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난’ 주지사들, 트럼프 이민정책에 반기…주방위군 철수

2018-06-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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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입국 부모-아동 격리 정책 반발 확산, 미 의회 격리정책 무력화 입법 시도

▶ 트럼프 ‘초강경’ 이민정책 고수, 갈등 불가피… “기소하려면 격리해야”

‘성난’ 주지사들, 트럼프 이민정책에 반기…주방위군 철수

美 텍사스주 맥앨런의 불법이민자 수용시설 (맥앨런<美텍사스주> AP=연합뉴스) 17일 미국 텍사스주 맥앨런의 수용시설에서 불법이민자들이 철망 안에 갇혀 있는 모습. 불법이민자 부모와 아동을 격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정책이 각계로부터 잇따라 질타를 받는 가운데, 미 국토안보부 산하 주무기관인 세관국경보호국(CBP) 측이 공개한 사진이다.

불법 입국한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 수용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에 대한 논란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비인도적 조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무관용' 이민정책에 반발한 주지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서, 국경 보안을 위해 배치한 주(州)방위군을 철수하는 결정을 했다.

반발이 확산하자 공화당은 격리수용 정책을 무력화하는 입법에 나서기로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강력한 이민법을 요구하고 있어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주방위군 소속 헬기와 탑승 인력에 대해 현재 임무 수행 중인 뉴멕시코 주 국경지대에서 철수하라고 명령했다.

호건 지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범죄혐의 기소를 위해 부모를 아이들로부터 떼어놓는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주 방위군 병력을 국경에 동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호건 지사는 부인이 한국계인 유미 호건 여사로 '한국 사위'라는 별칭으로 국내에도 알려져 있다. 호건 지사는 공화당 소속임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에 강력히 반발했다.

역시 공화당 소속인 매사추세츠 주의 찰리 베이커 지사도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베이커 지사는 아동 격리 정책 때문에 주방위군 파견 계획을 백지화했다고 말했다.

지사실 대변인은 "아이들에 대한 비인도적 처분이 파견 계획 취소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매사추세츠 주는 애초 헬기와 군내 보안 전문가를 국경 보안을 위해 파견할 계획이었다.


민주당 소속 지사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로드아일랜드 주의 지나 레이몬도 지사는 "아직 방위군 병력 파견을 요청받지 않았지만, 가족들을 떼어놓은 정책이 있는 한 병력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면서 "아이들은 가족과 함께 보호받아야 하며, 창살 속에 갇혀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콜로라도 주의 존 히켄루퍼 지사는 격리 정책을 이유로 주 자금과 병력, 장비를 일체 연방기구에 제공하지 않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민주당 소속인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지사도 트럼프 행정부 이민정책을 맹비난한 뒤 국경에 어느 사람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쿠오모 지사는 "현재 진행되는 인도적 비극에 직면해 뉴욕 주는 비인도적 처분의 일부분이 절대 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해둔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서는 이민정책의 주무 부처 수장인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 사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테드 리우 하원의원은 이날 트위터에서 부모-아동 격리 정책에 대한 닐슨 장관의 거짓 해명 논란을 거론하며 "닐슨의 신용은 갈가리 찢겼다. 그는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중진인 빌 넬슨 상원의원은 마이애미 인근 아동 수용장소를 방문해 수용 실태와 환경 등을 점검하기로 했다.

넬슨 의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정부는 국경에서 가족을 분리하는 비인도적 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잠룡 중 한 명인 커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은 이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아동 격리수용 정책을 "악랄하고 사악한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공화당에서도 아동 격리수용을 반대하는 의원이 급속히 늘고 있다.

재작년 대선에 출마했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전날 격리수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공화당 상원 이인자인 존 코닌 의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민법 개정에 나설 뜻을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공화당의 모든 상원의원은 부모와 아동이 함께 수용돼야 한다는 것을 지지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강력한 이민법 개정을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밀입국한 부모에게서 아이를 격리하는 것은 부모를 기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미국자영업연맹(NFIB) 75주년 기념행사 연설에서 "나는 부모로부터 아이를 격리하고 싶지 않지만, 불법 입국하는 부모를 기소하려면 아이를 격리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밀입국하는 부모를 기소하지 않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논란의 책임을 이민법 개정에 반대하는 민주당 탓으로 돌렸다.

그는 트위터에서 "민주당원들이 문제"라며 "민주당원들은 범죄를 신경 쓰지 않고, 불법 이민자들이 얼마나 나쁜지 상관없이 우리나라로 쏟아져 들어와 들끓기를 원한다. 마치 MS-13(폭력조직)처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는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이민자 캠프, 난민 수용시설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과 다른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라. 우리는 미국에서 그런 일을 허용할 수 없다. 적어도 내 임기 동안에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또 난민을 수용하는 유럽 국가들을 향해선 "그들은 큰 실수를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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