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리에 귀 기울이는 한국산업… 곳곳서 ‘음질전쟁’

2018-06-21 (목) 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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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하만 인수·스타인웨이와 협업

▶ LG, G7에 울림통 10배 커진 붐박스

소리에 귀 기울이는 한국산업… 곳곳서 ‘음질전쟁’

삼성전자의‘더 월’과 세계적 명성을 가진 덴마크 오디오 브랜드 ‘스타인웨이 링도르프’가 협업한 AV 패키지.

최근 한국 제조업체들의 화두는 단연 ‘음질’이다.

TV의 경우 화면이 커지고 화질이 선명해지면서 이에 걸맞은 음질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모바일기기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크기가 작아도 뛰어난 음질을 갖춘 제품을 요구한다. 자동차는 실내공간에서 누릴 수 있는 가치가 중요해졌다.

제조 전 부문에서 오디오 기술이 무한 진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TV는 초대형화와 맞물리며 스피커 수준도 높아지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경우 덴마크 프리미엄 오디오 업체 ‘스타인웨이 링도르프’와의 협업을 본격화했다. 140인치가 넘는 초대형 TV ‘더 월’에 최고급 오디오 시스템을 더해 괴물 같은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가격은 수억원대에 달한다. 스타인웨이 링돌프는 160년 역사의 미국 피아노 브랜드 ‘스타인웨이&선스’와 오디오계의 거장 피터 링도르프가 손잡고 설립한 브랜드. 가구 배치와 방 모양, 크기 등을 인지해 어떤 공간에서도 왜곡 없는 순수한 원음과 생생한 사운드를 구현한다.

‘TV가 얇아지면서 스피커도 작아질 수밖에 없는’ 약점을 보완한 제품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사운드 바’다. 얇고 긴 형태의 스피커 하나에 과거 홈시어터 못지않은 음향기술을 담았다. LG전자는 영국 명품 오디오 기업 메리디안과 공동 개발한 사운드바 ‘SK10Y’를 출시했다. 메리디안은 럭셔리 자동차 레인지로버의 ‘3D 서라운드사운드 시스템’을 개발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곳이다.

SK10Y에는 입체음향 시스템인 ‘돌비 애트모스’가 적용돼 영화관 같은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소니는 별도 스피커 없이 디스플레이 자체가 진동하며 소리를 내는 TV도 선보였다. 화면에 나오는 사물의 움직임이나 위치에 따라 소리가 나와 입체감을 높여준다.

스마트폰, 블루투스 스피커, 이어폰 등 소형기기의 음질도 놀라운 수준으로 발전했다. LG의 전략 스마트폰 G7은 스마트폰 자체가 스피커의 울림통 역할을 하는 ‘붐박스’ 스피커를 탑재했다. 스피커 울림통이 일반 스마트폰보다 10배 이상 커졌고 2배 이상 풍부한 중저음을 구현한다. G7을 다양한 재질의 테이블이나 상자 등에 올려놓고 음악을 틀면 대형 우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의 대표 브랜드 JBL는 블루투스 스피커와 붐박스 기술이 탁월하다. JBL 블루투스 스피커는 위아래 2개의 패시브 래디에이터(보조 저역발생 장치)가 장착돼 풍부한 저음을 구현한다. JBL 붐박스는 저음이 흩어지기 쉬운 야외에서도 원음을 그대로 느끼게 하는 힘을 갖췄다.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 등과 연동되는 무선 이어폰 ‘에어팟’을 선보였는데 선이 없어 편리하면서도 음질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소니는 ‘주변 소음 차단’이 가능한 무선 이어폰 ‘SP 시리즈’를 출시했다.

자동차 업계의 음질 전쟁은 더욱 치열하다. 푸조 SUV 3008과 5008에는 이른바 ‘이건희 스피커’로 유명한 포칼의 하이파이 오디오 옵션을 추가할 수 있다. 포칼 스피커 10개와 파워엠프를 적용해 순수하고 디테일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차량 좌우에는 이중접합 유리창이 더해져 외부소음 차단에도 힘을 쏟았다.

볼보는 영국 하이엔드 스피커 브랜드인 바워스&윌킨스 제품을 적용했다. XC90과 XC60 모델에 각각 19개, 15개 스피커를 설치했다. 콘서트홀, 개별무대, 스튜디오 모드를 지원한다.

렉서스는 영화 ‘블랙팬서’에 등장하는 LS500h에 23개 스피커와 마크레빈슨 레퍼런스 3D 서라운드 오디오 시스템을 탑재했다.

한국 완성차 업계도 다양한 브랜드의 스피커를 도입하고 있다.

기아차가 최근 출시한 ‘더 뉴 K9’에는 렉시콘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을 장착했다. 퀀텀로직 서라운드 기술과 17개의 스피커, 앰프 등이 뛰어난 음향을 제공한다. 왼쪽과 오른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구분해내는 일반 스테레오와 달리 퀀텀로직 서라운드는 음악이 가진 다양한 소리를 최소 단위로 분석해 서라운드로 음향을 재구성한다.

르노삼성자동차는 2,000만원대인 클리오에 동급 최초로 보스 오디오 시스템을 장착했다.

<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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