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자리·법·정의도 없어”…미국행 중미 이민자의 비참한 현실

2018-06-20 (수)
작게 크게

▶ CNN, 온두라스·과테말라·엘살바도르 불법이민 배경 조명

▶ “가난, 폭력, 불평등, 일자리 부족 등이 조국 탈출 부추겨”

1인당 국민총소득(GNI) 2천150달러(약 237만 원), 빈곤 인구 비율 60.9%….

중미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온두라스의 비참한 경제지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월드 팩트북은 온두라스에 대해 "걷잡을 수 없는 불완전 고용과 극도의 불평등한 소득 분배를 가진 나라"로 규정하고 있다.

CNN은 최근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관심사로 등장한 미국의 '자녀격리 이민정책'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중미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불법 이민자들의 악몽 같은 현실을 20일 조명했다.


가난, 폭력, 불평등, 차별 등으로 점철된 조국의 처절한 현실이 '기회의 땅'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바라는 중미 이민자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는 것이다.

온두라스에서는 갱단의 폭력이 고통을 부채질하고 있다. 갱단 조직원이나 범죄자들이 서민의 목숨을 담보로 한 보호비 명목으로 '전쟁세'를 갈취하고 있다. 돈을 낼 형편이 못 되거나 불의를 거부하는 이들이 종종 목숨을 잃는 게 온두라스 서민들이 겪는 슬프고 무서운 현실이다.

올해 중미 이민자 행렬(캐러밴)에 동참해 망명 신청을 한 카렌 가요(32) 씨는 "온두라스에는 일자리도, 정의도, 법도 없다"고 말했다.

미국으로 입국을 시도하려는 온두라스 이민자 중에는 차별을 견디지 못한 성전환자도 포함돼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이웃 나라 엘살바도르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엘살바도르의 1인당 국민소득은 3천920달러(433만 원)며 국민의 38.2%가 빈곤층으로 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갱단의 발호로 세계 최고의 살인율을 보이는 국가 중 한 곳이라는 점이다. 생존을 위해 미국으로 향한다는 얘기다.

엘살바도르 출신의 한 38세 여성 이민자는 "모든 사람이 저의 미국행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계속 엘살바도르에 살고 있었다면 살해당했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최근 수십 년간 이어진 경제 침체와 설상가상으로 덮친 자연재해마저 엘살바도르 이민자들의 미국행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멕시코 남부와 국경이 접한 과테말라는 빈곤에 찌들어 있다. CIA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과테말라 5세 이하 아동의 절반가량이 만성적인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

과테말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3천790달러(419만 원)며 국민의 59.3%가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빈곤층 가운데 23%는 하루 1.25달러 이하의 돈으로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다. CIA 월드 팩트북은 "경제적 기회 부족, 정치적 불안정, 자연재해가 이민을 부추기는 원인"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과거에는 아이와 함께 밀입국하다 체포된 부모의 경우 일단 석방해 추방 절차를 밟는 방식을 취해왔지만, 지난 5월 초부터 밀입국자 전원을 체포해 연방법원에 기소하는 방식으로 전환했고 부모가 처벌 절차를 밟는 동안 미성년 자녀들은 미 정부가 운영하는 수용소에 격리됐다.

그러나 아이들이 콘크리트 바닥에서 매트를 깔고 자고, 가축사육용 우리 같은 곳에서 대기한다고 언론이 전하는 등 열악하고 비인도적인 격리수용 현실이 알려지면서 이 정책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비판에 밀려 자국으로 밀입국하다 체포된 이민자 부모와 어린 자녀를 강제로 떼어놓는 정책을 철회했다.

<연합뉴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