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소유주들도 우려하는 밴쿠버 부동산 과열

2018-06-18 (월) 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작게 크게

▶ 외국 바이어·조닝 제한·낮은 재산세 등 원인

▶ 대다수 주민 “집값 떨어지더라도 규제해야”

주택소유주들도 우려하는 밴쿠버 부동산 과열

밴쿠버의 야경. 새로 들어선 브리티시 컬럼비아 정부는 외국인 주택매입자에 대한 세금을 올리는 등 부동산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일련의 과세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

<밴쿠버,브리티시 컬럼비아> 미쳐 돌아가는 밴쿠버 부동산 시장과 관련한 일화들은 끝이 없다. 여기에 최근 하나가 더해졌다. 정치인들은 너무나 높은 밴쿠버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 과세를 원하고 있으며 많은 주택소유주들이 가격 하락 시 수십만 달러 손해를 볼 수 있음에도 이것이 최선의 방안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밴쿠버 교외에 사는 은퇴 항공기계공인 롭 월시는 “주택가격 조정을 보게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2000년 지금의 집을 구입한 그는 주택가격이 폭등하면서 서류상 백만장자가 됐다. 그런데도 기쁘기보다는 불안하다. 그는 “내가 20만 혹은 30만달러를 잃는다 해도 내 아이들과 미래를 위한 것이라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많은 대도시들처럼 밴쿠버는 주택가격 폭등으로 많은 주민들이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는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젊은층의 절망감을 심화시키고 자신들은 주택을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 체념하게 만들고 있다. 원인 가운데 하나는 밴쿠버 자체의 매력에 있다. 자연의 풍광과 기온, 그리고 캐나다의 진보적 이민정책 등에 힘입어 밴쿠버는 외국, 특히 중국의 주택구입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의 많은 지역들은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들을 시도하고 있다. 세입자 보호와 주택 보조, 그리고 개발업자들에게 좀 더 높이 좀 더 빨리 짓도록 하는 조치 같은 것들이다. 밴쿠버가 특히 그렇다.

주거비용이 주요 이슈가 된 가운데 치러진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16년간 브리티시 컬럼비아 정부를 이끌어 온 중도보수 자유당을 밀어내고 중도진보인 신민주당이 이끄는 정부를 선택했다. 이후 신민주당은 주택 공급을 늘리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주택 수요를 줄이고 외국인 구매를 억제하기 위한 일련의 방안들을 내놓았다.

우선 신민주당 정부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외국인 주택 매입세를 현행 구입가의 15%에서 20%로 높였다. 이에 더해 정부는 두 번째 소유 주택과 주요수입이 외국으로부터 들어오는 가정들, 그리고 가격이 300만 캐나다 달러(미화 230만달러)인 주택들에 대해서는 재산세를 높일 계획이다. 밴쿠버는 비어있는 주택들에 세금을 부과하는 안 등 여러 지역발의안들을 통과시켰다. 캐롤 제임스 브리티시 컬럼비아 재무장관은 “우리가 제안한 많은 발의안들이 파격적인 걸 잘 안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제안들은 정치적 파국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비슷하게 캐나다인들 3분의 2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또 캐나다인들 역시 주택투자로 돈을 벌게 될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여러 여론조사 결과들은 많은 밴쿠버 주민들이 현 주택시장에 충격을 받고 있으며 주택가격이 진정되길 바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비영리 기관인 밴쿠버의 앵거스 리드 연구소가 지난 2016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밴쿠버 도심지역 주민의 3분의 2가 주택 가격 하락을 원한다고 응답했으며 이 가운데 절반은 주택소유주들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조사에 응한 주택소유주들 5명 가운데 1명꼴로 가격이 30% 이상 떨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는 사실이다.

만약 진짜로 주택 가격이 떨어진다면 많은 유권자들은 생각을 달리할 것이다. 하지만 응답자들이 “자신들과 사랑하는 이들이 주택시장에 접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깊은 불안과 심지어 절망감에서 반응한 것을 확실해 보인다”고 앵거스 리드 연구소 사키 쿨 사무국장은 풀이했다. 현재까지 주민들은 새 정부의 주택시장 억제책에 만족을 보이고 있다. 올해 또 다른 앵거스 리드 조사에서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민들 다수는 신민주당 정부 정책에 지지를 나타냈다.

눈산에 둘러싸이고 바다 경관이 밴쿠버의 주택가격이 특별히 낮았던 적은 란 번도 없었다. 그러나 지난 해 밴쿠버의 단독주택과 콘도들은 16% 가까이 폭등했다. 지난 3년 사이에 거의 60%가 뛰었다. 이런 폭등이 더욱 놀라운 이유는 고임금 테크직과 금융업 일자리가 많은 실리콘밸리, 런던 혹은 뉴욕과 달리 밴쿠버의 일자리들은 상대적으로 봉급이 낮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마존 제2 본사 유치 신청서에서 밴쿠버는 “북미 테크 허브들 가운데 가장 임금 수준이 낮다”고 밝혔을 정도다. 밴쿠버 시 프로그램 책임자인 앤디 얀은 “주거를 감당하려면 두 세 개의 일자리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밴쿠버 주택 수요 가운데 얼마가 중국관 관련이 돼 있는지는 뜨거운 논쟁거리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도심지역 주택 가운데 약 5% 정도가 외국인 소유다. 그러나 새로 지은 콘도의 경우 그 비율은 여러 배에 달한다. 왜 주택들을 새로 지어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고 얀은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는 중국으로부터의 유입이 아니라 저밀도 주거를 우선시 하는 조닝 규제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또 주택공급이 인구증가에 절대적으로 못 미치는 샌프란시스코 같은 서부 해안 도시들과 달리 밴쿠버는 새로운 주택을 꾸준히 공급해 왔다. 지난 10년 사이에 밴쿠버의 주택 수는 약 12% 늘었다. 반면 인구는 9%가 늘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주택가격은 폭등했다. 이런 현상에 자극 받은 시정부는 비어있는 주택들에 과세를 하는 등 주택신축을 넘어서는 새로운 조치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경제학 교수인 탐 데이비도프는 여러 요소들이 작용해 주택가격 폭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외국 바이어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에 더해 시의 부지 대부분을 단독 주택용으로 묶어 놓은 조닝 규정, 그리고 부동산 가치의 0.25% 정도에 불과한 낮은 재산세 등을 꼽았다.

<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