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법이민과 아이들

2018-06-29 (금) 남선우 변호사
작게 크게
불법이민과 아이들

남선우 변호사

아이에게 젖을 먹이던 엄마에게서 아이를 빼앗아 간다. 아빠나 엄마는 이민단속국 직원들에 의해 체포되고, 동행하던 서너 살짜리 아이들은 울고 불며 낯선 사람들에 둘러싸인 채 탁아소로 보내진다. 지난달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명한 멕시코 국경으로부터 미국에 입국하려는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무관용과 아이들 분리정책의 결과였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비난이 이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딸 이방카의 충언이 주효했는지 트럼프가 불법입국시도자들로부터 아이들을 격리시키는 정책을 행정명령으로 뒤엎은 게 지난 20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2,300명으로 추산되는 아이들은 즉각 추방되었거나 이민재판에 회부되어 있는 부모들로부터 때로는 3,000마일 떨어져 있는 시설에서 돌봄을 받고 있다. 특히 기자들의 접근이 금지돼 있는 4세 미만 아이들 시설들에서 셀폰으로 유출돼 나온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멜라니아 여사의 심금을 울렸던 것 같다. 그는 21일 10대 청소년들이 수용되어 있는 텍사스 주 교회단체가 운영하는 시설을 시찰하면서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사람들이 되라”고 아이들을 격려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멜라니아 여사는 부모들로부터 격리된 아이들이 가족과 재결합해야 마땅하다고 했지만 일부는 이미 추방되었고 일부는 유치장에 있는 상황에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가 방문했던 시설에는 60여명의 청소년들이 거주하는바 6명이 최근 가족분리 정책 탓에 부모들과 헤어진 아이들이고 나머지는 어른들 없이 혼자서 멕시코 국경을 넘어온 미성년자들이란 보도다.


그러고 보니 약 4년 전 본지에 ‘윌버포스 법’이란 제목의 칼럼을 쓴 기억이 난다. 그때도 ‘인도주의적 위기’만이 아니라 ‘미국의 스캔들’이라고 불법이민 상황을 개탄한 한 칼럼니스트의 지적을 언급했다. 윌리엄 윌버포스는 19세기 영국 정치인으로 노예매매를 불법화시키는데 앞장섰기 때문에 인신매매 희생자 보호법에 그의 이름이 붙게 되었다. 2000년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 입법되었고 부시 대통령 퇴임직전인 2008년 12월23일에 연장 시행된 바 있다. 전 세계 성노예 매매의 피해자들 중 청소년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을 보호한다는 취지였으니까 상하양원에서 초당적인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던 기록도 남겼다.

그러나 그 법의 희생자들은 아이들이었으며 그 법의 최대 수혜자들은 인신매매 장사꾼들이라고 찰스 레인이라는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가 2014년에 주장했다. 왜냐하면 혼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미성년자들이 2012년엔 5,000명 정도였다가 2013년 10월부터 2014년 6월까지 5만2,000명으로 열 배 이상 증가한 이면에 멕시코의 인신매매 마피아들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한 아이 당 5,000달러 내지 1만 달러 씩 받고 과테말라 등 중남미 국가들에게 미국에 갈 아이들을 모집했다는 것이다.

윌버포스 법에서 단신 입국하려는 미성년자들이 성매매의 희생자일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 그들에게 이민재판을 보장하고 있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민판사들의 폭발적 업무량 때문에 재판이 있기까지는 몇 년이 걸리고 그동안 그 아이들에게 친척들이 있으면 친척들 집에서, 친척들이 없으면 비영리 자선단체들이 운영하는 아동시설에서 보호를 받게 된다.

물론 그들을 부양하고 교육시키는 비용은 고스란히 연방정부와 주정부들의 몫이다. 주로 중남미에서 온 미성년자들을 돌보는 시설들을 운영하는 비용이 연 10억달러 규모라는 보도도 있다.

2014년 7월12일자 나의 칼럼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오바마는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상원의 이민개혁법을 심의조차 안한 까닭에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 투인 반면 공화당에서는 오바마가 드림법이다 해서 불법체류 미성년자들이 학생이면 추방유예를 받도록 행정조치를 한 것이 현 사태악화에 기여했다고 반박한다. 미국으로 잠입하는 아동들을 포함한 불법이민 문제는 미국의 큰 골칫거리로 남아있을 확률이 크다.”

2016년 트럼프 당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백인들의 반이민정서가 멕시코와의 국경에 담을 쌓아 불법이민을 발본색원 하겠다는 그의 공약과 찰떡궁합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2018년 중간선거와 2년 후의 대선에서 계속 그의 부동지지층의 반이민정서를 최대한 부추길 것은 명약관화다.

또 민주당은 상하양원의 탈환작전에 있어서 소수계 이민자들의 압도적 지지에 기대는 동시에 트럼프의 최근 ‘비인도적 아이들의 분리’ 결정이 공화당의 온건파들을 경악시켜 민주당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에 기대를 두는 듯하다. 불법이민 문제해결은 전도요원할 것이라는 비관이 앞선다.

<남선우 변호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