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최대압력’ (maximum pressure), 그 의미는…

2018-05-21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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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0년까지. 그러니까 2년 남짓 남았나. “21세기의 이 두 번째 10년 기간(decade)에 어쩌면 3가지 성격이 다른 전쟁이 가능할 수도 있는 것으로 미국인들은 느끼고 있다.” 악시오스지의 보도다.

“그 하나는 핵무기를 둘러싼 북한과의 충돌이다. 다른 하나는 중동에서의 전쟁발발이다. 또 다른 하나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다.” 계속되는 악시오스지의 지적으로 일반인들보다도 안보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정책결정자들이 그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는 보도다.

트럼프 행정부는 어디에 대처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나. 북한 핵문제와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다. 어찌 보면 두 문제는 연계돼 있다.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인적자원이 이 문제 해결에 총동원 되다시피 했다는 거다.


이런 정황과 관련해 최근 들어 부쩍 그 사용빈도가 높아진 용어가 있다. ‘최대압력’(maximum pressure)정책이다.

2018년 5월 9일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과의 핵 협정 파기와 관련해 이 ‘최대압력’이란 용어를 구사했다. 이란의 완전한 핵 폐기를 겨냥해 시아파 회교혁명정부에 대해 정치, 경제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최대압력’이란 수사가 먼저 등장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핵 폐기 작전을 수행하면서다. 중국이 부상하고 있다. 푸틴의 러시아가 도전해오고 있다. 그러나 파워(power) - 하드 파워든, 소프트 파워든 군사적 파워든 간에-라는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은 여전히 부동의 세계 최강이다. 비유하자면 800파운드나 나가는 고릴라 같다고 할까. 그 뿐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라인을 갖추고 있다.

그 미국이 지니고 있는 파워를 트럼프는 숙지(熟知), 그 힘을 바탕으로 수립한 해외정책이 ‘최대압력’정책이다. 미국이 지닌 외교, 정보, 군사, 경제력을 한데 모아 전 방위적 압력을 가하는 정책이다. 그 정책이 구체적 윤곽을 갖춘 시기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3월께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아래 그 작전은 이후 일사분란하게 펼쳐져왔던 것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김정은의 핵 폐기 약속을 받아낸 것은 즉흥적인 정책도, 트럼프의 원맨쇼도 아니다. ‘팀 트럼프’의 철저히 힘을 바탕으로 한 치밀한 전략의 승리라는 거다.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의 발언은 바로 한반도에서 성공을 거둔 ‘최대압박’작전을 이란에서도 적용한다는 신호다. 그리고 이는 아마도 이란의 시아파 회교혁명정권 붕괴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일부에서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최대압력’정책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두 갈래로 동시에 추진돼왔다.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와 정보, 외교력을 총동원해 북한을 철저히 고립시켰다. 동시에 무역문제와 베트남카드, 타이완카드를 내비치며 북한 핵 폐기에 협조하도록 중국에 압력을 가했다.


거기에 하나 더 꺼내 든 카드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허용카드다. 북한의 핵 완성을 베이징이 방치내지 조장할 경우 한국과 일본, 더 나가 타이완의 핵무장도 허용할 수 있다는 것.

결국 막후협상이 이루어 졌다는 것이 옵서버지의 보도다. 미국과 한국, 일본은 북한의 레짐 체인지를 요구하지 않는다. 전 주민을 노예화한 사악한 수령유일주의 체제 존속을 허용키로 한 것, 이로써 베이징에게는 여전히 중국에 의존하는 북한이라는 완충국가 존속이라는 선물을 준 셈. 그 반대급부로 북한은 완전한 핵 폐기(CVID)를 한다는 양보를 얻어냈다는 것이다.

핵 폐기는 미국을 타깃으로 한 ICBM(대륙간탄도탄)만이 아니다. 한국, 일본이 사거리에 들어있는 중거리미사일과 핵탄두도 포함된다. 이를 위해 요구되는 것은 철저한 사찰과 검증이다. 핵실험장소는 물론 군사기지, 산 속의 벙커 시설 등도 사찰대상이 되고 있다. 이 것이 바로 ‘최대압력’정책의 요구사항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다른 말로 하면 이런 게 아닐까. 강약부동(强弱不同)이란 ‘힘의 원리’가 김정은을 대화로 끌어냈다 것이다.

김정은이 무슨 과감한 결단을 내려서가 아니다. 엄청난 대한민국의 국력 앞에서도 무기력감을 곱씹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수퍼 피워 미국이 전 방위적으로 압력을 가해 온다. 중국도 그 서슬에 숨을 죽인다. 고립상황에서 자멸이냐 아니면…. 결국 대화를 선택한 것이다.

그 북한이 또 다시 판 흔들기에 나섰다. 어떻게 보아야 하나. “벼랑 끝 전술로 뭔가를 얻어낸다. 그 닳고 닳은 수법에 다름 아니다.” 틀린 지적은 아니다. 그러나 그 보다는 심각한 불안감의 발로로 보인다.

완전한 비핵화는 수령유일주의 체제붕괴, 김정은의 절대권력 상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 공포감으로 김정은은 미-북 정상회담을 회피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다는 것이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분석이다.

그 다음 수순은 그러면. ‘최대압력’(maximum pressure)을 말 그대로 maximum으로 그 수위를 올리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총체적 경제난국에 허덕이는 북한에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 이와 동시에 중국에 대해서도 세컨더리 보이콧에 들어간다. 그리고 3개, 아니 4개 미 항모 전단이 동시에 한반도 해역에 급파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말하는 ‘최대압력’의 정점에는 군사옵션이 포함돼 있다‘-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지적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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