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美 세탁기 관세에 웃었던 월풀…’철강관세’로 주가 15%↓

2018-07-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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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분기 순익 6400만 달러 감소…철강 관세 영향

▶ 저가형 모델 가격 30%↑…삼성·LG보다 더 올라
가격 상승에 수요 급감…세탁기 출하량 18%↓

美 세탁기 관세에 웃었던 월풀…’철강관세’로 주가 15%↓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1월 한국 등에서 수입되는 세탁기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했을 때 가장 환호했던 기업은 미국 세탁기 제조 업체 월풀이었다.

월풀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비처는 1월 컨퍼런스콜에서 "의심할 여지없이 이것은 긍정적인 촉매가 될 것"이라며 LG전자, 삼성전자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 이 회사는 세탁기 관세의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풀의 주가는 올해 들어 15%나 하락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조치로 핵심 원재료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400만 달러(약721억원)나 감소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를 바라보는 비처 CEO의 시각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는 4월 컨퍼런스콜에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잠재적인 미래 관세와 무역 조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세탁기 업계에서는 잇단 관세 조치로 오히려 미국 기업이 큰 피해를 입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세탁기 관세로 LG와 삼성의 수입은 크게 줄었다. 2017년 미국은 대형 세탁기를 월 평균 35만대 수입했지만 올해 4월까지 월평균 수입은 16만1000대로 감소했다.

하지만 미국 기업의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철강·알루미늄 관세의 영향으로 제품 가격이 올라가면서 소비자들의 수요만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세탁기와 건조기 가격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20% 이상 상승했다. 5월 세탁기 출하량은 전년 동월 대비 18% 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3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오히려 월풀 세탁기의 가격이 더 크게 올랐다. 데이터분석업체 싱크넘에 따르면 월풀의 저가형 모델의 가격은 1월 329 달러에서 6월 429 달러로 30.4%나 상승했다. 반면 삼성전자 제품은 494 달러에서 582 달러로 17.8%, LG전자 제품은 629 달러에서 703 달러로 11.8% 오르는데 그쳤다.

그동안 월풀이 지속적으로 LG와 삼성의 덤핑 문제를 제기했지만 한국 기업들은 생산 공장을 중국, 태국, 베트남 등으로 이전해가며 무역 장벽을 피해갔다.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자 LG와 삼성은 미국에도 세탁기 생산 라인을 두는 방식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관세 조치가 월풀에게는 별 도움되 되지 않았던 셈이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2000억 달러 규모의 대중(對中) 관세 폭탄을 예고하며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 자전거, 진공청소기, 야구장갑 같은 소비재들에 대거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조만간 전 세계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해서도 추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가 무역 상대국들이 장벽을 낮추게 하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입는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반박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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