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5억달러 초호화 요트 못 줘” 억만장자의 진흙탕 이혼소송

2018-06-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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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신흥부호가 영국서 구입 헬기장·미사일 탐지시스템 갖춘 수상 럭셔리 빌라 ‘요트 루나’

▶ 전처에 줘라” 영국법원 판결불구 “ 10년전 이미 이혼” 지급 거부 압류 두바이 당국에 항소 제기

“5억달러 초호화 요트 못 줘”  억만장자의 진흙탕 이혼소송

지난해 터키 근해에 떠 있는 요트 ‘루나’. 영국 법원은 러시아 억만장자 파크하드 아크메도프에게 이 요트를 이혼한 전처에게 양도하라고 명했으나 그는 거부하고 있다.

“5억달러 초호화 요트 못 줘”  억만장자의 진흙탕 이혼소송

두바이 법원에 항소를 제기한 파크하드 아크메도프.

“5억달러 초호화 요트 못 줘”  억만장자의 진흙탕 이혼소송

이혼한 전부인 타티아나 아크메도프.


스파, 수영장, 2곳의 헬리콥터 이착륙장, 18개의 객실 등을 갖춘 ‘루나(Luna)’는 요트라기보다는 수상 럭셔리 빌라와 같다. 9개 갑판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관리하느라 50명의 승무원들이 바쁘고, 구명보트의 가격은 1개당 400만 달러에 달하고, 번쩍거리는 엔진은 이 호화 요트가 최고시속 22노트로 대양을 달리게 한다.

그러나 요즘 ‘루나’는 움직이지 못한다. 영국 사상 가장 비싸고 치열한 이혼소송의 전리품이 되어 두바이의 한 항구에 정박되어 있다.

2016년 12월 영국의 한 고등법원은 1990년대부터 영국에 집을 소유하고 있는 러시아 억만장자 파크하드 아크메도프에게 전 부인 타티아나 아크메도프에게 6억4,600만 달러의 위자료를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그는 그들은 이미 10여년 전에 러시아에서 이혼했다고 주장하며 지불을 거부했다.


그 주장을 납득할 수도 없었지만 자신의 판결을 시행할 수도 없게 된 판사는 금년 4월, 아크메도프에게 시가 약 5억 달러로 추정되는 요트 루나를 전 부인에게 넘겨주라고 명령했다. 당 시 수리를 위해 두바이에 정박 중이었던 요트는 그 판결이후 두바이 당국에 의해 압류되어 있는 상태다.

지난 10년 이상 러시아의 신흥 대부호들, 이른바 ‘올리가르히’들은 재산의 상당 부분과 함께 가족을 영국으로 데려왔다. 영국엔 푸틴시대 러시아의 가혹한 현실에서 이곳을 도피처로 택한 러시아 부자들이 잇달아 들어 왔다.

그러나 일부 부호들은 이곳엔 이곳대로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깨달아 가고 있다. 아크메도프도 그중 하나다. 영국 시민권을 신청하지 않은 그는 영국의 세금을 피하기 위해 영국 체류 기간을 엄격히 지켰다. 1년에 180일 이상은 절대 머물지 않았다. 최근엔 90일로 줄였다.

지난 1월 그는 트럼프 미 행정부가 작성한 러시아의 재계 및 정계 엘리트 명단인 이른바 ‘프틴 리스트’에도 올랐다. 아크메도프는 아니지만 그 명단 중 7명의 러시아 부호들은 미국 내에서 사업을 금지당한 제재 대상이 되어 있다.

최고급 요트 루나는 일상에서 위험에 처할 요소가 다분한 주인을 위해 맞춤 건조된 선박이다. 미사일 탐지 시스템, 앤티-드론 시스템에 더해 방탄 유리창과 방탄 도어 등으로 철저한 방어 체제를 구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중 어떤 장치도 아크메도프를 영국 사법제도로부터 보호해주지는 못했다. 전속 법률 및 회계 팀이 전력을 다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처음엔 완패로 생각했는데 다른 방도가 나타났다. 그의 변호팀이 ‘요트의 운명’은 이슬람법 ‘샤리아’에 의거하는 두바이의 지역 법원에서 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전 부인이 결혼생활 중 외도를 인정한 기독교인인 점을 감안할 때 샤리아 법정에서 자신들이 더 유리하다는 계산을 근거로 한 전략이다.


