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밀입국 가족 분리수용 철회 불구, 곳곳에 분산된 ‘이산가족’ 재결합 불투명
▶ 멜라니아 여사 아동구금시설 전격 방문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1일 켁사스 맥캘런에 있는 어린이 수용소‘업브링 뉴호프 칠드런센터’를 찾아 관계자들의 안내로 현장을 둘러보면서 관계자에게 질문하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빗발치는 비난 여론에 떠밀려 국경에서 부모와 아동을 격리 수용하는 정책을 철회했지만, 이미 격리된 아동 2,000여 명이 부모 품에 다시 안길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21일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지난달 5일부터 이달 9일 사이에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미성년 자녀 2,342명을 그들의 부모로부터 격리했다.
부모는 연방검찰에 의해 밀입국 혐의로 기소되는 절차를 밟게 되고, 아동은 보건복지부(HHS)로 신병이 넘겨져 보호시설에 격리된다.
부모와 떨어진 아동이 지내는 곳은 텍사스 주 남부 멕시코 접경 도시 엘패소에서 60㎞ 떨어진 토닐로 통관항의 ‘텐트시티’와 텍사스 브라운즈빌의 옛 월마트 부지 등 임시 보호시설이다.
CBS 방송은 보건복지부와 국토안보부(DHS), 법무부 관리들이 이미 격리된 아동과 부모의 재결합 방안에 대해 뚜렷한 해법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격리 철회 행정명령을 이행하는 데도 각 부처 사이에 혼선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의 아동가족국 대변인 켄 울프는 CBS 뉴스에 “무관용 정책에 따라 격리된 아동을 가족과 재결합시키기 위한 특별한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관국경보호국과 국경순찰대 관리들은 밀입국한 부모들의 기소 절차가 마무리돼야만 가족 재결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관국경보호국 측도 가족 재결합이라는 당위론에는 수긍하지만, 범법 행위를 저지른 부모를 기소하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국토안보부는 성명에서 “국경 보호시설에 있는 아이들은 기소 절차 이후에 부모 또는 다른 후견인들에게 보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일부 아동이 이미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이송됐다는 말도 나온다.
빌 드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약 350명의 이민자 아동이 최근 두 달 사이에 뉴욕에 있는 보호시설로 옮겨졌다고 주장했다.
부모 또는 아동 한 쪽의 이송으로 인해 수백 ㎞ 떨어진 지역으로 헤어졌을 경우 ‘이산가족’을 물리적으로 재결합시키는 것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일각에서는 부모와 아동을 함께 수용하는 경우에도 구금 기간이 20일을 넘길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1993년 플로레스 대 리노 사건의 연방대법원 판례를 보면 구금된 이민자 아동은 정부 구금시설에서 20일 이상 수용할 수 없도록 하는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연방대법원 판례에 우선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부 측도 “합법적으로는 부모와 아동을 20일간 함께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1일 텍사스 주 멕시코 접경지역에 있는 이민자 아동 수용시설을 전격 방문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텍사스 주 맥앨런에 있는 ‘업브링 뉴호프 칠드런센터’를 찾았다. 12∼17세 이민자 아동·청소년들의 수용 시설이다.
멜라니아 여사는 시설 관리자들에게 “이 아이들이 그들의 가족과 가능한 한 빨리 재결합할 수 있도록 내가 도울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시설에 수용된 아동·청소년들의 신체적·정신적 상태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또 아동들이 가족과 얼마나 자주 연락을 취할 수 있는지도 확인했다.
멜라니아 여사의 구금시설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이디어였다.
앞서 멜라니아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부모-아동 격리정책을 철회토록 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언론들이 평가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격리 수용이 ‘비인도적’이라는 안팎의 비난에 시달린 끝에 전날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외국인과 그들의 자녀를 함께 수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전격 서명했다.
들끓던 비판여론에 아랑곳없이 이민 문제에 초강경 태도를 보여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바꾼 데는 슬로베니아(옛 유고슬라비아) 이민자 출신인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막후 압박이 상당히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백악관의 한 관리는 CNN에 멜라니아가 지난 며칠간 막후에서 격리 정책이 철회되도록 노력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