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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는 가볍고 부담없이… 결혼은 진지하게

2018-06-22 (금) 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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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트 웹 이용 즐기지만, 평균 교제기간 6년 반, 남 29.5세 여 27.4세‘만혼’

▶ 자기 자신 안정에 힘쓰며, 파트너 더 알려고 노력, 이혼 않는 결혼생활 중시

섹스는 가볍고 부담없이… 결혼은 진지하게

과거에 결혼은 성인이 되는 첫걸음이었으나 지금은 마지막 단계가 되었다. 밀레니얼 세대는 커리어가 완전히 안정된 후에 결혼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림 Errol F. Richardson]

쉽게 데이트 상대를 만날 수 있는 ‘틴더’(Tinder) 앱이라든가 ‘후킹 업’(hooking up), FWB(friends with benefits, 연애감정 없이 편하게 섹스할 수 있는 친구) 같은 단어를 만들어낸 밀레니얼 세대는 섹스를 가볍고 부담없게 여기는 제너레이션이다.

그러나 평생을 약속하는 진지한 관계에 관한 한 이들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것으로 새로운 연구 결과 드러났다.

로맨스를 연구하는 인류학자이며 데이트 사이트 매치닷컴(Match.com)의 컨설턴트인 헬렌 피셔는 ‘빠른 섹스, 느린 사랑’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캐주얼 섹스의 관계와 오래 걸리는 헌신된 관계를 나란히 병치하는 표현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결혼을 늦게 하고 아이도 늦게 낳을 뿐만 아니라 결혼하기 전 서로를 알아가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 이하모니(eHarmony)의 새 연구에 의하면 어떤 사람들은 거의 10년 동안이나 친구나 로맨틱 파트너로 지낸 후 결혼에 골인하기도 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5~34세의 미국인 커플은 결혼 전에 평균 6년반 동안 알고 지냈다. 그런데 윗세대의 다른 연령대에서는 그 기간이 평균 5년이었다.

이하모니 보고서는 결혼했거나 장기간 관계를 유지했던 성인 2,084명을 온라인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그 내용은 연령, 성별, 지역에서 인구통계학적으로 미국을 대표할 수 있으며, 여기서 드러난 만혼 추세는 전국 센서스와도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줄리안 심슨(24)과 남자친구 이안 도넬리(25)가 전형적인 모델이다. 이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었고 대학 졸업 후 뉴욕에서 동거해왔지만 결혼을 서두르지는 않고 있다. “결혼하기에는 너무 어린 것 같다”는 심슨은 아직도 알아야할 것이 많다며 자기 삶이 좀 더 정돈되면 결혼하겠다고 말했다.

그녀가 결혼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은 두 사람 모두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재정적 안정을 얻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여행을 많이 하고, 다양한 커리어를 탐색하며, 로스쿨 진학을 고려하는 일 등이다.

“결혼은 동반자 관계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법적으로 헌신하기 전에 내가 누구이고, 재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며, 얼마나 안정적인 사람인지를 알고 싶다”고 말한 그녀는 “어머니는 이런 방정식에서 모든 로맨스를 빼고 있다고 말하지만 결혼이란 게 단순한 사랑이 아니라는걸 알고 있다”고 부언했다.

관계를 연구하는 사회학자, 심리학자 등 전문가들은 결혼에 대한 이처럼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태도는 지난 수십년 동안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합류하면서 정상적인 현상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 기간 동안 결혼 중간 연령은 1970년에 남자 23세, 여자 20.8세에서 2017년 남자는 29.5세, 여자 27.4세로 늘어났다.


지금은 남자와 여자 모두 정착하기 전에 출세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고, 많은 사람이 학자금 빚과 높은 집값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그들은 가정을 꾸리기 전에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어떤 이들은 자녀를 갖는 것에 대해서는 양면성을 보이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혼하지 않고 결혼생활을 올바로 끌고 갈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을 원한다는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UCLA 사회 심리학과의 벤자민 카니 교수는 “사람들은 결혼에 대한 관심이 적어서 결혼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결혼에 대해 더 많이 신경 쓰기 때문에 결혼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존스 홉킨스의 사회학자 앤드류 셜린은 이러한 현상을 ‘갓돌(쐐기돌) 결혼’이라고 부른다.

“갓돌은 아치를 건축할 때 맨 꼭대기 중심에 마지막으로 꽂아 전체 하중과 균형을 지탱하는 돌”이라고 설명한 닥터 셜린은 “과거에 결혼은 성인이 되는 첫걸음이었으나 지금은 마지막 단계”라고 말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결혼은 자기 인생이 완전히 질서를 찾은 후에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그는 “그렇게 준비가 된 후에야 온가족과 친구를 모아놓고 축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닥터 피셔는 “구애와 헌신으로 가는 긴 시간 동안 이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파트너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더 많이 배우기 때문에 결혼에 이르게 됐을 때는 자기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있다”고 말하고 “대부분의 독신자들은 이러한 관계가 처음에 비정상적으로 시작됐더라도 여전히 진지한 연애 관계를 갈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매치닷컴이 실시한 8번째 미국 싱글에 대한 연례 보고서에 의하면 약 70%의 싱글이 진지한 관계를 원하고 있다. 올해 초에 발표된 이 보고서는 미국에 살고 있는 18세 이상 성인 5,000여명의 반응을 바탕으로, 시장조사 회사인 리서치 나우와 닥터 피셔, 그리고 인디애너 대학 킨지 연구소의 저스틴 가르시아 교수가 공동으로 수행한 것이다.

참가자들은 진지한 관계의 시작은 셋 중 하나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데이트, 우정, 또는 섹스 있는 우정(FWB)이 그것이다. 그런데 밀레니얼들은 다른 세대들보다 친구 관계나 FWB에서 연인관계 혹은 결혼으로 발전하는 가능성이 약간 더 많았다.

FWB가 있었다고 말한 밀레니얼 중에 절반 이상이 그 관계가 로맨틱한 관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X 세대에서는 41%, 베이비부머들은 38%만이 그랬다. 그리고 약 40%의 밀레니얼들이 플라토닉한 우정이 로맨틱한 관계로 발전했다고 말했고, 이들 40% 중 약 1/3이 로맨틱한 애정 관계가 진지하고 헌신적인 관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앨런 가와하라(27)와 하르샤 로유루(26)는 2009년 가을 시라큐스 대학의 5년제 건축 프로그램을 시작했을 때 만나 일주일에 3일, 하루 4시간씩 계속된 집중 신입생 디자인 스튜디오 수업에 투입됐다. 그들은 곧 같은 가까운 친구 서클의 일원이 되었고, 로유루는 처음부터 앨런에게 반했지만 그 다음해 봄이 되서야 데이트를 시작했다.

졸업 후 가와하라는 보스턴에 취직하고 로유루는 캔자스 시에서 직장을 구했고, 두 사람은 6주에 한번씩 두 도시를 오가며 만남을 지속했으며, 2년 후 마침내 함께 로스앤젤레스로 이사할 수 있었다.

로유루는 “떨어져 사는 것은 힘들었지만 개인적인 성장과 두 사람의 관계를 위해서는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말하고 “그동안 우리는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알아내는 데 귀한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최근 7주년 기념을 위해 두 사람이 함께 런던을 여행하는 동안 가와하라는 공식적으로 청혼했다. 이제 그들은 로유루의 인도 전통예식과 카와하라의 일본계 미국식 전통을 수용한 결혼식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두 사람은 말했다.

“부모님께 최소 18개월이 걸린다고 말씀드렸다”는 로유루는 “어른들은 시간을 오래 끄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지만 나는 항상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독립적으로 가곤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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