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46년 묵은 ‘경찰 정당방위 발포법’ 바뀌나

2018-06-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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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총격규정 강화법안, 주상원 소위원회 통과

146년 묵은 ‘경찰 정당방위 발포법’ 바뀌나

지난 19일 새크라멘토 주 의사당에서 열린 주상원 공공안전위원회 회의장에서 방청객들이 경찰 발포규정 강화 법안 AB 931을 통과시키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AP]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1872년 이래 146년간 바뀌지 않은 경찰의 정당방위 발포 규정을 개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일 머큐리뉴스에 따르면 주상원 소위원회는 ‘경찰관 자신이나 동료, 타인이 부상하거나 사망할 위험에 이르게 할 임박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만 치명적인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다’라고 못 박은 경찰 복무규정 법안(AB 931)을 통과시켰다.

이는 정당방위로 인정되는 경찰 발포권에 대한 큰 변화의 첫걸음이라고 머큐리뉴스는 평했다.


법안을 입안한 셜리 웨버 주 하원의원(민주·샌디에고)은 “이 나라에서 가장 오래도록 바뀌지 않은 공권력 관련 법안을 바꿀 때가 됐다.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목표를 향해 입법이 진행돼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기존 법안은 ‘경찰관이 자신의 안전에 위협을 느낄만한 타당한 우려’가 있는 경우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인권단체들은 규정 속 ‘타당한 우려’라는 문구가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이어서 경찰 발포권의 남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이번 입법은 지난 3월 경찰관이 손에 든 아이폰을 권총으로 오인해 흑인 청년을 사살한 사건으로 촉발됐다. 당시 경관들은 새크라멘토 주택가에 차 절도 사건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뒤 흑인 청년 스티븐 클락(22)의 등에 총탄 20발을 쐈다.

칠흑 같은 밤에 아이폰에서 새 나오는 휴대전화 불빛을 보고 총을 쏘려는 것으로 잘못 판단해 발포한 것이다. 경관들의 행위는 과잉대응 논란에도 위법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이후 새크라멘토에서는 ‘휴대전화 들었으니, 쏘지 마!(Cells Up, Don’t Shoot!)‘라는 구호 아래 연일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 2014년 미주리주 소도시 퍼거슨에서 백인 경관 대런 윌슨의 총에 살해된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소요로 번진 ’퍼거슨 사태‘ 때 나온 구호를 본뜬 것이다. 당시 구호는 ’손 들었으니, 쏘지 마!(Hands Up, Don‘t Shoot!)’였다.

이날 주상원 소위에서는 이 사건에서 경찰의 정당방위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부 의원들은 “경관들이 목숨을 걸고 치안을 위해 근무하고 있는 만큼 포괄적인 정당방위권이 적용된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 중심으로 몇몇 의원들은 “경관들은 유독 흑인들과 맞닥뜨릴 때만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것 같다”며 인종차별적 요인이 강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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