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북정상회담 취소… 12시간의 드라마

2018-05-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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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악관서 무슨일이…

▶ 볼턴이 취소결정 주도 트럼프, 문구 직접 지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전 6·12 미북정상회담 취소를 깜짝 발표한 뒤 하루만에 다시 재개 논의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번 전격적인 정상회담 취소 결정이 한미정상회담 이후 불과 12시간만에 나왔다는 막전막후 상황이 드러나고 있다.

25일 NBC뉴스와 CNN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 취소에 대한 논의는 지난 23일 밤부터 급물살을 탔다.

최근 북한이 강경한 태도로 돌변하면서 백악관 안팎에서 미북회담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던 가운데 이날 오후 8시(이하 동부시간)가 좀 안 돼 나온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담화가 결정타로 작용했다고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말했다.


펜스 부통령을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로 비난한 이 담화는 오후 10시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의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충격을 받고 불쾌해 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 있었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수퍼 매파’로 꼽히는 볼턴 보좌관은 이런 위협적인 말들을 ‘매우 나쁜 징조’로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교묘하게 발을 빼 미국을 ‘안달하는 구혼자’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상황을 우려했다고 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먼저 취소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회담 취소 논의에는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볼턴 보좌관 등 소수의 고위 관리만 참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아침 일찍 이들과 통화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회담 취소 결정을 알리는 공개서한 초안을 작성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7시까지 대통령 집무동인 ‘웨스트윙’에 집결했고,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회의를 하며 다양한 옵션에 대해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결정은 마치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이뤄졌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소식의 유출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주요 동맹국이 상황을 감지하기 전 공개서한이 발표된 이유다. 한국 등 동맹국들이 이를 모욕적으로 받아들일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새어나왔지만 ‘보안유지’ 주장에 묻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서한은 이날 오전 9시43분 북한 측에 전달됐고, 9시50분께 발표됐다.

이번 결정은 너무 갑작스럽게 이뤄져서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 지도자들과 주요 동맹국에 사전통고를 할 수 없었다. 한국에도 조윤제 주미대사에게만 발표 시간과 거의 동시에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연방정부 관리는 NBC뉴스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선수를 칠 것을 우려하면서 북한보다 먼저 회담을 취소하기를 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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