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언론·전문가들 반응
▶ NYT ‘도박’, WP ‘김정은 엄청난 혜택’… 동맹과의 공약 중시 않는 모습 문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미북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폭탄 발언을 한데 대해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이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이번 미북정상회담에서 도출된 합의가 기존의 미북 합의들에서 별로 진전을 보이지 않은 원론적 합의 수준으로 기대에 못 미친 상황에서 한미훈련 중단 계획을 밝힌 것은 별다른 반대 급부 없이 북한에 중대한 양보를 한 것으로 무모한 도박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워 게임은 도발적”이라는 발언은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북한 공격 목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사용해 온 용어들과 같은 것이어서 이번 미북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측의 논조에 휘말린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2일 LA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폭탄 발언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에게 언질도 주지 않고 뒤통수를 친 것이라며, 이에 대한 동맹국들과 전문가들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훈련 중단 발언에 대해 “북한에 대한 중대한 양보”라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프로그램 폐기 약속을 이행할지에 대한 ‘도박’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한미연합훈련은 한국의 대북 방어에서 보루와 같은 한미동맹의 핵심적 부분이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북한이 실제 핵무기를 폐기도 하기 전에 미국이 양보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워)게임을 중단하는 것은 김 위원장에게는 엄청난 정치적 혜택”이라고 전하며 일부 국방 전문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발표하고 또 ‘도발적’이고 ‘비싸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요구에 동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릿저널도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중단 요구를 지속해서 거부해왔으며, 미 국방부도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준비태세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면서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환영받을 조치”라고 보도했다.
한반도 전문가들도 일제히 우려를 표시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는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콘퍼런스 콜에서 “북한으로부터 반대급부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중대한 양보를 하는 것”이라면서 “특히 한미연합훈련 중단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신호가 특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주한미군은 1년 단위로 순환근무를 하기 때문에 “당장 오늘 밤 싸울 수 있으려면 정기적인 훈련이 필요하다”면서 “주한미군은 북한과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한미간의 문제”라고 못 박았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과 동맹에 대한 공약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잠재적 우려가 있다”면서 이런 것들이 북한과의 협상 카드가 되면 동맹이 확실히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클 그린 CSIS 아시아 담당 선임 부소장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원해왔던 중국과 러시아에는 만족할만한 ‘진전’”이라면서 미국의 대통령이 그 같은 상황을 촉발하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