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모 만날 기약없고 시설도 열악…“비인도적” 비판

2018-06-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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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입국자 ‘무관용’ 공표 이후 아동 2,000여명 격리

▶ 철망 둘러싼 시설… 사막 한 가운데 텐트시티도

부모 만날 기약없고 시설도 열악…“비인도적” 비판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이 공개한 텍사스주 맥앨런의 이민자 청소년 수용소 시설의 모습. 수용된 사람들이 철책 안에 모여 있다. [AP]

■이슈 분석 - 이민자‘아동격리’정책 왜 문제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밀입국한 어린이를 부모와 격리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각계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밀입국자라는 이유로 미국 남부 국경에서 망명을 신청하는 이민자 가정의 자녀들까지 무조건 부모에게서 떼어내 격리 수용하는 정책에 대해 이민자 커뮤니티는 물론 연방의회와 공화당 내부에서도‘비인도적’이라며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미국은 난민 수용시설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국경에서의 초강경 이민 정책에서 좀처럼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논란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이 문제가 어떻게, 왜 논란이 되고 있는지를 짚어봤다.

■배경


발단은 제프 세션스 연방 법무장관이 지난달 7일 불법 이민자에 대한 ‘무관용 정책’을 공표하면서 시작됐다. 세션스 장관은 “(미국) 남서부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오는 모든 사람을 기소하라. 어린아이를 밀입국시킨 자도 기소하고 아이들은 법률에 따라 부모와 격리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과거에는 아이와 함께 밀입국하다 체포된 부모의 경우 일단 석방해 추방 절차를 밟는 방식을 취해왔지만, 이제는 밀입국자 전원을 체포해 연방 법원에 기소하는 정책으로 바뀐 것이다.

■왜 강경 정책인가

미·멕시코 국경을 넘어오는 이들은 대부분 중남미 출신이다. 멕시코인인 경우 본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지만, 문제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에서 온 이들이다.

자국 내 혼란과 폭력을 피해 미국행을 택한 이들은 되돌아가면 학대와 고문에 시달릴 수 있다며 망명을 요구하고 있다. 망명 신청 후 일단 미국 내에 석방됐다가 최종심사 장소에 출석하도록 해왔지만, 상당수가 자취를 감춰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망명 심사 건수도 60만 건이나 밀려있는 상태다.

트럼프 정부는 이런 ‘느슨한’ 접근법이 미국으로 오는 문을 열어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강경 이민 노선을 견지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에 더욱 강력한 대책을 요구했고, 세션스 장관의 무관용 정책으로 이어진 것이다.

■격리 현황


문제는 부모가 처벌 절차를 밟는 동안 자녀가 격리돼 미 정부가 운영하는 수용소에서 지내게 된다는 점이다. 지난 3∼5월 멕시코 국경을 넘어오다 붙잡힌 불법 이민자 수는 5만 명 이상이다. 이중 15%가 가족과 함께 넘어온 경우이고, 8%는 자녀를 동반하고 있었다. 약 2달간 밀입국으로 인해 부모와 떨어진 자녀는 2,000명을 넘는다.

지난주 연방 국토안보부(DHS) 발표에 따르면 4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6주간 멕시코 국경을 넘어오다 적발돼 부모 혹은 성인 보호자와 떨어지게 된 미성년자는 1,995명에 이른다.

여기에 AFP통신은 이날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 5월 초 세션스 장관의 무관용 정책 발표 이후 현재까지 멕시코 국경에서 붙잡혀 부모와 격리된 자녀가 2,342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격리 실태는

미국 내 형사사건의 경우 부모가 범죄 혐의로 체포됐을 때 부모와 자녀는 반드시 격리하도록 하고 있다. 자녀는 처벌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모와 떨어진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국경에 도달한 ‘동반자 없는 외국인 아이’로 분류돼 체포된 지 72시간 이내에 연방 보건부(HHS) 산하 난민재정착보호소(ORR)로 넘겨진다.

시설은 열악하다. 앞서 연방 세관국경보호국이 공개한 맥앨런의 이민자 처리 센터는 철망으로 겹겹이 에워싼 감방 형태의 보호시설로, 수용자들이 콘크리트 맨바닥에다 매트리스만 깔고 지내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격리 시설을 둘러본 언론은 18세 이하 미성년자 수백명이 텐트 안에서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들은 콘크리트 바닥에서 매트를 깔고 자고, 가축사육용 우리 같은 곳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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