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상국가 북한’, 가능할까

2018-06-25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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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와 덕담이 오가는 광경이 TV를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되는 가운데 한국전쟁은 발발 68년 만에 마침내 종결됐다.”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보수 논객 제임스 핑커튼이 내린 총평이다.

2018년 6월 초순의 시점에 잇달아 열린 두 개의 주요 국제회의, 퀘벡 G7 정상회담과 싱가포르 회담은 극도로 대조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성명을 거부함으로써 G7 회담은 혼란 속에 막을 내렸다. 반면 김정은과의 만남은 화기애애한 가운데 끝났다.

동맹국끼리의 정상회담은 냉랭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공적 1호격이었던 북한과의 회담은 우호적 분위기에서 전개됐다. 무엇을 말하나.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는 것이 핑커튼의 진단이다.


한국전쟁은 이제 사실상 완전히 종식, 냉전은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됐다는 거다.

지긋지긋하다. 68년이란 세월동안 한국인들의 영과 혼을 짓눌러 왔으니. 그 6.25의 망령은 그러면 이제 정녕 사라지게 된 것일까. ‘그렇다’가 누구나 바라는 답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될 때 가능한 답이 아닐까. 북한이 ‘정상국가’(normal state)가 됐을 때라는.

국제법과 규범을 지킨다. 정책의 최우선순위는 국민의 안녕과 번영이다. 정상국가에 대한 기본적 정의다. 수령유일지배체제의 북한이 과연 이 같은 정상국가가 될 수 있을까.

“회담을 통해 비핵화가 실현되든 아니든 진짜 중요한 것은 북한이 궁극적으로 어떤 종말을 향해 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오티스의 존 그로우버의 지적이다.

“현재의 형태로 북한의 시스템은 유지가 불가능하다.” 이 같은 지적과 함께 그는 북한문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중 하나로 결말이 날 것으로 결론짓고 있다. 지속적 경제개혁을 통해 북한이 세계경제에 편입되는 것이 그 하나다. 다른 하나는 붕괴다. 또 다른 하나는 전쟁이다.

가장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결말은 첫 번째, 다른 말로 하면 북한이 정상국가가 되는 것이다. 이는 미국, 한국 등 대부분의 주변 국가들의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그럴 때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지역에 진정한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6.25의 망령도 사라지게 되니까.

트럼프가 싱가포르 회담에서 제시한 것도 그것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단행하면 그 보상으로 체제를 보장하고 경제적 풍요와 함께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는 거다. 말하자면 정상국가가 될 것을 요구한 것. 그게 그런데 과연 가능할까.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수령유일지배체제 북한의 궁극적 목적은 정상국가들과 전혀 다르다. 그 점에서 불가능하다는 거다. ‘체제 자기보존’이 그 궁극적 목적이다. 개방은 때문에 그 체제로서는 최선의 코스가 아니다.

비핵화를 내걸고 분주한 정상외교를 펴고 있다. 김정은의 움직임은 트럼프와 국제사회의 압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술적(tactical)차원의 것으로 전략적(strategic)움직임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단지 생존을 위해 미국과 거래하려는 것 일뿐 진정한 변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개방은 그렇지 않아도 부서지기 쉬운 북한 사회에 엄청난 충격파를 불러 올 수 있다. 북한의 정상국가화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주장의 또 다른 이유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부유하고 자유롭고, 매력적인 체제의 존재다.” 북한문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의 지적이다. 중국과 베트남은 더 이상 한 민족 2개 국가가 아니다. 체제비교대상이 없다. 때문에 공산당은 권력을 유지한 채 경제적 개혁을 할 수 있었다.

북한은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대한민국이 잘 산다는 것을 상당수 북한주민은 개념적으로는 알고 있다. 그러나 개방이 돼 한국의 발전상과 자유와 풍요함을 직접 보고 느낄 때 거짓으로 일관해온 3대 수령유일지배체제는 그 존재이유를 바로 상실케 된다는 것.

정상국가로 전환한다는 것, 비핵화에, 개혁개방으로 간다는 것은 그러니까 김정은과 그 측근세력에게는 삶과 죽음의 선택일 수 있다. 그런 모험을 과연 김정은은 감수하려고 들까.

때문에 여전히 유력시 되는 전망은 붕괴 가능성이다. 북한 경제는 1989년 이후 거의 작동을 멈추었다. 160억 달러로 추정되던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은 50억 달러정도로 줄었다. 경제대란과 함께 주체사상은 체제를 지탱하는 이데올로기로 그 효능이 소진됐다.

이와 동시에 새로운 세력으로 불가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 것은 ‘시장 세력’이다. 시장에서는 물화(物貨)만 교환되는 것이 아니다. 정보도 교환된다. 장마당으로 불리는 이 시장 세력을 인정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김정은의 통제력 상실을 의미한다.

장마당, 시장경제를 순방향으로 받아드리려면 개혁개방은 역시 필연적이다. 그러니까 중국이나, 베트남식의 공산당 주도의 개혁개방으로 갈 수 밖에 없다. 그걸 막는 것은 백두혈통중심의 수령유일지배체제다. 그 결과는 뭘까. 체제의 내파(內破)내지 내폭(內爆)이다.

내려지는 결론은 이렇다. 판문점으로, 싱가포르로, 베이징으로. 부쩍 바빠진 김정은의 발걸음은 어떻게든 대파국을 막으려는 발버둥으로 시간은 결코 김정은 편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2018년 6월25일의 시점에도 6.25의 망령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내려지는 또 다른 결론이 아닐까.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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