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종서 “청춘의 책임이 낳은 억울함과 분노 그리고 외로움”

2018-05-2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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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 “청춘의 책임이 낳은 억울함과 분노 그리고 외로움”
데뷔작으로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 입성했다. 거장 이창동(64) 감독이 수개월간 벌인 오디션을 통해 발탁됐다.

'버닝'이 첫 영화인 신예 전종서(24)다.

데뷔와 동시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전종서는 "촬영 전과 후가 굉장히 다른 것 같다"면서 "끝나고 나서 이제서야 알아가는 것 같다"며 어리둥절해 했다.


칸 영화제에서 레드카펫을 밟았다. "연기 경험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칸 영화제가 다르게 다가왔을수도 있는데, 처음이다보니 꿈의 무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나와 동떨어진 세계인 것 같았다. 지금도 그렇게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칸이 좋았던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를 알릴 수 있는 계기였다는 점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함께 작업한 사람들과 가게 돼 행복했다. 꼭 칸이 아니어도 즐거웠을 것 같다."
전종서 “청춘의 책임이 낳은 억울함과 분노 그리고 외로움”

전종서는 올해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신인이다. 지난해 8월 '버닝' 오디션에 참여, 높은 경쟁률을 뚫고 헤로인으로 발탁됐다. "소속사(마이컴퍼니)에 들어온지 얼마 안 돼 본 생애 첫 오디션이었다"며 "모든 연기 지망생들이 그렇듯이 '앞으로 오디션을 많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부담없이 갔다"고 회상했다.

"주변사람들이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봐주길 바란다. 오디션도 그런 마음으로 임했는데, 다들 나를 좋게 본 것 같다. 배우의 길을 열어준 이창동 감독에 감사한 마음"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너무 많은 연기 지망생, 신인 연기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며 "포기하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된다는 보장이 있는 게 아니다. 어둠 속을 헤매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도 했다.
전종서 “청춘의 책임이 낳은 억울함과 분노 그리고 외로움”

'버닝'은 청춘의 분노와 좌절, 나아가 인간의 욕망과 실존적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가 어린 시절 한 동네에서 자란 친구 '혜미'(전종서)를 만나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전종서는 "'버닝'은 나에게 교훈적인 영화"라며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감독, 배우들, 스태프들한테 많은 것을 배웠다. 연기를 대하는 자세와 함께 가치관도 정립할 수 있었다. 어떤 방향으로 이 일을 바라보고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잡혔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창동 감독은 작은것 하나도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아니다"며 "항상 나를 배려해줬다. 옆에 있으면 말하지 않아도 그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이 감독을 너무 사랑했다"고 추어올렸다.
전종서 “청춘의 책임이 낳은 억울함과 분노 그리고 외로움”

함께 연기한 유아인(32), 한국계 할리우드 스타 스티븐 연(35)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촬영하면서 불편함, 어려움을 느낀 적이 없었다. 여러모로 배려해줘서 편하게 촬영했다. 좋은 선배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고 감사했다."

전종서는 자유로운 영혼의 '해미'를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소화해냈다. 청춘의 불안한 내면을 섬세하게, 때로는 당돌하게 표현하며 수위 높은 신체노출 연기까지 감행했다.


"촬영하면서 배역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배역을 받아들이려면 마음으로 느껴야겠지만, 환경적 요인도 작용한다. 상대 배우들 도움이 있었고, 촬영 감독과 스태프들 역할도 컸다. 누구 하나라도 없었더라면 캐릭터를 소화하기 어려웠을 것"이 해미를 연기한 소감이다.

청춘관도 솔직히 밝혔다. "청춘들이 청춘의 의미를 잃어버린 것 같다. 청춘이기 때문에 스스로 인생을 개척할 수 있고, 충분히 변화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책임을 져야하는 부분이 발생하고 거기에서 억울함과 분노, 외로움 등이 존재한다. 이것이 청춘들 마음을 어둡게 만든 것 같다."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어린 시절을 보낸 전종서는 캐나다에서 중학교를 졸업했다. 국내에서 고교 과정을 마친 뒤 세종대 영화예술과에 입학했다. 연기 학원을 다녔으며 '버닝'을 통해 영화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전종서는 "나도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재미있다"며 연기를 향한 열정을 숨기지 않았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목표를 정해놓고 출발하지 않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여성의 강인함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 좋아하는 연기를 하면서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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