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구두 밑창의 색에 대한 권리: 루부탱과 YSL

2018-06-26 (화) 하윤 케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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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 루부탱은 빨간색 밑창으로 유명한 구두 브랜드다.

디자인을 불문하고 빨간 밑창을 댄 루부탱 신발은 색의 대비로 시선을 잡아끈다. 1991년에 탄생한 이 브랜드는 모나코의 캐롤라인 공주가 매장에 방문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며 단시간에 유명세를 탔다. 이후 스타들의 사랑을 받으며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루부탱은 각종 노래 가사에서도 풍자되며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었다.

최근에는 미국의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애용하는 브랜드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운동화나 컴포트 슈즈가 유행하는 요즘에도 루부탱은 굽의 높이가 5인치나 되는 아찔한 스틸레토 힐을 포기하지 않는다. 브랜드의 이미지 주축인 새빨간 밑창은 우연히 탄생했다.


출시할 구두를 보고 있던 루부탱이 ‘한 방’을 고민하다 어시스턴트의 매니큐어를 보고 이를 구두 밑창에 칠한 것이다.

패션은 돌고 도는 것인지, 아니면 루부탱과 같은 영감을 얻은 것인지, 2011년 YSL이 비슷한 제품을 내놓았다. 과감한 색감의 밑창을 댄 스틸레토 힐을 여럿 출시한 것이다. YSL의 제품은 구두의 밑창 색을 몸체의 색과 동일하게 만들었다.

신발의 외관을 선홍색이나 초록색 등 한 가지 색으로 통일한 것이다. 상품 이름도, 로고도 아닌 밑창의 색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루부탱은 2008년에 등록한 붉은색 밑창에 대한 상표권을 근거로 YSL의 제품이 자사의 상표를 침해했다는 소송을 냈다.

루부탱은 YSL이 자사 상표를 침해하고 희석했으며, 부정경쟁 등을 했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YSL의 전체가 붉은 신발과 기타 빨간 밑창을 사용한 신발 모두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요청했다. 반면 YSL은 빨간 밑창에 대한 루부탱의 권리를 박탈할 것을 주장했다.

빨간색 밑창이 루부탱 제품임을 나타내는 식별력이 없을 뿐 아니라 신발 밑창의 색은 단지 장식적이고 기능적 요소이기 때문에 상표 등록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장식적이며 기능적 요소는 상표법보다는 특허법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법의 보호를 완전히 못 받는 것은 아니다.) 상표법이 제품의 장식 요소나 기능 요소를 보호하지 않는 것은 기능 요소에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심은 YSL의 손을 들어줬다. 단색의 색상 상표는 본질적으로 기능적이기 때문에 루부탱의 상표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반면 2심에서는 루부탱이 승소했다. 2심은 단색의 색상 상표가 본질적으로 무효인 것은 아니며 이는 패션 업계에도 적용된다고 했다.

즉, (1)어떤 디자인이 상품의 사용이나 목적에 필수적이거나, (2)특정 디자인이 상품의 가격이나 질에 영향을 미치거나, (3)해당 디자인에 독점권을 주는 것이 경쟁자의 경쟁력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경우에는 문제의 디자인에 상표권을 부여할 수 없지만 특정 디자인이 구매욕을 일으키는 요인이라면 이를 반드시 기능적 요소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색상에도 독점권이 주어질 수 있기 때문에 루부탱의 빨간색 밑창이 식별력을 가졌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법원은 빨간 밑창이 단순히 눈에 띄는 디자인 특징임을 넘어 이차적 의미를 가지게 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소비자 의견 조사, 루부탱의 광고 비용, 미디어 노출 등이 이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었고 루부탱은 빨간 밑창이 소비자들에게 루부탱을 연상시킨다는 이차적 의미를 인정받았다. 그렇지만 모든 빨간 밑창에 대해 루부탱이 이차적 의미를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증거로 제출한 대부분의 루부탱 제품은 신발의 색이 빨간 밑창과 달라 밑창의 색이 돋보이는 디자인이었다. 반면 YSL은 붉은 색을 포함하여 신발과 밑창 색이 모두 동일한 구두를 1970년대부터 판매한 사실을 입증했다. 따라서 법원은 신발과 밑창이 모두 붉은색인 경우 루부탱에게 이차적 의미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결과적으로 루부탱은 미국 시장에서 대비되는 빨간색 밑창에 대한 독점권을 얻었다. 따라서 앞으로 어떤 브랜드라도 신발의 본체와 대비되는 빨간색 밑창을 사용한다면 루부탱의 상표권을 침해하게 된다.

www.hayoonkanelawfirm.com

<하윤 케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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