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관세, 두부와 감세

2018-07-16 (월)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작게 크게
트럼프, 관세, 두부와 감세

폴 크루그먼

최근 나온 올해 전반기 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활발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아니, 사실이 그렇다.

미국산 콩은 주로 중국으로 수출된다. 그러나 베이징은 미국산 콩에 보복관세를 매기면서 대두 수입 시장을 브라질로 옮겼고, 브라질로부터 콩을 수입하던 국가들은 미국으로 수입원을 교체했다.

관세폭탄 전망이 일시적으로 미국의 수출을 대폭 늘리는 왜곡된 결과를 가져오면서 미국의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0.6퍼센트 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불과 몇 개월 안에 미국 경제는 2분기에 기록한 추가상승분을 모두 헌납하고 그보다 훨씬 큰 폭으로 뒷걸음질 칠 것이다.

임박한 무역전쟁 덕분에 미국산 대두 가격은 이미 곤두박질쳤으며 이 때문에 콩의 주요 산지인 아이오와의 농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가 무얼까?

부분적인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의 무역 전쟁이 가져올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서다. 무역전쟁은 아이오와 농부들을 비롯,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손해를 입히게 된다.

사실상 무역전쟁은 트럼프의 반대자들보다 그의 지지자들에게 일반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반면 트럼프의 무역전쟁으로 전혀 뜻밖의 국가들이 이익을 보기도 할 것이다. 브라질도 그중 하나다. 브라질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트럼프가 추구하는 아젠다의 일부인가?

그러나 내가 콩 타령을 늘어놓은 주된 이유는 이달 말 미국의 2분기 GDP(국내총생산) 잠재성장률이 나올 때 따라올 혼란을 미리 경고하기 위해서다.

아마도 2분기 GDP 보고서의 헤드라인 수치는 4% 이상의 성장으로 제법 근사하게 보일 것이다. 그러면 트럼프는 자신의 경제정책이 제대로 먹히고 있다며 동네방네 나발을 불어댈 것이고, 쉽게 속아 넘어가는 일부 언론인들은 그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 쓸 것이다.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것은 (a) 분기별 성장의 변동은 대부분이 잡음일 뿐 장기 경제 전망에 관해 알려주는 바가 거의 없으며 (b) 거시경제지표들은 트럼프의 주된 정책 성과물인 지난해의 감세가 지지자들에게 약속했던 효과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사실이다.

이제 분기별 성장률에 관해 알아보자: 과거의 기준으로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막을 내린 이후 미국 경제는 놀랄 만큼 일관된 성장세를 유지했다. 일자리 증가 역시 정치적 사건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것처럼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GDP는 2014년 1분기와 2분기에 연속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다가 3분기에 무려 5.2%의 고속성장을 기록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였다.

여기서 배워야 할 교훈은 분명하다. 세계의 콩 무역시스템 재편과 같은 사건으로 인해 촉발되는 일시적인 단기 성장 부진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원래의 정책의도를 살펴보고 그것을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찾을 수 있다. .

먼저 2017년도 감세를 들여다보자. 트럼프 무역전쟁의 논리는 불투명하기 짝이 없다. 무엇을 어떻게 달성하려는 것인지 조차 뚜렷치 않다.

그래도 감세안 입안자들은 한 가지 이론을 갖고 있었다: 기업세를 인하하면 투자가 대폭 늘어나고, 이것이 생산성 증가를 불러와 결국 고임금의 형태로 근로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감세로 근로자들이 즉각적인 혜택을 본다는 것은 늘 그렇듯 빤한 헛소리에 불과하다. 실제로 지난 5월 인플레 조정을 거친 보통 근로자의 시급은 1년 전에 비해 약간 낮아졌다.

어쨌건 이론대로라면 법인세 인하는 막대한 투자 증가를 가져와야 한다.

지난해 나는 독립기구들 가운데 유일하게 감세효과를 지극히 낙관적으로 평가한 택스 파운데이션이 작성한 기업투자 증가 예상치를 들여다보았다. 당시 택스 파운데이션은 감세로 인한 기업투자 증가폭을 GDP의 3%에 달하는 약 6,000억달러로 예상했다.

그러나 그 같은 기업투자 증가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자본재 주문을 비롯한 기업투자 선행지수는 앞으로 투자 붐이 일어날 것이라는 그 어떤 신호도 보여주지 않았다.

두말 할 나위 없이 기업들은 엄청난 감세 혜택을 누렸다. 그러나 법인세 징수액은 감세가 단행된 후 오히려 곤두박질 쳤다. 기업들은 감세로 생긴 추가 여유자금을 투자확대가 아닌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인상에 투입했다.

그 결과, 대다수의 애널리스트들이 2% 미만으로 예상한 미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예상치를 넘을 것이라는 기대는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다.

감세는 외국인들이 전체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주식보유자들에게 큰 혜택이 돌아간다. 반면 미국인 노동자들의 손에 쥐어지는 혜택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감세 지지자들이 다투어 제시한 약속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다.

무역전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은 미국 경제에 최대한의 자해를 가하는 방향으로 고안된 듯이 보인다. 올해 전반기에 나온 보고서는 무역 전쟁이 투자 증가가 아니라 감축으로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번 경제 성장수치가 만들어낼 헤드라인을 기대할 수 있을까? 전혀 없거나 거의 없다. (보다 분명히 말하자면, 분기 수치가 예상보다 나쁠 경우 더더욱 그렇다.)

단기성장은 전혀 의미가 없는 잡음에 불과하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