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웅산 수치 “불교도-로힝야 긴장 부추긴 건 외세”

2018-06-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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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온 증오에 찬 표현들이 미얀마 내 공동체 간의 사이를 더 멀어지게 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면서도 자국에서 벌어진 로힝야족 학살과 '인종청소'를 묵인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가 주류인 불교도와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간의 갈등 원인을 외국의 비판으로 돌리는 듯한 언급을 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2일(한국시간 기준)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수치 자문역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3일 미얀마를 방문한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와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수치는 버기너 특사에게 로힝야족 사태 해결을 위해 인내심과 시간, 상호 신뢰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외국에서 온 증오에 찬 표현들이 미얀마 공동체 간의 사이를 더 멀어지게 한다"고 말했다.

또 수치는 "(버기너 특사에게) 신뢰할만한 사실 확인 수단과 함께 유엔과 국제사회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버기너 특사는 "증오와 폭력 선동 행위를 비판하는 것이 중요하며 종족 간에 형성된 긴장을 풀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는 지난해 8월 로힝야족 반군과 미얀마군 간에 최악의 유혈충돌이 빚어졌다.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 반군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은 오랫동안 핍박받아온 동족을 위해 싸우겠다면서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지난해 8월 25일 미얀마 경찰 초소와 군 기지 등을 급습했고, 미얀마 정부와 군은 ARSA를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병력을 동원해 대대적인 토벌작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이 죽고 70만 명에 이르는 난민이 전쟁의 화마를 피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대피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양민을 학살하고 성폭행, 방화, 고문을 일삼으며 의도적으로 자신들을 국경 밖으로 몰아냈다고 주장했고,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를 '인종청소'로 규정해 제재와 국제재판소 기소 등을 추진했다.


한때 미얀마 민주화와 인권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던 수치 자문역은 이런 최악의 유혈 참사를 방관하고 침묵했다는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심지어 수치는 일부 사실로 확인된 미얀마군에 의한 로힝야족 학살과 '인종청소' 보도와 주장을 가짜 뉴스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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