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제주도 머물 돈으로… 아이들 영어 자신감까지 키웠죠

2018-07-16 (월)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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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도시 건설 한창… 저렴한 숙소 많아, 테마파크·아웃렛 등 즐길거리 풍성

▶ 아이 수영 강습료 한국 절반도 안돼, 다리만 건너면 싱가포르 여행 덤으로

제주도 머물 돈으로… 아이들 영어 자신감까지 키웠죠

말레이시아가 한국인들의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멀리서 바라본 수도 쿠알라룸푸르 다운타운. [AP]

“아이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 시간이었어요. 아이들이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어느 정도 극복한 것은 덤이고요.” 경기도 안양에 사는 주부 김혜영(40)씨는 지난해 겨울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서 초등학생인 두 아들과 함께 한 달을 보냈다. 학교가 석면 철거공사를 하면서 길어진 방학 기간에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오기로 하고 휴양지를 물색했다. 인터넷을 통해 여행지를 알아보던 김씨는 이왕이면 한 곳에서 오래 머무르며 현지를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한 달 살기’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애초 계획은 제주도였다. 하지만 숙박비와 식비 등을 따져보다 비슷한 가격에 동남아시아에서 ‘한 달 살기’가 가능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평소 영어과외를 하는 아이들에게도 해외에서의 ‘한 달 살기’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필리핀을 우선 고려했으나, 안전을 걱정하는 남편의 의견을 반영해 말레이시아로 눈을 돌렸다.

김씨는 “인도네시아 발리도 선택지 중 하나였으나 화산 폭발로 어수선할 것 같아 인근 말레이시아를 택했다”면서 “접근성이 뛰어난 쿠알라룸푸르를 알아보다 조호르바루가 최근 ‘한 달 살기’ 지역으로 뜨고 있다는 인터넷 게시물을 보고 마음이 끌렸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쿠알라룸푸르와 페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시인 조호르바루는 조호르해를 사이에 끼고 싱가포르와 맞닿아 있다. ‘한 달 살기’를 하면서 싱가포르를 여행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김씨는 “단일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는 싱가포르를 다녀올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라면서 “테마파크인 레고랜드와 프리미엄 아웃렛이 있다는 점도 조호르바루를 선택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조호르바루는 근래 신도시 건설이 한창이어서 깨끗하고 저렴한 숙소를 쉽게 구할 수 있다. 당가베이 쪽에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서 공급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아파트형과 콘도미니엄형·레지던스호텔형 등 형태도 다양하다.

숙박공유 사이트에는 1박 기준으로 5만원부터 수십만원대의 숙소가 올라와 있다. 장기투숙할 경우 30% 이상 할인해주기도 한다. 김씨는 부동산중개업자를 통해 4주 기준으로 120만원에 콘도미니엄을 예약했다. 항공권은 출발 넉 달 전 180만원(4인 왕복)에 예약했다.

김씨는 “한 달 살기를 위한 인터넷카페가 많이 개설돼 있어 운영자를 통해 숙소와 영어캠프·관광상품 등을 소개받아 별 어려움 없이 준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조호르바루에 도착한 후 이틀은 현지적응을 위해 시내관광을 하며 보냈다. 현지 도착 나흘째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싱가포르를 여행했다. 숙박공유 사이트를 통해 30만원짜리 숙소를 빌렸다.

김씨는 “남편이 직장 때문에 첫 1주일만 함께 할 수 있어 일정을 다소 빡빡하게 짰다”면서 “센토사섬과 보태닉가든·유니버설스튜디오·마리나베이 샌즈호텔 등을 둘러보는 데 사흘이 너무 짧았다”고 미소 지었다.


남편이 귀국한 뒤 본격적인 한 달 살기가 시작됐다. 아이들은 영어수업과 수영강습으로 하루를 보냈다. 영어수업은 하루 1시간30분씩 주 3회에 걸쳐 받았다. 강습료는 4주 기준으로 20만원이다. 조호르바루에는 국제학교가 많아 방학을 이용한 영어캠프가 다수 개설돼 있지만 대부분 어학원을 이용한다.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초등학생의 경우 150만~200만원 정도 한다. 수영강습은 일주일에 두 차례 받는데 비용은 8만원 정도 든다. 한국내에서 20만원을 받는 데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김씨는 “인터넷카페에서 패키지 상품으로 숙박과 어학캠프, 셔틀버스, 엄마를 위한 케어 서비스를 묶어서 판매한다”며 “비용이 비싸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영어와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튜션(교습) 형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영어·수영강습을 받는 동안 김씨는 주로 책을 읽거나 어학공부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콘도미니엄에 딸린 수영장을 이용하거나 시내 공원을 산책하면서 여유를 즐겼다.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테마파크를 찾거나 반딧불투어를 하기도 했다.

김씨는 “주부라면 누구나 한 번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와 여유를 만끽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이라며 “조호르바루에서 한 달을 보내면서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김씨와 두 아들이 조호르바루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동안 식비와 생활비로 200만원가량이 들었다. 현지에서 차량을 빌리는 이들도 많지만 차량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김씨는 “항공료와 숙박비, 싱가포르 여행경비, 식비, 생활비, 영어·수영 강습료 등으로 650만원가량 들었다”면서 “몇달간 긴축재정을 해야 했지만 아이들이 견문이 넓어지고 한층 성숙해진 것 같아 들인 돈이 아깝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바빠서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거나 금액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카페에서 판매하는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면서 “발품을 팔아 숙소와 영어강습 등을 개인적으로 알아보면 경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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