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용서’

2018-06-14 (목) Christopher S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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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현혜명,‘Camellia’

아버지께

서로 말을 하지 않고 지낸 지
10년, 나는
이 천 마일 멀리 떨어져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나의 입은 무너진 동굴이었습니다.
병원가운을 입고
일어날 수 없게 된 몸과 같은
자신의 실패를 세고 계시는 동안
나는 이 글을 씁니다
손 안에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약병 속에서 덜덜거리는 당신의
손가락을 나는 봅니다
이제 잔혹함은
버릴 때가 되었습니다
아주 부. 드. 럽. 게. 대화할 때가,
우리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Christopher Soto ‘용서’ 전문
임혜신 번역

여기 아버지와 10년 동안 남남으로 지낸 아들이 있다. 어떤 상황이 이들을 남남으로 만들었을까. 그건 알 수 없지만 한쪽의 잘못은 아닐거고 그래야만 하는 큰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닐거다. Christopher Soto가 Queer Poet 액티비스트인 것으로 봐서 동성애가 문제가 되었을 것도 같다. 세상엔 벽을 넘을 수 없는 사랑이 있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들이 그 벽을 넘지 못한 사랑에 용서를 구하고 있다. 인간에게 사랑과 용서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너무 늦기 전에 등을 돌린 아버지와 아들들이 서로 사랑한다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임혜신<시인>

<Christopher S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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