을 모금하는 회의를 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그보다 더 좋은 만남을 가졌다”면서 “슬프게도 그것은 그런 식으로 보도되지 않고 있다. 가짜뉴스가 미쳐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공화당 서열 1위인 폴 라이언 하원 의장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리의 동맹이 아니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며 “우리의 기본적 가치와 이상에 적대적인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는 도덕적 등가성이 성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라이언 의장은 이어 “러시아가 우리 선거에 개입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그들은 여전히 미국과 전세계의 민주주의를 해하려 한다”고 말했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원내대표도 “여러 차례 말한 적이 있으며 이번에 또다시 말하는 것이지만, 러시아는 우리의 친구가 아니며 나는 (러시아가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는) 우리 정보기관의 평가를 믿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