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름 시청률 ‘선방’ 한 월드컵 중계 미 방송사들

2018-07-16 (월) LA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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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팀 부재·시차 등 악재에도 수백만 시청자 모아

▶ 2022 카타르 전망‘흐림’2026 북미는 ‘대박 찬스’

나름 시청률 ‘선방’ 한 월드컵 중계 미 방송사들

LA 한 멕시칸 식당에서 멕시코-브라질전을 시청하던 여성이 멕시코가 첫 골을 허용하자, 실망한 표정을 짓고있다. 스페인어 월드컵 중계 방송사인 텔레문도는 멕시코가 4 경기를 치른 덕분에 광고 수입에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LA타임스]

시청률은 떨어졌다. 하지만 텔레문도와 폭스는 무료중계를 최대한 활용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월드컵 기간 중 방송된 폭스바겐 TV광에서 지구촌 곳곳의 축구팬들은 미국팬들에게 자국팀을 응원해 달라고 경쟁적으로 부탁한다. 폭스와 텔레문도에 치명타를 가한 미국팀의 월드컵 출전 실패를 상기시키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2018년 월드컵 미국 내 시청률은 21014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16강전까지 폭스중계는 평균 364만명의 시청자를 끌어 모았다. 4년 전 ESPN과 ABC 중계와 비교해 36%가 하락한 것이다. 2014년 미국중계를 제외하고 비교하면 19%가 떨어졌다. 텔레문도의 경우는 평균 210만을 끌어 모았다. 여기에는 스트리밍 시창자도 포함됐다. 4년 전 유니비전은 350만을 기록했었다.

브라질 월드컵과 비교했을 때는 크게 부진한 수치지만 중계 방송사들은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당초 예상보다는 선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팀이 출전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의 시차 때문에 많은 경기가 아침시간에 중계됐다. 브라질 월드컵 때는 오후나 프라임 타임 중계가 많았다.


텔레문도 레이 워런 사장은 이런 장애들에도 불구하고 컴캐스트가 소유하고 있는 스페인어 방송인 텔레문도가 광고주들에게 약속한 시청자 숫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텔레문도 시청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멕시코가 4경기나 가진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워런은 “멕시코가 4경기를 갖게 될 것으로 보고 계획과 예산을 세웠다”며 “신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고 말했다. 멕시코 경기는 텔레문도가 가장 많은 시청자를 끌어 모았던 두 경기를 차지했다. 지난 6월23일 한국과의 경기는 710만명, 그리고 독일과의 6월17일 경기 시청자는 742만명이었다. 이 숫자는 온라인 스트리밍 시청자 80만명을 포함한 것이다.

텔레문도는 월드컵을 통해 총 2억5,000만달러의 광고수입을 올릴 것으로 추산한다. 4년 전 유니비전은 1억7.700만달러의 광고수입을 기록했었다. 폭스는 아직 구체적 액수를 밝히지 않고 있다. 4년 전 월트디즈니의 ESPN과 ABC는 1억1,2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폭스는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그리고 2019년과 2023년 여자월드컵 중계권료로 4억달러를 지불했으며 텔레문도는 6억달러 이상을 질렀다. 디즈니와 유니비전이 낸 액수의 두 배에 달한다. 폭스와 텔레문도는 북미에서 열리는 2026년 대회를 위해 거의 10억달러 가량을 지불했다.

폭스 경영진은 2014년 대회보다 시청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왔다. 미국이 탈락하면서 시청률과 광고판매 전망치를 크게 낮추었다. 그러면서 중계를 위한 비용도 크게 축소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 경기가 진행되면서 시청률은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평소 축구에 크게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TV 앞으로 끌어 모으기 때문이다. 폭스스포츠의 임원인 마이크 멀비힐은 “대회가 진행될수록 이른 아침 중계가 줄어들게 되며 이것은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미국팀의 빈자리도 덜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폭스의 크로아티아와 덴마크의 16강전 중계는 590만 시청자를 기록했다. 7월3일 브라질과 멕시코, 그리고 일본과 벨기에의 경기는 2010년과 2014년 대회 같은 토너먼트일자 경기에 비해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였다. 텔레문도의 시청자도 대회가 진행될수록 계속 증가해왔다.

과거 미국팀의 경기는 시청률 대박을 기록했었다. 미국은 1986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출전에 실패했다. 브라질 월드컵 당시 미국과 포르투갈의 예선 경기는 무려 1,820만명의 ESPN 시청자를 기록했으며 유니비전 시청자도 650만에 달했다. 한 스포츠미디어 컨설턴트는 “시청률을 치솟게 하는 것은 미국팀이다. 평소 축구에 그리 열광적이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미국팀 경기는 애국심과 열정을 갖고 지켜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계권 계약을 맺을 때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타르에서 열리는 2022년 월드컵의 시간차이는 미국 시청자들에게 그리 좋지 않다. 또 이 대회는 NFL 시즌과 경쟁해야 하는 겨울철에 열리게 된다. 하지만 북미에서 열리는 2026년 대회는 대박찬스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시간이 미국 시청자들에게 최적화 돼있을 뿐 아니라 주최국들이 자동출전권을 얻기 때문이다.

워런 텔레문도 사장은 이번 월드컵 중계로 텔레문도가 유니비전에 뒤처진 2등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 미국 내 선두 스페인어 방송 위치에 오를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런은 “그렇기에 우리는 그 많은 중계료를 지불했다”며 “스페인어 사용 시청자들의 마음과 정신을 텔레문도로 옮겨오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진짜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텔레문도 조사에 따르면 라티노 인구 중 71%가 축구팬이라고 밝혔다. 이들 중 62%는 축구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서라면 다른 프로그램을 포기할 생각이 있다고 응답했다. 폭스 역시 이번 중계를 폭스스포츠1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적극 활용했다. 또 폭스는 중계권 입찰 때 어떤 영어 방송들보다도 더 많은 경기를 무료인 공중파를 통해 중계하겠다는 계획을 강조했었다.

<LA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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