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홍준표·안철수·유승민, 최소 1년 재충전 거쳐야 구원투수 기회”

2018-06-22 (금)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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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 개업·귀국 등으로 주목… “세대교체 주자와의 경쟁 통해 인물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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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참패 책임론으로 2선으로 물러난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와 바른미래당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는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이번 선거에서 당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해 한계를 보여줬으므로 정계 은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있다. 반면 ‘배터리 충전’에도 적정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세 사람이 최소 1년 또는 1년6개월 이상 재충전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세 사람은 지난해 5월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각각 2·3·4위를 기록해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됐으나 이번 선거에서 큰 상처를 입었다.

지방선거에서 두 야당이 참패하자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각각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홍 전 대표는 “모두가 제 잘못”이라면서도 “아직 은퇴할 나이는 아니다”고 말해 정계 은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유 전 대표도 “대표직에서 물러나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면서 “저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또 바른미래당의 대주주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서울시장선거에 출마해 3위에 그치자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라며 “성찰의 시간을 당분간 갖겠다”고 말했다.

세 사람 중 현역 국회의원인 유 전 대표를 제외하고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정계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야권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특히 지난 19일 경기도 용문산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워크숍에서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안철수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며 안 전 대표의 정계 은퇴를 주장해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가운데 검사 출신인 홍준표 전 대표는 변호사 활동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홍 전 대표가 19일 제출한 변호사 재개업 신고서를 대한변호사협회가 21일 수리했기 때문이다. 2012년 12월 경남지사 보궐선거에 당선돼 변호사 휴업 신고를 낸 지 5년여 만에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홍 전 대표는 “변호사 활동을 재개할 생각이 없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휴업 중단 신청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 직후 외동딸의 대학원 졸업식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던 안철수 전 대표는 21일 귀국했다. 안 전 대표는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함께 딸 설희씨의 스탠퍼드대 박사과정 졸업식 참석차 지난 15일 미국으로 출국한 지 엿새만인 이날 새벽 4시쯤 입국했다. 안 전 대표는 당분간 선거 때 도움을 준 지지자들과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들에게 인사하고, 고심의 시간을 가진 뒤 향후 정치 진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바른미래당 워크숍에는 국민의당 계열의 안 전 대표 외에도 바른정당 계열의 유승민 전 대표도 불참해 화합의 의미가 퇴색되고 ‘반쪽 워크숍’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 사람의 진로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는 “단군 신화에 곰이 햇빛을 보지 못하면서 마늘과 쑥만 먹어서 사람이 됐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세 사람의 야권 지도자가 거듭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반성과 재충전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홍준표·안철수·유승민 전 대표는 앞으로 최소한 1년 이상 뒤로 물러나 성찰의 시간을 갖고 비전과 노선을 재정립해야 한다”면서 “그 사이에 세대 교체를 내걸고 성장하는 젊은 지도자들과 기존의 세 주자가 경쟁하는 과정에서 보수 야당의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여권에는 차기 대선주자군이 풍성하기 때문에 보수 야권에서도 인물을 제대로 키워내야 우리 사회의 좌우 두 날개가 모두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지금까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도하는 시즌이었다”면서 “주전 투수였던 홍준표·안철수·유승민 전 대표가 대선 패배 이후 몇 개월 만에 조급하게 당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패착이었다”고 분석했다. 황 평론가는 “세 사람은 앞으로 1년 반 이상 정치 전선에서 벗어나 국내와 해외를 돌아다니며 민심을 읽고 국정 비전에 대해 공부하면서 재충전 시간을 가져야 구원투수가 될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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