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타운 콘도·고급 아파트에 웬 ‘과일가게’?

2018-06-08 (금) 남희윤 기자
작게 크게

▶ 주거지역 파고 드는 성매매 적발 어려워

▶ 채팅앱·일부 택시업 종사자들 통해 연결

대학을 졸업하고 LA에서 직장을 잡아 타주에서 온지 6개월된 한인 직장인 김모씨는 얼마전 지인과 함께 술을 겸한 저녁식사를 하다가 상당히 놀랐다. 지인이 “200달러 정도면 한인타운 아파트나 콘도에서 쉽게 성매매를 할 수 있다”며 은근히 의향을 물어왔기 때문이다.

LA 한인사회 사정을 잘 몰랐던 김씨는 한인타운 내 고급 아파트 등에서의 성매매가 이른바 포주와 한인 성매매 여성들이 상주하는 가운데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요즘 메시지 등을 통해 성매매 정보가 공공연히 오가고 많은 한인 남성들이 이를 암암리에 이용하고 있다는 말에 심각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유흥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처럼 LA 한인사회에서 여성을 비유하는 은어인 ‘과일’이라는 단어를 써서 일명 ‘과일가게’로 불리는 성매매 장소들이 고급 아파트나 콘도 등 한인타운 및 다운타운 거주 지역에 깊숙이 침투해 공공연히 운영되는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성매매 장소들은 한인타운 내 일부 택시 영업 관계자들이나 인터넷 사이트 또는 랜덤 채팅앱 등을 통해 남성 고객들과 메시지를 주고 받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성매매 약속을 한 고객이 성매매 장소가 있는 아파트에 도착하면 이를 주선한 이른바 ‘포주’가 아파트 입구에서 방 번호와 인터폰 번호, 엘리베이터 코드 등을 배정해 줘 성매매 여성이 대기 중인 아파트에 들어가는 수법으로 암암리에 성매매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성매매 고객이 지불하는 화대는 시간당 220달러 정도이며, 성매매 여성들은 보통 한국에서 단기 방문으로 미국에 와 체류 시한을 넘겨 머물고 있는 여성들이거나 큰 금액의 채무를 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연방과 사법당국의 강화된 성매매 단속으로 LA를 비롯한 대도시 지역에서 퇴폐 마사지 업소나 유사 성행위를 감행하는 조직이 다수 적발돼 줄어드는 듯 했지만 아파트와 콘도 등 사적인 장소에서 벌어지게 되는 등 점점 은밀해져가는 불법 성매매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LA 한인타운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같은 성매매 영업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 이는 경찰의 단속이 주로 거리나 마사지 업소 등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를 위주로 이뤄지고 있고, 이처럼 거주지에서 사적으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성매매의 경우 현장이나 증거를 포착하는 등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연방 당국은 최근 사법 당국과 성매매 피해자가 성매매를 가능하도록 한 인터넷 사이트를 기소하거나 소송을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성매매 업자 조력방지 규정을 채택하기도 했으나 랜덤 채팅앱이나 불법 사이트 등을 통해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성매매 메시지 교환 등에 대해서는 단속의 손길이 미치기가 어려운 실정이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씨는 “미국 내에서 원정 성매매로 체포되는 한인들이 많다는 뉴스들을 봤는데 한인타운에서 이처럼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성매매는 정말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남희윤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