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6.12 미북 정상회담

2018-06-07 (목) 김동현 전 존스합킨스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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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 미북 정상회담

김동현 전 존스합킨스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한 동안 트럼프가 김정은과 과연 만날 것인가를 예측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트럼프가 수시로 입장을 바꾸고 의도적으로 망설이면서 “한다” “안 한다”를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트럼프 특유의 “거래의 예술”(The art of the deal)이라 했고, 반대파들은 외교에서 “불안하고 위험한 요소”라고 했다.

지난 주 뉴욕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이틀간 연이어 만났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2일 백악관을 방문하고 김정은의 친서를 트럼프에 전달하면서 6월 12일 미북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열릴 것이 거의 확실해졌다.

5월 24일자 트럼프의 회담 취소 서한은 처음부터 최종적인 것이 아니었다. 김정은에게 생각이 달라지면 전화를 하든지 편지를 쓰라고 했었다. 그것은 최후통첩이 아니라 조건부 통보였고, 그후 동시다발적인 북미대화를 통해 회담개최 조건들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최선희 외교부상이 펜스 부통령을 두고 정치적 얼뜨기라고 한 것을 북한의 “분노와 적대감”이라고 규정하고 회담을 취소했었다. 그러자 김계관 제1부상은 그것이 북에 대한 강경발언들에 대한 “반발”일 뿐이며, “어느 때 어떤 형식으로든 미국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용의가 있다”는 유화적 성명을 발표했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두번째로 만나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그는 싱가포르 회담이 잘되면, 남북미 3자 수뇌회담을 열고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확립을 도모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반도 주변의 중국, 러시아와 일본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지난 3월 8일 트럼프가 김정일과 만날 것을 덥석 결정한 후, 여러 가지 비난과 우려가 따랐지만 결국 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긍정적인 신호들이 부정적인 신호들 보다 훨씬 많이 나왔다. 그 중에는 무엇보다 항상 극적인 효과를 좋아하는 트럼프의 관심, 제재압력에서 벗어나려는 김정은의 계산이 자리 잡고 있다. 모든 사람들은 전쟁을 막고 비핵화를 이룰 수 있도록 북미정상회담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런 가운데 회담개최에 대한 최종결정은 앞으로 수일 내에 트럼프가 직접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이 예정대로 또는 그 뒤에 개최 되어도, 모든 것이 트럼프가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도 점점 북한문제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회담이 한번 이상 두세번 필요할 수도 있고, 물리적으로 단계적 해결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는 말도 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든 준비 회담들이 완결되어도 구체적인 비핵화 절차나 북한의 체제보장 및 제재해제 등에 대해서는 설사 북미 간의 합의가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 정상회담 개최 전에는 발표되지 않을 것이다. 이것도 극적인 효과를 높이려는 트럼프의 몫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폼페이오의 말대로 라면, 북한은 아직도 핵을 포기하고 자국의 밝은 미래로 향할 수 있는데 전략적인 결단을 내리려는 고심 중이다.

북미는 지난 주 판문점에서 두 차례의 고위급 실무회담을 열고 정상회담에서 다룰 의제와 비핵화 방법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북한 협상통인 성 김 주 필리핀 대사와 최선희 부상을 수반으로 하는 북미 실무팀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협상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각기 상부에서 원하는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하고 상대방의 반응을 다시 본국에 보고하는 형식으로 회담을 진행했을 것이다.

동시에 싱가포르에서는 백악관 비서실 차장인 조 해긴을 단장으로 하는 선발대와 김창선 국무위 부장이 이끄는 현장 준비팀이 회담의 의전, 장소, 경비 등 회담의제 외의 제반 실무준비를 위한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실무준비 회담은 정책상의 난제를 다루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완전하고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에 대한 뚜렷한 합의는 없어 보이지만, 미 북 양측은 지금까지의 접촉을 통해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수용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를 서로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트럼프의 말처럼, “두고 볼 일이다”.

<김동현 전 존스합킨스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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