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반도의 앞날과 북미회담

2018-06-08 (금) 여주영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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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도 감동의 그날 그 시각을 잊지 못한다. 지난 2월 9일 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한 단일선수단이 서로 손을 맞잡고 입장하던 감격의 그 순간을, 그리고 이틀 후에 펼쳐진 남북예술단의 특별공연은 남북 분단으로 인한 반목과 대결의 피눈물 나는 아픔을 한순간에 씻은 듯 지워내는 벅찬 감동의 자리였다.

이때의 하이라이트는 북한의 공연단을 이끈 단장 현송월이 마지막을 장식한 통일노래,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이었다. ‘해 솟는 백두산은 내 조국입니다/ 한라산도 독도도 내 조국입니다/ 백두와 한라가 손을 잡으면/ 삼천리가 하나 되는 통일이어라‘

노래의 가사처럼 남북한 민족은 분명 한 문화와 한 역사, 하나의 말과 글을 가진 동일한 핏줄이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이루어진 남북한 정상회담 결과 금강산 관광 재개 소식은 물론 남북이산가족 상봉도 함께 성사될 조짐이 보인다.


남북 민족은 70년의 오랜 세월을 두꺼운 장벽 때문에 서로 만나지도 오가지도 못하는 아픔을 겪어왔다.

이제 그 고리를 끊을 때가 왔다. 이런 토대를 확실하게 만들 수 있는 순간이 바로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게 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 간의 북미정상회담이다. 세기적 담판이 될 이번 회담을 가장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 7,000만 한민족이다.

이 회담이 확실하게만 이루어지면 그토록 염원했던 금강산 관광 재개는 물론, 남북한 민족이 자유롭게 오가면서 자연스레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가까워올수록 왠지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우유부단한 태도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번에 북한의 2인자 김영철이 미국에 왔을 때도 김정은은 아직까지 완전 핵 포기에 관해 말하지 않았는데도 김정은을 계속 키워주겠다, 북한을 너무 압박하지 않겠다, 만남자체가 중요하다, 빠른 해결은 바라지 않는다는 등의 장사꾼 같은 말로 일관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앞으로 북한을 지원하는 돈 문제는 한국, 일본, 중국이 부담해야 한다면서 본인은 슬쩍 발을 빼려는 태도가 영락없는 장사꾼의 모습이었다.

미국 언론도 김영철이 준 김정은의 친서를 뜯지도 않고 트럼프는 편지가 좋았다고 하면서 웃는 모습이나 협상도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평화협정을 논의한다고 한 것 등 모든 것이 말부터 앞섰다고 꼬집었다.

공개된 바에 따르면 김정은의 친서가 담긴 봉투에는 김정은의 고향인 원산에 5성급 수준의 세계적인 카지노 호텔을 건설해 달라는 김정은의 주문이 들어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선지 회담장에서 성사가 안 되면 곧바로 나오겠다던 그가 이제는 비핵화는 단계적으로 하겠다며 오히려 온건함을 보이고 있다.

이를 보는 미국의 언론들은 ‘김정은은 승리자다’, ‘트럼프가 불안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실제로 김정은에 대해 트럼프는 그동안의 공격성 발언과는 달리 이제는 오히려 김정은이 훌륭하다는 등 치켜세우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이다.


다행히도 트럼프 주변에 강경 매파들이 있어 트럼프가 아무리 우왕좌왕하더라도 완전 비핵화의 목표 그대로 회담을 잘 성사시킬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북한의 김정은은 이념으로 무장한 인물이다. 지난 1984년부터 1년간 영국의 탄광노조가 국영탄광공사의 경영방침에 항거해 투쟁을 벌이자 당시 마가렛 대처 총리가 뜻을 굽히지 않고 강한 의지와 신념으로 이겨낸 사실이 있다. 장사꾼은 항상 이윤을 따져 협상하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말이 있다.

트럼프는 이번 회담에 신념을 가지고 응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가 한민족인 우리에게 남북이 하나 되어 서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길을 탄탄하게 만들 수 있다.

<여주영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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