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르헨의 악몽’

2018-06-22 (금)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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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아티아에 0-3 충격 참패…조별리그 탈락 위기

▶ 모드리치-라키티치 빛나…메시는 슈팅 1개로 침묵

‘아르헨의 악몽’

아르헨티나의 수퍼스타 리오넬 메시는 슈팅 1개에 그치며 팀의 참패를 막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AP]

‘아르헨의 악몽’

크로아티아의 중원지휘관 루카 모드리치(오른쪽)가 환상적인 중거리슛으로 추가골을 뽑아낸 뒤 환호하고 있다. [AP]


‘아르헨의 악몽’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의 월드컵이 악몽으로 치닫고 있다. 메시는 두 경기 연속 침묵을 지켰고 아르헨티나는 월드컵 무대에서 60년 만에 기록적인 참패를 당하며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몰렸다.

아르헨티나는 21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테디엄에서 벌어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동유럽의 강호 크로아티아에 0-3으로 완패했다. 크로아티아는 후반 8분에 터진 안테 레비치의 선제골과 후반 35분 루카 모드리치의 환상적인 추가골, 그리고 후반 추가 시간에 터진 이반 라키티치의 쐐기골을 앞세워 메시가 슈팅 1개에 그치며 침묵한 아르헨티나를 예상외의 큰 스코어차로 제압했다.

월드컵 무대에서 아르헨티나가 0-3으로 진 것은 지난 1958년 스웨덴 월드컵 때 체코슬로바키아에 1-6으로 무너진 이후 최다골 패배다. 아이슬란드와 1차전에서 1-1 무승부에 그쳤던 전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는 1무1패(승점 1)를 기록하며 이제 조별리그 탈락을 걱정해야 하는 신세로 내몰렸다. 반면 1차전에서 나이지리아를 2-0으로 꺾었던 크로아티아는 완벽한 경기 운영으로 대회 전 우승후보로 꼽혔던 아르헨티나마저 침몰시키고 2연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고 다크호스 우승후보 반열로 올라섰다.


이제 아르헨티나의 운명은 이제 22일 아이슬란드-나이지리아전과 오는 26일 나이지리아와의 최종전 결과로 결정되게 됐다. 만약 22일 경기에서 아이슬란드가 나이지라아를 꺾는다면 아르헨티나는 골득실 열세 때문에 최종전에서 나이지리아에 이겨도 탈락할 가능성이 큰 처지가 된다.

이날 아르헨티나는 서지오 아게로를 원톱, 메시를 처진 스트라이커로 하는 3-4-2-1 포메이션으로 나섰으나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와 이반 라키티치(바르셀로나)의 황금 미드필더 듀오를 보유한 크로아티아에 완전히 중원을 빼앗기면서 전혀 공격의 흐름을 타지 못했다. 메시의 바르셀로나 팀 동료인 라키티치와 최대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모드리치는 메시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선수들로 이들은 크로아티아의 중원을 완벽하게 지휘하면서 메시에게도 볼이 공급되는 것을 원천 차단했다. 메시가 볼을 구경하기도 힘든 처지가 되자 아르헨티나는 전반 내내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쏘지 못하는 등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전반 30분 마르코스 아큐냐가 왼쪽 측면을 돌파해 만든 찬스에서 엔조 페레스가 텅 빈 골문을 향해 왼발 슈팅을 했으나 골문 왼쪽으로 빗나간 것이 아르헨티나 입장에선 전반 유일한 찬스이자 가장 아쉬운 장면이었다. 크로아티아는 곧바로 2분 뒤 마리오 만주키치가 아르헨티나 골문 바로 앞에서 결정적 헤딩 찬스를 잡았으나 볼이 빗맞아 양팀은 전반에 결정적 찬스 하나씩을 교환한 셈이 됐다.

그렇게 이어지던 0의 균형은 후반 8분 아르헨티나 골키퍼 윌리 카바예로의 어이없는 실책이 튀어 나오면서 깨졌다. 수비수의 백패스를 카바예로가 반대쪽 수비수에게 살짝 패스하려던 것이 빗맞아 바로 앞에 있던 크로아티아 공격수 레비치 쪽으로 날아갔고 레비치는 상대의 ‘선물’을 놓치지 않고 오른발 발리슛으로 때려 아르헨티나 골네트를 흔들었다.

이후 반격에 나선 아르헨티나는 후반 17분 곤잘로 이과인이 왼쪽 측면을 돌파해 찔러준 크로스를 막시밀리아노 메사가 골문 바로 앞에서 때린 볼이 골키퍼 선방에 막혀 이날 마지막 찬스를 날렸다. 위기를 넘긴 크로아티아는 후반 35분 결정타를 날렸다. 모드리치가 아르헨티나 진영 중간에서 볼을 잡은 뒤 페널티아크 뒤쪽에서 수비수 한 명을 앞에 두고 오른발 감아차기 중거리포로 골대 오른쪽 안으로 파고든 그림 같은 추가골을 꽂아 넣었다.

이 한 방으로 승부는 끝났지만 크로아티아의 골은 하나 더 남아 있었다. 후반 추가시간 역습 상황에서 라키티치가 때린 날카로운 오른발슛을 카바예로가 간신히 막아냈으나 튀어나온 볼을 잡은 마테오 코바치치가 라키티치에게 다시 패스를 연결, 텅 빈 골문으로 3번째 골을 꽂아넣었다. 이날 슈팅 1개에 그치고 유효슈팅은 하나도 때리지 못한 메시는 충격 속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필드를 떠났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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