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위기의 현대차, 러시아·인도 시장서 승부수

2018-07-18 (수) 박관규 기자
작게 크게

▶ 해외법인장 50명 내일 소집, 미중 무역전쟁 대책 논의

▶ 중국시장 회복에도 역점

위기의 현대차, 러시아·인도 시장서 승부수
#1. 지난 12일 7년 연속 파업 행진을 벌인 현대차 노동조합은 지난 16일 열린 18차 단체교섭에서도 사측의 2차 제시안을 거부했다. 노조는 18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추가파업 논의에 들어간다.

#2. 현대·기아차의 주요 시장인 미국의 문이 닫힐 위기에 처했다. 미국이 수입차에 대해 최대 25%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면 순식간에 연간 60만대의 주요 수출시장이 사라지는 셈이다.

#3. 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인 리한은 지난달 말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1차 협력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한 건 200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심각한 ‘내우외환’에 둘러싸여 있다.

미국 중국 등 세계 주요 시장에서 판매부진이 길어지는 와중에, 미중 무역분쟁까지 겹치면서 해외시장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장기화한 부진이 현대차그룹에 의존하는 협력사들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까지 흔들리고 있다.

1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런 위기 상황을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으로 돌파하기 위해 이번 주 해외 법인장 50명을 오는 19일 소집한다. 매년 이맘때 여는 연례 회의이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상반기 실적결산에 그치는 게 아니라 미중 무역전쟁 여파와 그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세계 시장에서 362만8,806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를 기록했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28.2% 판매량이 늘어난 게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이 판매 증가는 지난해 상반기 사드 사태로 급감한 판매량을 기준으로 계산된 것이어서 착시 효과가 크다. 사드 사태 이전인 2016년 상반기 판매량(385만대)과 비교하면 아직 5.8% 감소상태라, 중국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미국 시장에서는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2.1% 감소한 62만8,611대에 그쳤다. 자율 경영에 들어간 현대차 미국 법인이 재고소진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 ▲구매 후 변심 시 3일 내 환불 ▲자유로운 시승 등 과감한 판촉 활동을 미 전역으로 확대해 그나마 판매감소폭을 줄인 결과이다. 미국 법인은 하반기 신형 싼타페를 투입해 미국에서 잘 팔리는 SUV 중심 라인업을 재편해 판매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 미국 내 판매가격이 적어도 10% 이상 증가하게 돼 이런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법인장 회의에서는 미국보다는 최대 시장인 중국의 판매 회복과 인도, 러시아 등 신흥시장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러시아 시장 공략 방안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러시아 경제위기로 시장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철수보다는 신차 투입을 확대했다. 그 결과 판매량이 2010년 8만7,081대에서 지난해 2배가량 늘어난 15만7,858대를 기록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에서 소형차 위주로 기반을 단단히 다져 놓은 상태여서 대형차와 고급차를 투입해 수익성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