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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과 건강 관계’ 죄수 대상 대규모 임상실험

2018-06-20 (수) 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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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염 식단이 좋다” “더 위험해” 찬반 갈려 소금전쟁

▶ “검증해보자” 제기… 식단통제 가능한 교도소 1순위

‘소금과 건강 관계’ 죄수 대상 대규모 임상실험

식단이 철저하게 통제되는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소금 섭취의 적정 양을 임상 실험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그림 Anthony Russo]

수천명의 사람에게 몇 년 동안 같은 식사를 제공하면서 그들의 식단과 영양 상태를 연구하고 싶다고 가정해보자. 현실세계에서 이런 연구는 거의 불가능하다. 만약 이런 연구가 가능하다면면 사람에게 가장 좋은 식단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무작위 집단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이 가장 규명하고 싶어 하는 것은 소금과 건강의 관계다. 그런데 최근 그런 연구를 실행할 수 있는 기발한 방법이 제시돼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전 연방 식품의약국(FDA) 국장을 포함한 저명한 연구원들이 제안한 그 방법은 식단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감옥 내 죄수들을 대상으로 소금 섭취에 관한 대규모 연구를 하자는 것이다.

재소자들을 연구 대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역사적으로 자행된 무서운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1940년대에 죄수들은 의도적으로 말라리아에 감염되었고, 1950년대에는 A형 간염에 감염되었으며, 10년 후에는 과학자들이 죄수들의 고환에 방사능 검사를 하기도 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의 전염병과 인구 건강학 교수인 루스 맥클린은 “감옥은 본질적으로 강압 통제된 환경이어서 그런 연구가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제안된 연구의 요점은 소금의 이점과 위험에 대한 수십년간의 과학적 의견불일치를 종식시키는 것이다.

‘소금전쟁’의 한쪽 진영은 미국인들이 나트륨을 너무 많이 먹어서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원들이다. 미국 심장협회는 건강한 성인에게 하루 2,300mg을 추천한다. 하지만 고혈압인 사람에게 이상적인 양은 1,500mg, 즉 1/2 작은술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혈압이 높을수록 심장마비나 뇌졸중의 위험이 커지는데 소금 섭취를 줄이면 혈압을 낮출 수 있으니 아주 적게 섭취하면 심혈관 질환을 줄이고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른 쪽 진영의 과학자들은 “그것을 증명해보라”고 말한다. 이들은 나트륨 수치가 너무 낮으면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저 나트륨 식단(low-sodium diets)을 유지한 사람들에게 사망률과 심장마비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한다. 인간이 소금을 갈망하는 데에는 건강상 필요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의 평균 나트륨 소비량은 하루 3,200mg 정도로 수십년동안 변화가 없었다. 의학전문가들은 소금 섭취에 관한 무작위 임상실험을 수년간 계속 요구했으나 그러한 실험은 일어나지 않았고, 이 주제는 학자들과 소비자 모두에게 지뢰밭이 되었다.

미시시피 의과대학의 의학과 생리학 교수이자 미국심장협회 전 회장인 다니엘 W. 존스 박사는 소금에 대해 의견이 다른 학자들 사이의 논쟁이 너무 격렬하고 점차 개인 감정적인 분규가 되어가는 것에 놀라서 양쪽의 선임 의학자들을 초청, 서로의 견해차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는 저염(low-salt) 식단이 건강에 더 좋다고 믿는 쪽이지만 다양한 관점 사이의 균형을 원했다는 존스 박사는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대놓고 비난하지 않는 학자들을 추려내 6명을 미시시피의 잭슨 대학으로 초대할 수 있었다.


그의 초대로 한 자리에 모인 6명은 의견차를 해결하기로 동의했다. 존스 박사는 나중에 듀크 대학의 임상실험 전문가 닥터 에릭 피터슨과 같은 대학 교수이며 FDA 전 국장인 닥터 로버트 칼리프를 추가로 초청했다.

토론은 저염 식단이 건강에 좋다고 믿는 존스 박사와 그 식이법은 건강에 위험하다고 믿는 UC 데이비스의 영양 연구원인 닥터 데이빗 맥카론이 공동 주도했다. 의학 보고서를 앞에 놓고 앉은 이들은 식단을 통제할 수 있는 집단에서 무작위 임상실험을 해야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시작했고, 모두의 질문은 그걸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는 데 모아졌다.

그리고 이틀 동안 이 그룹은 이상적인 대상 인구가 누구인지, 다양한 선택에 대해 토론하고 숙고했다. 군인들은 어떨까? 너무 젊다. 양로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미 저 나트륨 식이요법을 처방받았다. 그러니 가장 좋은 선택은 투옥된 사람들인 것 같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감옥에서 연구를 한다고 가정할 때 그 연구는 죄수들에게 이익이 될 것인가 아니면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만 이익이 될 것인가? 만약 죄수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그 연구는 비윤리적인 것이라고 존스 박사는 말했다.

수감되지 않은 사람들은 나트륨을 얼마나 먹을지 선택할 수 있지만 수감자들은 선택할 수 없다. 그들은 교도소에서 주는 것은 무엇이든 먹을 수밖에 없다. 학자들은 나트륨의 이상적인 양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연구를 실시한다면 수감자들도 이 문제를 해결한 연구로 이득을 볼 것이라고 결론짓고 조지타운 대학의 마크 모르제 하워드 법학 교수와 협의했다. 하워드 교수는 또한 대학 인근의 경비가 가장 삼엄한 감옥에서도 강의하고 있는 사람이다.

하워드 박사는 이 계획이 “약간의 윤리적 지뢰밭”이라고 말하고 “죄수들의 건강에 해로운 것이 아니고, 자발적인 경우라면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교도소 당국의 전폭적인 협조를 통해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진다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많은 수감자들은 과거의 범죄에서 벗어나서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열망을 갖고 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연구에 참여하겠다고 나선다고 해도 전혀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닥터 맥클린도 “많은 수감자들이 기꺼이 연구에 참여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녀 역시 경비가 삼엄한 형무소에서 가르쳤고, 감옥 내에서의 연구 윤리에 관해 공부한 바 있다는 맥클린 박사는 “죄수들은 사회에 환원하고 싶어한다”면서 “만일 이기적인 이유라 하더라도 감옥 생활의 판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존스 박사는 무작위 소금 실험에 대해 의견을 타진했던 형무소 행정관들이 제안을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수감자 권리에 관한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미국 시민자유연합(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에서 이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이것이 왜 죄수들에게 중요한 질문이 되는지를 설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계획은 55세 이상의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범 프로젝트로 시작될 예정이다. 그리고 이어 그 연령대의 수감자 1만~2만명에 이르는 대규모 참가자를 대상으로 약 5년간 지속되는 대규모의 임상실험으로 이어질 것이다.

연구원들은 국립 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에 자금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물론 이 시점에서의 실험은 제안에 불과한 것이라고 존스 박사는 말했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여기저기 숱하게 많다고 말한 닥터 존스는 “하지만 우리는 서로 강한 의견 대립을 보였던 선임 연구원들이며 아주 진지한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함께 뭉친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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