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재인정부 국정 세 바퀴… 민생 ‘노란 불’ , 북핵 ‘장기전’

2018-07-17 (화)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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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선거 전 고공 지지율… 최근 일자리 쇼크, 안갯속 북핵 등으로 주춤

▶ ‘계엄 문건’ 수사 등 적폐 청산 재개… “연말 경제 성적표가 최대 변수”

문재인정부 국정 세 바퀴… 민생 ‘노란 불’ , 북핵 ‘장기전’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시간 1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문재인정부의 국정 운영은 민생 경제, 북핵 문제를 비롯한 남북 관계, 적폐 청산 등 세 바퀴에 의해 굴러가는 자동차에 비유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촛불 시위를 거치며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6월 지방선거 때까지 대체로 70% 이상의 고공 지지율을 유지했다. 적폐 청산과 남북 관계의 진전 및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합의 등으로 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두고 자유한국당 등 주요 야당들이 몰락한 뒤에는 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오히려 주춤거리고 있다.

보수야당이 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국정 운영의 주도권과 책임이 여권에 쏠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2개월이 지나 적폐 청산 효과는 줄어들기 때문에 이제는 민생 경제와 북핵 문제 등에서 좋은 학점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민생 경제 성적은 어느 때보다 부진한 상황이다. 또 북핵 문제도 장기전으로 흘러가면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북한의 비핵화 여부는 안갯속이다.

문재인정부는 많은 일자리 창출과 ‘소득 주도 성장’을 핵심 경제 정책으로 내세웠으나 두 정책의 열매는 열리지 않고, 오히려 역효과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내수 증가세가 약화하고 수출마저 흔들리는 가운데 제조업 일자리 감소 폭은 커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매달 30만 명을 넘던 월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20만 명에도 훨씬 못 미치는 ‘일자리 쇼크’는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6월 취업자는 10만6,000명 증가에 그쳤다. 고용 부진이 추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미국·중국의 무역 전쟁 확전으로 수출마저 내리막길을 걸으면 내수·수출·고용 모두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로 3%를 제시했지만 한국은행은 지난 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낮췄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27일 열린 예정이던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국민이 체감할 만한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갑자기 연기하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최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 성과 부진에 대해 “너무 초조하다”고 토로했다. 문재인정부는 올 연말까지는 경제 성장과 일자리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개각과 8·15 광복절을 전후해 경제 정책 기조의 변화가 일부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올해 2월 평창 동계 올림픽 이후 빠른 속도로 진행됐으나 요즘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국·미국과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 체제 안전 보장 등에 합의했지만 북한은 아직까지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달 초 북한을 방문, 북핵 폐기 시간표를 논의하기 위한 북미 고위급회담을 가졌으나 북한으로부터 별다른 선물을 받지 못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만나지 못하고 귀국하자 미국의 전문가들은 ‘빈손 방북’이라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최근 북한 비핵화에 대해 “바라는 것보다 더 긴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말해 장기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13일 싱가포르에서 “만약 북미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북·미 양측에 합의 이행을 주문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적폐 청산’에 다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국군기무사령부가 만든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 문건과 관련, “독립 수사단을 꾸려 신속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기무사가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선고 직전에 ‘탄핵의 인용과 기각 시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세력 등에 의해 대규모 시위가 과격해질 경우에 대비해 위수령과 계엄을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문건을 만든 데 대해 철저히 조사해 문책하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16일에는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해 군 사이에 오간 모든 문건을 대통령에게 즉각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대통령이 뒤늦게 특별 수사 지시를 내린 데는 정치적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정치적 배경을 의심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정부는 그동안 적폐 청산과 남북 관계의 좋은 성적으로 순항해왔는데 올 가을부터는 민생 문제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여권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어려움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민생 정책의 결실을 거두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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