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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한가지 운동만 집중, 부상에 운다

2018-05-25 (금) 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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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 스포츠 전문화가 위험한 이유

▶ ■ 아동 타미존 수술 급증···특정부위 과다사용 후유증, 십자인대 파열, 건염 시달려

어려서부터 한가지 운동만 집중, 부상에 운다

너무 이른 나이에 스포츠를 전문으로 시키는 것은 부상 위험도 크고 스포츠에 대한 흥미를 아예 잃게 할 수도 있다. [그림 Caroline Gamon]

어렸을 때 스포츠 활동을 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는 새삼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신체 운동은 물론이고 선의의 경쟁을 나누는 것은 어린이의 신체, 정신, 사회성 발달에 좋고,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규율과 협력 그리고 동료애를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순수한 동심의 세계가 어른들의 지나친 참여로 인해 크게 변질되어 많은 경우 아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고 최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1940~50년대만 해도 아이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게임과 스포츠를 하며 놀았다. 팀을 만들고 규칙을 정하고 이를 지키는 일이 모두 자율적이었고, 아이들의 활동을 감독하는 사람도 없었으며, 누가 지켜보고 있다가 잘했다 못했다 평가하는 일도 없었다. 싸움이 나도 아이들끼리 티격태격하다가 스스로 풀고는 다시 열심히 노는게 다였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의 스포츠는 어른들이 통제하고 아이들은 부모의 명예를 위해 싸우는 형국으로 변질됐다.


지난 3월 미국 정형외과협회 연례회의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요즈음 미국 여러 지역에서 진행되는 청소년 스포츠는 당사자인 어린이들에게 전혀 좋지 않은 방식으로 실시되고 있다. 청소년 스포츠의 기획자와 집행자는 어른들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아이들의 이익과는 아랑곳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너무 잦다는 것이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너무 어린 나이부터 조금이라도 흥미나 소질을 보이는 스포츠가 있으면 전문화 시키려고 안달이다. 내심 혹은 드러내놓고 대학장학금이나 영광스런 커리어를 꿈꾸는 부모가 많고, 이를 위해 어떤 이들은 생계를 걸고 매달리기도 한다.

콜롬비아 대학 메디컬센터 소아 정형외과 의사인 찰스 A. 폽킨 박사는 “부모들이 아이들 스포츠에 참여함으로써 얻고자 하는 것은 아이들이 원하는 것과 극과 극으로 다르다”고 말하고 “건강한 경쟁이 건강에 해로운 것이 되어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요즘 12세 이하 아동 운동선수들은 오로지 한가지 스포츠에 집중하고 있으며 연중 내내 훈련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미국정형학회의 스포츠 의학회는 최소 3년 동안 한가지 스포츠에 열중하는 것을 ‘청소년 스포츠 전문화’로 규정하고 있다.

닥터 폽킨과 동료들을 비롯한 메디컬센터 관계자들은 너무 이른 나이의 스포츠 전문화로 인해 과다사용 부상(overuse injuries)을 입은 후유증 치료 케이스를 많이 접하고 있다. 보스턴 아동병원 소아정형외과 의사 미닌더 S. 코처 박사는 타미 존 수술(Tommy John surgery)을 너무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프로 야구선수들이 주로 하는 팔꿈치 재건수술인데, 점점 더 많은 어린이들이 너무 많은 연습과 경기에서 피칭을 하다가 부상을 입고 온다는 것이다.

스포츠 관련 부상의 통계에 나타난 약 1만2,000명 청소년 대상 연구에서 코처 박사와 동료들이 발견한 것은 야구, 치어리딩, 체조의 조기 전문화가 소년들의 부상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이다. 달리기, 수영, 축구, 배구도 마찬가지였고, 여자 아이들은 치어리딩과 체조에서 부상 위험이 증가했다. 보고된 부상에는 수술이 필요한 전방 십자인대의 파열 등 무릎 부상과 피로 골절, 건염 등이 포함되었다.

정형외과의사협회는 “과도하고 반복적인 훈련은 소아 외상을 유발할 수 있고 어깨, 무릎, 팔꿈치, 손목에 수술해야 할 수도 있다”고 보고하고 아직 한창 성장하는 아이들이 한가지 스포츠 종목만 과도하게 훈련하면 몸이 적절하게 치유할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코처 박사는 미국 북부에서 자란 아이들이 남부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메이저리그 야구선수가 될 가능성이 더 높은데, 그 이유는 북쪽 지방에서는 일년 내내 경기를 할 수 없어서 부상 위험이 낮기 때문이란 것이다. 하지만 부상을 입지 않은 청소년들도 종종 스타 선수가 되라는 압박감에 탈진되어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많고, 때로는 완전히 스포츠를 떠나기도 한다고 코처 박사는 말했다.

“한가지 스포츠 종목에 일찍부터 전문화된 아이들이 가장 먼저 그 스포츠를 중단하고, 성인이 돼서는 오히려 전혀 스포츠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고 지적한 닥터 폽킨은 “스포츠 전문화에서 부모의 영향은 너무 중요한데, 그것이 아이들의 목표와 흥미와 맞물리지 않으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가 스포츠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기 선택에 따라 전문화되고 성공하려는 욕구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만일 자기 욕구도 부족하고 재미있어 하지도 않는다면 금방 좌절하고 그만둘 것”이라고 말했다.

폽킨에 의하면 청소년 운동선수의 학부모 20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7%는 자기 아이가 대학이나 프로 선수로서 성공하기를 희망했다. 또 303명의 대학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현재 한가지 스포츠를 하는 선수의 98%가 대학 오기 전에 다른 스포츠를 했으며, 평균적으로 거의 15살이 될 때까지 전문화를 시작하지 않았다.

그는 야구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여겨지는 마리아노 리베라가 어렸을 때는 가장 좋아하던 축구를 하다가 10대 후반에서야 야구에 집중했던 예를 들면서 “아이들이 평생 스포츠를 하기 원한다면 고등학교 때나 그 이후에 스포츠 전문화를 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 크다”고 말하고 더 많은 스포츠를 즐길수록 적응력도 높아지고 더 잘 배운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전반적인 운동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균형, 속도, 힘 등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여러 스포츠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학에 체육 특기생으로 들어갔거나 프로 운동선수가 된 사람들은 어린 나이부터 전문화되기 시작했다는 설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한 폽킨 박사는 전미대학 스포츠협회(N.C.A.A.)의 최정예 선수들 중에서 조기 스포츠 전문화는 드문 일이라고 보고했다.

“가능한 한 많은 활동에 아이들을 노출시키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지원하라. 만약 아이가 일주일에 자기 나이보다 더 많은 시간을 운동한다면, 그것은 과도한 것이다. 또 일년에 두세달은 다른 것을 하도록 격려하라. 축구를 하는 아이는 테니스로 바꿔주고, 하키 하는 아이는 육상 팀에서 운동하는 것도 좋다”는 것이 그가 부모들에게 보내는 제안이다.

<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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