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윔블던 남자단식 준결승 - 마라톤 혈투에서 ‘마라톤맨’ 꺾다

2018-07-14 (토) 김동우 기자
작게 크게

▶ 앤더슨, 이즈너에 5세트 26-24 신승으로 윔블던 결승 진출

▶ 나달-조코비치 4강전은 너무 늦게 시작해 오늘 4세트 재개

윔블던 남자단식 준결승 - 마라톤 혈투에서 ‘마라톤맨’ 꺾다

6시간 반에 걸친 ‘마라톤 혈투’를 펼친 잔 이즈너(왼쪽)와 케빈 앤더슨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AP]

윔블던 남자단식 4강전 두 경기가 13일 펼쳐졌다. 이날 경기를 마치고 결승 매치업이 확정됐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4강전 첫 경기가 무려 6시간36분에 걸친 극한의 ‘마라톤’ 매치가 되면서 시작이 지연된 두 번째 경기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13일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벌어진 대회 남자단식 준결승 첫 경기에서 대회 8번시드 케빈 앤더슨(남아공)은 9번시드 잔 이즈너(미국)과 마지막 5세트에서만 무려 50게임을 치르는 말 그대로 ‘혈전’ 끝에 세트스코어 3-2(7-6, 6-7, 6-7, 6-4, 26-24)로 승리, 지난해 US오픈에 이어 생애 두 번째 메이저 결승에 진출했다. 최종 5세트에는 타이브레이크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는 윔블던 규정 때문에 어느 한 선수가 두 게임차로 승리할 때까지 경기가 계속되면서 이날 마지막 5세트는 앞선 첫 4세트동안 치른 게임수 합계(49)보다 한 게임 많은 50게임을 치러야 했다. 이날 두 선수가 치른 총 99게임은 그랜드슬램 역사상 준결승 매치로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종전기록은 1969년 호주오픈에서 로드 레이버와 토니 로셰가 세운 90게임이었다.

이 경기가 워낙 오래 걸리면서 이어 벌어진 2번시드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12번시드 노박 조코비치의 두 번째 준결승은 3세트 타이브레이크를 마친 뒤 현지시간으로 밤 11시 시간제한에 걸려 잔여경기가 14일로 순연됐다. 현재까지 이 경기에선 조코비치가 세트스코어 2-1(6-4, 3-6, 7-6)로 앞서가고 있다. 첫 두 세트를 주고받은 두 선수는 3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20포인트까지 가는 손에 땀을 쥐게한 접전 끝에 조코비치가 11-9로 승리, 세트스코어 2-1 리드를 잡고 하룻밤을 보내게 됐다.


6피트10인치의 이즈너와 6피트8인치의 앤더슨은 농구선수 급 키 때문에 ‘고공대결’로 관심을 모았으나 양 선수 모두 강서브를 앞세워 자기 서브게임을 거의 놓치지 않으면서 첫 3세트가 모두 타이브레이크에서 결정됐고 경기는 계속 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타이브레이크가 없는 최종 5세트에 들어가지 경기는 그야말로 끝이 보이지 않는 극한의 지구력 대결로 돌변했고 승부는 결국 5세트 50번째 게임에서야 결정된다. 49번째 게임에서 이즈너의 서브를 브레이크해 5세트에서 유일한 서브 브레이크를 기록한 앤더슨은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켜내 극적인 마라톤 매치를 끝내는데 성공했다.

놀라운 사실은 이날 경기가 엄청난 마라톤이었음에도 윔블던 최장시간 경기 기록에는 전혀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 기록은 지난 2010년에서 기록된 것으로 역시 이즈너가 치른 경기였다. 이즈너는 니콜라스 마훗과 최종 5세트에서 무려 138게임까지 가는 장장 11시간5분에 걸친 혈투 끝에 승리한 바 있다. 이번 이즈너-앤더슨 경기보다 게임 수로는 거의 3배, 경기 시간으로는 4시간 반이나 더 길다. 이로써 이즈너는 역대 최장시간 혈투 기록 1, 2위를 모두 보유하게 돼 진정한 ‘마라톤맨’이 됐다.

한편 앤더슨은 8강전에서도 대회 탑시드 로저 페더러와 풀세트 접전 끝에 마지막 5세트를 13-11로 따내는 등 결승까지 오르기 위해 마지막 두 경기에서 연속 마라톤 혈투를 치러야 했다. 앤더슨은 지난해 US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결승에 올랐으나 나달에 패해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김동우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