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잡곡밥보다는 흰쌀밥이 맛있어요”

2018-05-21 (월)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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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마켓서 즉석밥은 흰쌀밥이 대세

▶ 소비자 건강식품 관심 불구 잡곡밥 ‘고전’

“잡곡밥보다는 흰쌀밥이 맛있어요”

한 한인마켓에서 한인 고객이 즉석 잡곡밥을 카트에 담고 있다.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에 데워 한끼 식사로 활용하는 즉석 흰쌀밥이 라면과 함께 한인들의 필수 품목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즉석 잡곡밥은 한인들의 건강식품 관심과는 대조적으로 판매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LA 한인식품업계에 따르면 ‘햇반’으로 대변되는 즉석밥 판매의 절대량은 흰쌀밥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과 미국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된 현상이다.

즉, 가정 내 잡곡밥 소비 비중은 높지만 상품밥을 통해 잡곡밥을 먹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한국의 경우 2017년 즉석밥 시장(링크아즈텍 기준)의 전체 매출액은 2,882억9,800만원으로 이중 잡곡 즉석밥의 매출 규모는 323억8,500만에 불과하다. 성장률 면에서도 흰쌀밥이 최근 5년(13~17년)간 연평균 14% 성장한데 반해 상품 잡곡밥 시장은 6% 수준에 머물고 있다.


LA 한인마켓 상황도 한국시장과 별반 차이가 없다. CJ푸드와 오뚜기 등 주요 식품업체의 경우 즉석 흰쌀밥 판매량이 즉석 잡곡밥에 비해 월등하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석 흰쌀밥과 잡곡밥의 매출 차이는 8대2 정도라는 것이 한인 식품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CJ푸드와 오뚜기 등은 즉석 흰쌀밥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 두 업체에서 나오고 있는 즉석 잡곡밥의 종류를 모두 합해도 4종 밖에 되지 않는다. 아직 잡곡밥 시장이 크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오뚜기 아메리카의 한 관계자는 “즉석 잡곡밥의 판매량이 매년 조금씩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정 판매량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현미와 흑미 이외에 추가로 잡곡밥의 미국 수입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잡곡이 섞인 즉석밥을 미국에 수입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세관 통관이 까다롭다는 현실 인식도 이들 업체들이 즉석 흰쌀밥에 치중하게 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한인마켓의 판매량으로 이어지고 있다. 즉석 잡곡밥의 종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흰쌀밥 판매량에 압도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마켓 관계자들에 따르면 즉석 잡곡밥의 판매량은 흰쌀밥에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수치도 그나마 계속 늘어난 수준이다.

갤러리아마켓 올림픽점 라이언 박 그로서리 매니저는 “업체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즉석 잡곡밥의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흰쌀밥의 성장세에 눌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잡곡밥에서 손을 떼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시니어들과 혼밥을 즐기는 젊은 여성들이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으로 흰쌀밥을 기피하고 즉석 잡곡밥을 선호하는 층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틈새 시장을 지켜 즉석밥 전체 시장에서 우위를 계속 유지해 나가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틈새 시장인 즉석 잡곡밥 시장에 ‘올인’하고 있는 업체도 있다. 동원 미주법인은 4~5종 잡곡밥 위주로 즉석밥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동원 미주법인의 경우 즉석 잡곡밥과 흰쌀밥의 판매 비율은 8:2로 기존 업체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원 미주법인 관계자는 “즉석 잡곡밥 판매량이 매년 10% 정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한국서 단종이 되지 않는 한 LA에서도 잡곡밥 판매에 치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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