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행기 3대 순차적 이륙…김정은 동선 ‘007 작전’

2018-06-11 (월) 12:00:00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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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 고려’ 중국 고위급 전용기 대여

▶ 방탄 벤츠는 수송기로 새벽 이륙

비행기 3대 순차적 이륙…김정은 동선 ‘007 작전’

현지시간 10일 김정은 위원장을 태운 벤츠 차량이 북한 경호 요원들의 방탄경호 속에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면담을 위해 숙소인 세인트 리지스 호텔을 떠나고 있다. <연합>

비행기 3대 순차적 이륙…김정은 동선 ‘007 작전’

‘세기의 담판’에 나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행은 출발부터 도착까지 전 과정이 한편의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다.

북한은 중국에서 빌린 고위급 전용기와 김 위원장의 전용기 ‘참매1호’를 1시간 간격으로 띄우는 등 김 위원장의 동선 노출을 철저히 차단했다. 결국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 도착해 비행기 트랩에서 내려올 때에야 어떤 경로를 선택했는지가 확인됐을 정도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미북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로 떠나기로 예정된 10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3대의 항공기를 순차적으로 띄웠다. 새벽 이른 시간에 북한 고려항공 소속 일류신(IL)-76 수송기가 평양 순안공항을 이륙했고, 오전 8시30분께 중국 고위급 전용기인 에어차이나 소속 보잉747-4J6 항공기(CA-61편)가 평양을 출발한 데 이어 1시간 가량 후에 참매1호도 순안공항에서 출발했다. 김 위원장의 전용방탄차 등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IL-76은 비행속도를 감안해 미리 출발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건 1시간 간격으로 비행에 나선 CA-61편과 참매1호의 움직임이었다.


김 위원장이 미북 회담이라는 ‘빅 이벤트’를 위해 중국 이외에는 사실상 처음으로 북한 영토를 벗어나는 것이어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전 세계 언론의 최대 관심사였다. 그 중엔 그가 언제 어느 비행기를 탈 지, 항공기 급유·점검을 위해 중국에 잠시라도 들를 것인지 등도 포함됐다. 김 위원장의 신변안전을 최우선시해온 북한으로서는 그만큼 긴장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동선 노출을 최대한 피하기 위한 연막작전으로 구체화했다.

실제 김 위원장이 탑승한 비행기와 관련한 전 세계 언론의 보도는 한 차례 크게 출렁였다. 당초에는 김 위원장의 CA-61편 탑승이 유력해 보였다.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던 이 비행기가 베이징 인근에서 갑자기 레이더망에서 사라졌다가 5분여 뒤 편명을 CA-122에서 CA-61로 바꿔 싱가포르로 방향을 튼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전 10시30분께 항공기 경로 추적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다24에 참매1호의 기종인 IL-62M 항공기가 베이징 남서쪽에서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음이 확인된 뒤 상황이 급변했다.

오리무중이었던 김 위원장의 탑승 비행기가 CA-61편이란 사실은 싱가포르 외무부가 오후 2시36분 김 위원장의 창이공항 도착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리면서 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중국 영공을 지나는 동안 인민해방군 전투기편대의 호위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고, CA-61편보다 1시간30분 가량 늦게 도착한 참매1호에는 회담 지원인력과 C4I(지휘통신) 가동 기술진, 경호인력 등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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