최근 영국의 타블로이드들은 아크메도프가 무슬림이라고 보도했으나 전 부인 타티아나는 금시초문이라고 말한다. 전 남편이 무릎 꿇고 기도하거나, 관광지를 빼놓고는 회교사원 모스크를 방문한 것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찢어진 청바지에 “나비처럼 자유롭게”라는 문구가 쓰인 티셔츠를 입은 밝은 모습의 그녀는 양쪽의 외도 주장이 대서특필되는 타블로이드 보도 등 이혼소송이 너무 고통스럽다고 털어 놓았다.

1989년 자신이 17세 때 나이가 거의 두 배나 많은 아크메도프를 모스크바에서 처음 만났다는 타티아나는 “그는 양복을 입고 있었고 정말 신사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1993년 결혼한 후 런던으로 이주했고 남편은 모피사업을 시작했다. 얼마 후 천연가스 사업으로 바꾸었고 2012년 러시아의 에너지그룹 노스가스에 자신의 보유주식을 14억 달러에 팔면서 엄청난 부를 축적하게 되었다.

그후 수년 간 그는 남프랑스에 여름별장을 구입했고 2대의 헬리콥터, 앤티크 자동차들, 워홀과 로스코 등 대가가 그린 명화들과 함께 런던 부유한 교외지역에 2,600만 달러짜리 저택을 사들이는가 하면 5,000만 달러짜리 전용기도 구입해 세계를 누볐다.

그러나 호화로운 사치 속에서 불화도 계속되었다. 첫 번째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철회한 타티니아는 2013년 남편의 정부에게서 아이가 태어나자 두 번째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도 둘의 관계는 계속되어 남편은 그해 아내에게 50만 달러어치의 보석을 사주기도 했고 비싼 할러데이 경비도 부담했다. 남편은 두 아들을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2013년 타티아나가 이혼을 강행하자 남편은 이미 그보다 3년 전 모스크바에서 이혼판결을 받았다면서 그들의 결혼은 불과 7년 반 밖에 지속되지 않았고 아내의 외도로 인해 파탄이 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크메도프 변호팀은 타티아나를 기회주의자로 몰아가고 있다. 그가 2012년 노스가스에 주식을 팔아 억만장자가 되자 불과 며칠 만에 타티아나가 영국법정에 이혼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남편은 이것이 두 번째 이혼임을 강조하기 위해 영국 이혼 소송에 참가를 거부하고 있다. 소송은 2015년 시작되었는데 아크메도프는 자신이 법정에 출두하지 않는 것은 물론, 변호사도 보내지 않고 있다. 그는 영국과 러시아 간의 긴장상태로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부유한 러시아인들의 재산을 압류하려는 영국 정책의 일환으로 정치적인 싸움이라는 것이다.

찰스 하던-케이브 담당 판사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2000년 러시아에서의 이혼서류는 ‘위조’된 것이라며 그들은 2013년까지 계속 결혼 상태였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요트 ‘루나’는 수리를 위해 두바이 항구에 보내진지 몇 달 후 두바이 국제 금융센터 법원에 압류 당했다. 영국법에 의해 영국 내의 문제를 판결하는 법원이다. 아크메도프 변호팀은 두바이 지역법원에 항소했다. 이 소송이 개인의 결혼생활에 관한 것이므로 지역 샤리아 법원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떤 결정이 내려질 지는 아직 예측하기 힘들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타티니아가 승소할 경우 요트를 팔 것이며 아크메도프는 자신이 이기거나 요트가 녹슬어 못쓰게 될 때까지 소송을 계속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루나를 타티아나에게 넘겨주느니 두바이의 태양열에 부패되는 것을 보기 원할 것”이라고 아크메도프의 변호팀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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