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차압, 전국평균 15% 줄 때 LA는 9% 늘어

2018-07-17 (화)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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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월엔 39%나 급증, 전국 추세와 역방향

▶ “대출심사 완화에 원인” 조기 위험경보 아닌지

주택차압, 전국평균 15% 줄 때 LA는 9% 늘어

전국적인 트렌드와는 반대로 올해 첫 6개월간 LA 지역 주택차압이 전년동기 대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AP]

#트럭운전사로 일하는 남편을 둔 한인여성 김모(42)씨는 4년 전 모기지 융자를 얻어 집을 장만했다. 김씨는 평생 살게 될 내집이라는 생각에 집안 구석구석을 손보며 살아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남편의 일감이 줄어들면서 모기지 빚을 갚는 것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주택을 구입할 때 수중에 가진 현금이 별로 없어 다운페이먼트를 최소로 하고 대출을 받은 것이 화근이 됐다. 제때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은행으로부터 주택차압을 하겠다는 압박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김씨는 “갑작스럽게 남편의 일이 줄게되면서 대출금 상환을 하지 못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미 전국적으로 주택 압류 건수가 지난해보다 줄어들고 있지만 LA 지역의 주택 압류건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부터 모기지 대출자격 요건을 완화해 온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부 한인 주택소유주들 사이에서 모기지 페이먼트를 제때 하지 못해 주택 압류 위기에 처한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부동산 통계 전문업체인 ‘아톰 데이터 솔루션’(Attom Data Solution)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전국 주택 차압 건수가 36만2,275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5%나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대출금 상환 불이행에 따른 압류 통고 조치에서 경매나 은행 압류 등이 포함된 수치로, 160만 건의 차압 건수를 기록했던 2010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주택압류가 줄어든 것이다. 올해 전반기에 주택 압류 조치가 시작된 건수도 지난해보다 8%가 줄어든 19만1,914건을 기록해 전국적으로 주택 압류가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LA 지역은 이같은 전국적인 추세와는 역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톰 데이터 솔루션에 따르면 LA 지역의 경우 올 상반기(1~6월) 동안 주택 압류 건수는 작년 동기대비 9% 늘었다. 특히 4월부터 6월까지 주택 압류 건수는 39%나 급증해 최근 들어 주택 압류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LA의 경우처럼 지난해에 비해 주택 압류 건수가 늘어난 주는 모두 22개주. 전국적으로 주택 압류가 예전에 비해 줄어들고 있지만 LA를 포함한 상당수 지역에서 서서히 증가세여서 대조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LA 지역의 주택 압류가 늘어난 까닭은 무엇일까.

모기지 대출 심사시 느슨해진 자격 요건을 적용해온 것이라고 아톰 데이터 솔루션은 지적했다.

16일 한인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은행에서 대출 자격 요건을 완화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다. 첫 주택구입자들 중심으로 현금이 부족하지만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 은행들이 대출을 해준 것이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한인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5~10% 정도 다운페이먼트만 하면 대출이 가능했다”며 “주로 수중에 현금이 부족한 첫 주택구매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갑작스럽게 직업을 잃어 수입원이 사라진 사람이 늘면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다운페이먼트가 적어 대출금 부담이 큰 상태인데다 갑작스럽게 부상으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되거나 실직을 당하면서 대출 상환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사례들이 발생했다.

이같은 주택 압류 사례 증가는 실업률 4%대의 완전고용 상태라고 할만한 경제 상황과 주택 경기가 활황인 상황을 고려하면 일종의 ‘조기위험경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결국 느슨한 대출 자격 심사가 주택 압류가 증가하게 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택구입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한인 비영리단체 ‘샬롬센터’ 이지락 소장은 “가계의 수입원 역할을 하던 남편이 다치거나 실직하는 등 갑작스런 변동에 의해서 대출 상환금을 제때 갚지 못해 압류 통보를 받고 있는 한인 사례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LA의 주택 압류 증가세가 한인 부동산 시장에 주는 영향에 대해선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LA 지역의 주택 압류가 상반기에 늘었다고는 하지만 일시적 현상으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까지 LA 주택 압류 건수가 계속 증가세를 보일 경우 한인 부동산 시장에도 변곡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뉴스타부동산 발렌시아 이상규 명예부회장은 “LA 지역의 주택 압류 건수 증가세는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준도 아니다”라며 “앞으로 6개월 정도가 매우 중요한 시기로 주택 압류 증가세가 지속되면 한인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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