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크로아티아 ‘투혼’ 결승까지

2018-07-12 (목) 김동우 기자
작게 크게

▶ 만주키치의 연장 후반 역전골로 잉글랜드에 2-1

▶ 15일 결승서 프랑스 상대로 사상 첫 우승 도전

크로아티아 ‘투혼’ 결승까지

크로아티아의 스트라이커 마리오 만주키치가 연장 후반 4분 결승으로 가는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고 있다. [AP]

크로아티아 ‘투혼’ 결승까지

결승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는 만주키치. [AP]


월드컵 결승 매치업으로 많은 팬들이 기대했던 역사적인 ‘영불 축구전쟁’은 불발됐다. 대신 동유럽의 강호 크로아티아가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 프랑스와 패권을 놓고 격돌하게 됐다.

11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테디엄에서 벌어진 2018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 두 번째 경기에서 크로아티아는 1-1로 맞선 연장 후반 4분에 터진 마리오 만주키치의 천금 같은 결승골로 ‘축구종가’ 잉글랜드를 2-1로 제압했다. 이로써 크로아티아는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4강(3위)을 넘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결승무대에 진출하는 새 역사를 쓰며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반면 잉글랜드는 1966년 자국 월드컵 우승 이후 52년 만에 다시 결승 진출을 노렸지만 경기 시작 5분 만에 터진 키어런 트리피어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뼈아픈 역전패를 당해 두 번째 우승도전을 마감했다. 프랑스와 크로아티아의 결승전은 오는 15일(일) 오전 8시(LA시간)부터 루즈니키 스테디엄에서 펼쳐진다. 이에 앞서 14일(토) 오전 7시부터는 벨기에와 잉글랜드의 3~4위전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벌어진다.


20년 만에 다시 월드컵 4강 무대에 오른 크로아티아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준결승까지 진출한 잉글랜드는 이날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덴마크와 16강, 러시아와 8강전에서 모두 승부차기까지 갔던 크로아티아는 단 사흘을 쉬고 다시 나선 이 경기에서 또 다시 연장 혈투를 벌여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3연속 연장승부를 펼치는 투혼으로 결승에 오른 팀이 되는 기록을 세웠다.

기선은 잉글랜드가 잡았다. 경기 시작 5분 만에 크로아티아 페널티아크 바로 뒤에서 얻은 프리킥을 트리피어가 선제골로 연결시켰다. 수비벽을 넘어 골문 상단 오른쪽 구석에 꽂히는 절묘한 프리킥 골이었다. 트리피어의 A매치 첫 골이 된 이 골로 이번 대회 12골을 기록한 잉글랜드는 자국의 단일 월드컵 최다골 기록을 세웠다. 특히 이 12골 중 무려 9골이 세트피스에서 얻어낸 골이었다.

이후에도 잉글랜드는 계속 날카로운 공세로 크로아티아 골문을 위협했다. 특히 라힘 스털링이 후방에서 직접 연결된 롱패스를 받아 빠른 스피드로 수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전반 30분에는 6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는 해리 케인이 골문 앞에서 잇달아 두 차례 절호의 득점기회를 잡았지만 모두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고 36분에는 델리 알리의 패스를 받은 제시 린가드가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오픈 찬스를 잡았으나 오른발 슈팅이 오른쪽으로 빗나갔다.

하지만 전반 19분이 돼서야 이반 페리시치가 왼쪽에서 날카로운 중거리슛으로 첫 슈팅을 기록한 크로아티아도 이후 갈수록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32분에는 안테 레비치의 날카로운 왼발 슈팅으로 경고 사격을 하는 등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예고했다.

그럼에도 잉글랜드가 주도하는 경기 흐름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잉글랜드는 후반 11분 트리피어가 오른쪽 측면으로 골문 앞으로 올린 크로스를 케인이 다이빙 헤딩으로 연결하기 직전에 커트당하는 등 찬스를 살리지 못해 불안한 1골차 리드를 이어갔다. 그리고 결국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크로아티아는 후반 23분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동점골을 뽑아내는데 성공했다. 후반 23분 오른쪽 측면에서 시메 브라살코가 골문 앞으로 크로스를 올리자 페리시치가 달려들며 왼발을 쭉 뻗는 감각적인 발리슈팅으로 잉글랜드의 골문을 갈랐다. 잉글랜드 수비수 카일 워커가 헤딩하기 직전 공중으로 점프한 상태로 왼발을 쭉 뻗어 날아오는 볼을 그대로 골문 안쪽으로 밀어 넣는 마무리가 돋보였던 장면이었다.

트리피어의 선제골 이후 거의 65분 이상을 앞서가다 동점을 허용한 잉글랜드는 이후 급격히 흔들렸고 크로아티아는 이후 페리시치의 슈팅이 오른쪽 골대를 때리고 튀어나가는 등 적극적인 공세로 여러 차례 찬스를 만들어내며 오히려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균형은 쉽게 깨지지 않았고 결국 승부는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크로아티아는 연장 전반 초반에도 만주치키가 골문 앞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으나 슈팅이 뛰쳐나온 잉글랜드 골키퍼 조던 픽포드의 다리에 걸리며 최고의 찬스를 놓쳤다. 잉글랜드 역시 연장 전반 8분께 코너킥에서 존 스톤스의 헤딩슛이 골문 안으로 향했지만 골라인을 지키던 브라살코가 헤딩으로 걷어냈다.

결국 승부는 연장 후반 4분에 터진 크로아티아의 역전골로 판가름났다. 잉글랜드 문전에서 수비수가 걷어낸 볼을 페널티박스 외곽 왼쪽에서 페리시치가 골문을 등진 채 점프해 백헤딩으로 다시 골문 쪽으로 연결했고 이를 만주키치가 달려들며 왼발로 차 넣었다. 잉글랜드는 막판 수비수 워커를 빼고 골잡이 제이미 바디를 투입하며 사력을 다했으나 끝내 크로아티아 골문을 열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

<김동우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