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방국 점검 있으니 문 열어놔라”… 보이스피싱 주의

2018-06-09 (토) 12:00:00 심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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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말로 전화 걸어 거주자 사칭하며 현혹

▶ “자녀 납치됐다” 돈 요구·신분도용 사기도

LA 한인타운 내 한 콘도 건물에 거주하는 한인 김모씨는 얼마전 같은 층에 거주하는 한인 이웃의 문의를 받고 깜짝 놀랐다. 김씨는 이 콘도 건물 입주자들을 대표해 HOA와 연락을 취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누군가가 김씨를 사칭해 입주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소방국 점검이 있으니 각 유닛의 출입문을 열어놓으라는 통보를 한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웃 한인 주민이 찾아와 아까 소방국 점검 때문에 현관문을 열어놓으라고 한 것이 맞느냐고 확인을 해서 깜짝 놀랐다”며 “그런 전화를 한 사실이 없을 뿐더러, 소방국 점검을 위해 문을 열어놓으라고 한다는 상황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한국말로 전화를 해서 다른 거주자를 사칭해 이상한 요구를 하는 것을 보니 사정을 알 아는 한인 소행 같아 불안하다”며 “최근 한인타운에 아파트 등 공동 주택을 노리는 절도 범죄가 많다는데 이를 위한 새로운 보이스피싱 사기로 느껴졌다”고 전했다.


이처럼 최근 LA 한인타운 거주자 등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신종 보이스피싱 사기 행태가 종종 발생하고 있어 한인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보이스피싱 사기는 이같은 신종 형태에서부터 전형적인 돈 요구 사기 등까지 미국내 한인사회에서도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데, 자칫 방심할 경우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어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타주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아들이 납치됐다는 소리를 들은 이모씨는 자칫 큰 돈을 날릴 뻔 했다. 이씨는 타주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들이 납치됐다면서 몸값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았다며 몇 번 아들에게 연락을 했지만 아들이 연락을 받지 않아 원하는 몸값을 지불하려 은행에 가려던 그 순간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고 전했다. 이씨는 그제서야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것을 알고 다리가 풀렸다고 말했다.

또 전화 발신자 표시에 경찰국 전화번호가 찍히게 하는 등 지능적인 수법을 사용해 체납된 세금을 직접 요구하거나 피해자의 은행 및 각종 개인정보를 알아낸 뒤 신분도용 범죄도 계속 발생하고 있어 경찰 당국이 주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LA 경찰국과 연방수사국(FBI) 등 사법 기관들은 전화 사기범들이 자녀를 납치 했으니 몸값을 송금하라는 말과 함께 어린이의 울음소리나 목소리를 들려주는 수법 등을 쓰거나, 누군가를 사칭하는 등의 전화를 받을 경우 즉시 사법당국에 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어떠한 경우에도 사람이 없는 경우 집 문을 열어놓지 말 것 ▲정부기관 등에서 일을 하는 공무원은 개인적으로 돈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해당 기관에 전화해서 사실을 확인할 것 ▲아파트 관리자를 사칭한 것 같다면 아파트 매니저 등에게 사실 유무를 확인 할 것 ▲자녀 등이 납치됐다며 돈을 요구할 때 그 즉시 경찰에 신고할 것 등을 당부했다.

<심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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